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대머리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서 머리카락이 재생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머리를 가진 사람들은 가발을 벗을 수 있는 치료제가 소원이다.
모발은 3~7년의 성장기, 2~3주의 퇴행기, 3~4주의 휴지기를 반복하며 성장이 이뤄진다. 그런데 모발을 생산하는 기관인 모낭(hair follicles)이 안드로겐성 호르몬(androgenic hormone)의 영향으로 작아지거나, 자가면역질환 또는 상처로 인해 손상을 입으면 탈모가 진행된다.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로 대표되는 기존 탈모치료제는 머리카락이 자라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미 진척된 탈모에는 효능이 없고 남성호르몬 억제에 따른 부작용도 있어 이를 극복할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하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모발 재생(regeneration)을 촉진해 모낭 손상으로 인한 영구적인 탈모와 대머리까지 치료 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대머리 치료제 개발에) 드디어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2007년 조지 콧사렐이스(George Cotsarelis) 연구팀이 재생성 모발형성이 가능하며, 윈트신호전달계(Wnt signaling pathway)* 가 모발의 생장주기 및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Nature 447, 316-320). 그 이후 윈트신호전달계의 활성화를 통해 모낭을 신속하게 성장기로 전환하거나, 모낭 줄기세포로 모유두세포를 만들어 탈모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가 진행됐다. 탈모가 이미 진행된 대머리 환자에서도 새로운 모낭을 재생(neogenesis)시킬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됐다. 그러나 발모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나 구체적인 조절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해 10월 20일, 연세대 최강열 교수 연구팀은 피부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인베스티게이티브 더마톨로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대머리로 고생 중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논문(Targeting of CXXC5 by a Competing Peptide Stimulates Hair Re-growth and Wound-Induced Hair Neogenesis)을 발표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루이스 가자(Luis A. Garza) 교수가 이 논문의 결과를 요약하는 리뷰 글을 동시에 게재한 것만 봐도 이 연구 결과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최 교수 연구팀은 윈트신호전달계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CXXC5(CXXC-type zinc finger protein 5)** 라는 단백질이 음성되먹이*** 기전(negative regulator) 인자로 작용해 활성화된 윈트신호를 억제시킴을 먼저 밝혔다(J. Exp. Med. 212, 1061-80). CXXC5는 새롭게 규명된 아연집게 단백질(zing finger family protein)로서 흩어진 단백질(dishevelled protein)**** 과 결합하는 도메인(DBM, Dishevelled binding motif)을 가지고 있는데, 이 부위가 흩어진 단백질에 달라붙어서 윈트신호전달계를 저해 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탈모 환자의 두피 조직, 인간 모유두세포***** 및 유전학적인 마우스를 이용해 CXXC5가 발모 및 모발 신재생에 있어 중요한 타겟이 될 수 있음을 먼저 규명했다.
가장 중요한 연구결과는 CXXC5와 흩어진(Dishevelled) 단백질의 결합에 경쟁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백질-단백질 간의 저해 펩타이드(PTD-DBM)를 개발해 CXXC5-Dishevelled 결합을 저해하는 것이 발모 및 모발 신재생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타겟임을 규명한 것이다. 이 물질(PTD-DBM)을 윈트 활성화 약물과 함께 인간세포나 생쥐에게 처리하면 현재 상용화 발모제보다 뛰어난 발모 효과를 보이는 것은 물론, 성체줄기세포 활성화와 함께 새로운 모낭이 재생되는 재생성 발모 효과를 나타낸다. 펩타이드(PTD-DBM)******와 윈트 활성화제를 인간세포나 마우스의 모발이 제거된 부위에 같이 처리하게 되면 음성되먹이 기전을 방해함으로써 새로운 모낭이 재생되고, 발모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것을 줄기세포 표지인자 등을 이용해 확인한 것이다.
자동차의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페달을 밟으면 자동차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야 제대로 주행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윈트신호전달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윈트(Wnt)'라는 엑셀을 밟아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브레이크가 켜져 있는 경우가 많다.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차단제도 넣어줘야 차가 제대로 작동한다. 지금까지는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환자의 두피조직에서 증가하는 CXXC5가 흩어진(Dishevelled) 단백질에 결합해 윈트신호전달계의 활성을 저해하는 사이드 브레이크로 작용하는 것을 잘 몰랐다. 윈트(Wnt)라는 엑셀만 밟아주면 자동차가 무조건 빠르게 나갈 것이라 착각했다. CXXC5 유전자를 제거한 마우스에서는 모낭주기가 빠르게 생장기로 회복돼 모발형성이 조기에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CXXC5가 모낭생성을 억제하는 브레이크임을 증명했다. 이 연구를 기초로 개발될 물질은 혁신 신약(first-in-class) 약물로서 대머리 치료는 물론 피부조직의 손상까지 재생시키는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용어 정리]
* 윈트신호전달계(Wnt signaling pathway) : 세포내에서 다양한 생리/병리현상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전달계로 암, 골다공증, 비만, 상처 치유, 모발 형성 등 치료제 개발의 주요 타겟임.
** CXXC5(CXXC-type zinc finger protein 5) : 연구팀이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새롭게 규명한 아연집게 단백질로 신호전달 조절과 전사인자로의 이중역할을 수행함.
*** 음성되먹이기전 : 특정 신호전달 이후, 원래대로 상태를 복원시키는 피드백 작용기전
**** 디셰벌드(Dishevelled) : 윈트신호전달계에서 세포 밖의 신호를 세포 안으로 매개하여 전달계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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