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의료장비 공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는 정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장비의 사용량 또한 이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특수의료장비의 공급과잉현상은 공급자 유인수요가 동반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CT, MRI와 같은 특수의료장비의 적정수급과 효율적 활용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월 1일 6개 의약단체들과 보건의료발전협의체(보발협) 제25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25차 회의에서는 여러가지 주제가 논의됐고, 그중 눈여겨 볼 것은 특수의료장비 병상·인력 설치인정기준 개선방안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면 최근 특수의료장비의 설치에 대한 수요와 설치가 증가하면서 현재 유지되고 있는 공동활용 병상 제도의 폐해(병상의 불법적인 금전거래, 병상 리베이트 요구 등)가 문제점으로 지적 받아왔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는 특수의료장비의 합리적인 설치와 이용을 위해 공동활용 병상 폐지 등 특수의료장비 병상·인력 설치 인정기준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발협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선안은 공동활용병상 제도를 폐지하고, 자체 보유 병상 수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병상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의원급의 특수 장비 설치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며, 특수장비의 전문가인 영상의학과 전문의마저 병원급 의료기관을 설립하지 않으면 개원과 특수장비 설치가 불가능한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전문병원 및 병원급 감염병 관리기관은 지정된 기간에 한해 병상 기준을 예외 적용하는 추가 조항이 있기는 하나, 이 역시 병원급 의료기관에 국한된 것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다.
특수의료장비 관리에 대한 정책방향은 국민건강보험 급여정책과 연계시켜 자연스럽게 통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즉, 특수의료장비에 대한 정책방향은 수가조절을 통해 공급을 통제하는 방법과 수량자체를 조절하는 방법이 적절히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공동활용제도와 품질관리제도가 실효적인 정책이 될 수 있도록 개선 및 확대하고, 품질에 따른 수가차등화정책 등의 새로운 특수의료장비 관리정책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괄적인 설치기준의 완화가 아닌 단지 공동활용병상 제도만을 폐지하고 자체보유 병상만 설치기준으로 인정하는 병원 위주의 정책 개편은 국내 의료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특수의료장비 설치 기회를 막는다. 환자에게 있어서는 CT, MRI등의 검사를 위해 무조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추가 방문·전원돼야 하는 의료의 쏠림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의 판독 및 정도 관리의 전문가인 영상의학과 전문의마저 자체 병상을 보유하지 않으면 CT, MRI을 운용하는 의료기관을 개원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영국의 경우 1차의료기관의 주치의가 검사를 의뢰하면 특수의료장비를 보유한 영상의학과 의원의 전문의가 X-ray, CT, MRI, 초음파 중 환자에 가장 적절한 검사를 선택해 처방,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최근 논의되고 있는 안은 매우 부적절함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특수 장비 보유 및 개원권에 대한 지적만은 아니다. 실제로 대한영상의학회는 현재까지 CT 및 MRI 검사가 불필요하게 증가하는데 다른 어떤 의료단체보다 반대하는 입장이며, 국민들이 높은 품질의 영상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 단체로서 다양한 가이드라인과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등 최선의 조치를 다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다수의 의사 회원이 진료하고 있고 국민 의료의 가장 최전선이자 기반을 이루고 있는 1차 의료기관의 특수의료 장비 설치·운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번 보발협의 특수의료장비 설치 기준 개선안은 대한영상의학회와 각 전문과 의사회를 포함한 전문가 단체와 긴밀한 논의를 거쳐 재고돼야 한다. 특수의료장비는 고가의 의료 장비이고 의료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병원급 의료기관만 보유할 수 있는 기득권과 같이 취급돼선 안 된다. 병원 수입을 책임지는 전가의 보도가 아닌 고도의 진단용 의료 장비로 의원·병원급을 가리지 않고 수요와 필요에 따라 분배되고 설치돼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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