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싸움 시작됐다…임 형제 "경영권 배제, 상속세 마련 등 사적 목적" vs 한미사이언스 "자금 마련, 성장 위한 것"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OCI와의 그룹 통합으로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21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심문을 진행했다. 예정된 시간은 오후 3시 15분이었지만 4시부터 시작돼 약 1시간 반 동안 심문이 이어졌다.
이번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은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그룹합병에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 대상 2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수원지방법원에 신청했다.
이날 임 형제 측과 한미사이언스는 신주발행 관련 주요 쟁점마다 평행선을 달렸다.
경영권 분쟁 "이전부터 진행됐다" vs "없었다, 송영숙 회장의 경영권 합의 이뤄졌다"
이날 주요 쟁점은 제3자의 신주발행의 목적이다. 제3자 배정에 의한 신주발행은 상법에 따라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임 형제 측은 이번 신주발행은 임 형제의 경영권 배제와 상속세 마련 등 사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신주발행 무효를 주장했다. 신주인수권과 주주 권리 침해 역시 문제 삼았다.
임 형제 측 대리인(법무법인 지평)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변경을 초래하는 행위다. 채무자의 경영권을 둘러싼 기존의 균형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임 형체 측은 "신주발행에 경영상 필연적인 목적이 있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았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상속세를 마련하고, 나아가 한미사이언스 채무자의 경영권 장악이라는 사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위법한 신주발행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한미사이언스 측의 주장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가족 4명 간의 지분이 비슷해 갈등 구조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를 결정적으로 변경시키는 행위를 한다며 신주발행에 있어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해 있거나 임박한 상황에서는 경영권이나 지배권을 변동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은 위법하다. 실제로 최근 있었던 SM 가처분 사건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측 대리인(법무법인 화우)은 신주발행결정 이전에 경영권 분쟁 상황은 없었으며, 임 형제 역시 송영숙 회장의 대표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종윤 사장은 고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받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대부분을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인수 자금 마련 등에 활용했으며, 임원으로 재직할당시에도 회사보다는 개인 회사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미사이언스 측은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고 임성기 창업주가 타개한 이후 공동상속인의 상속재산분할협의 과정이 있었는데, 당시 송영숙 회장이 법정 상속 지분보다 많은 2배의 지분을 상속받기로 했다"며 "채권자들은 다른 재산을 가졌다. 이들은 경영권보다 다른 재산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송영숙 회장의 경영권 보유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2020년 9월 임시 주총에서 송영숙 회장을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건의가 이뤄졌는데, 이때 채권자 임종윤도 참석했다"며 "채권자 임종윤은 2020년 3월 임기 만료에 따라 스스로 사내이사에서 퇴임했다. 당시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이의 제기가 없었다. 이를 종합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경영을 위임했다고 해석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주현 사장이 자금 사정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임종윤 사장에게 266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무담보로 대여했다. 경영권 분쟁에 부합한 지 헤아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임주현 사장은 현재까지 해당 대여금을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한미사이언스 측은 설령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신주발행의 허용 여부를 판단한 사례 중에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허용한 사례도 있다며 '한진칼'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2020년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한 것에 대한 사모펀드 KCGI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은 재무구조 개선, R&D 투자, 글로벌 진출 등을 위한 전략적 제휴"
이날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에 신주발행한 것은 자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적극적인 R&D 투자 ▲글로벌 진출 ▲신기술 개척 등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자금 확보로 비만치료제의 자체 상용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부광약품과의 시너지를 통해 비만치료제와 항암치료제에 집중된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확대 시너지를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신약 한 개를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쏟는다. 한미약품그룹은 고 임성기 창업주의 경영 철학에 따라 신약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업계를 선도했다. 하지만 자체적인 자금조달만으로는 갈수록 증가하는 R&D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측 "특히 신약의 자체 상용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자금 확보가 필요했다"며 "자금력에 밀려 폐암치료제 신약 개발을 포기한 적이 있다. 이는 기회를 상실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취약성은 현금결제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성 비율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미사이언스의 유동성 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약 24.9%, 한미약품은 50%에 불과했다. 이는 유동성 비율이 100~300%에 달하는 경쟁사와 대비된다.
이날 한미약품그룹은 심문 이후 '임종윤 사장, 사익 위해 한미 이용 말아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 사업에만 몰두했던 임종윤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해 매우 의아하고 안타깝다"며 "'R&D 중심 신약개발 기업'이라는 경영철학을 지키고,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고자 한다. 법률과 절차에 따라 OCI그룹과의 통합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 형제, 지주 회사와의 통합·이익 불투명·주주배정 문제·신주발행 필요성 등 지적
이날 임 형제 측은 한미약품이 아닌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의 통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OCI그룹이 제약·바이오 진출을 원했다면 한미약품의 지주를 신규 발행해 자금 투자를 진행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OCI그룹은 지주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경영권까지 획득했다.
임 형제 측은 "단순히 사업적인 접근 필요성 때문에 한다고 보기 어렵다. 왜 지주회사의 신주를 발행해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경영권을 모두 넘겼는지 의문이다. 사업 시너지와 관련해서 보면 OCI그룹과 한미약품 그룹은 사업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며 "신주발행, 자금조달을 통해 어떻게 시너지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 형제 측은 이사회 결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임 형제 측은 "다른 대안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언론보도나 채무자 측에서 밝히고 있는 의견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이번 거래는 OCI에 대한 주식 매도와 현물출자 등 하나의 패키지처럼 거래가 이뤄졌다"며 "또 이사회 의사결정이 빨랐다. 과연 적법한 이사회 결의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임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그룹 통합으로 기대하는 글로벌 진출에 대해 불투명한 미래를 전망했다.
임 형제 측은 "OCI 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는 화학과 태양광에 관한 것들"이라며 "제약회사가 해외에서 약품을 판매하는 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해외제약사가 한국에서 약품을 유통하기 위해 진출한다고 하면 OCI그룹이 국내에 상당한 화학, 태양광 관련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OCI와 협력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추가로 임종윤 사장도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그룹 통합을 '을사늑약'에 비유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미약품그룹의 성공과 영광은 대주주 일가의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아버지를 생각하고, 10만 주주의 권익을 위해 나쁜 아들과 오빠가 되기로 마음먹고 가족 분쟁을 감수하기로 했다"며 "주주와 임직원의 권리는 보호돼야 함을 알리고 호소하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날 선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이들의 법정 다툼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전에 끝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오는 3월 6일 2차 심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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