수술후 28일간 금식한 환자에게 비타민을 투여하지 않아 베르니케 뇌병변을 초래했다면?
A씨는 2010년 3월 16일 복통으로 의원과 병원을 거쳐 K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K병원은 십이지장 궤양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으로 진단하고, 천공 부위 봉합 및 위-공장 문합술을 시행했다.
A씨는 1차 수술 후에도 상태가 좋지 않아 이틀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등 같은 달 24일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K병원은 위내시경 검사 결과 위-공장 문합 부위에서 부종이 심해 위액이 소장으로 내려가지 않는 증상이 계속되자 4월 6일 위-공장 문합부위를 원래대로 환원하는 위공장루복원술을 했다.
A씨는 두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내내 금식을 유지하다가 제2차 수술후 회복되면서 4월 9일 위장관 튜브를 제거했고, 이후 물을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4월 12일까지 물이나 알갱이 없는 음료수 정도를 소량 섭취할 뿐이어서 입으로 영양공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A씨는 4월 8일 경 눈에 초점이 맞지 않으면서 점차 악화되는 복시가, 9일에는 구음장애, 연하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K병원은 13일 뇌 MRI 검사를 통해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진단하고 신경과로 전과해 티아민 투여치료를 했다.
베르니케 뇌병증은 안구 진탕, 보행 실조, 의식저하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증상으로 티아민(비타민 B1) 결핍으로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만성음주로 인한 심한 영양결핍 상태에서 발생하지만 장기간의 금식, 위 절제 수술 등에 의한 급성 또는 만성적인 영양결핍과 연관되어 있다.
이에 A씨 측은 K병원을 상대로 베르니케 뇌병변 발병을 신체감정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3년 10월 14일까지 발생한 손해에 관한 것만 '일부 청구'한다는 것을 명시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신체감정일로부터 2년 후 신체감정을 재평가한다는 것을 전제로 K병원에 대해 6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 측은 신체감정 재평가후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재청구했고,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K병원에 대해 1억 4천여만원을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은 후 28일간이나 금식했지만 의료진은 티아민을 포함한 비타민 공급을 전혀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4월 8일 경 환자에게 베르니케 뇌병증을 의심할 만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5일 후에야 비로소 티아민을 투약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진은 장기간 금식으로 인한 티아민 결핍을 예상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K병원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1심과 달리 K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해 A씨 측에 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임상에서 위장관 수술후 베르니케 뇌병증은 거의 보기 드물어 의료진이 이를 예견하기가 쉽지 않았고, A씨에게 금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A씨가 처음 입원할 당시 이미 영양결핍 상태에 있어 병원의 책임비율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