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11 10:37최종 업데이트 26.09.11 10:37

제보

병의협 "전자의무기록 '블랙박스' 만들지 말아야…방어진료로 이어질 수 있어"

전자의무기록, 단순 열람·최초 기재까지 보관 의무 확대…"정상 진료 접근 보호하고 의료분쟁 전용 막아야"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전자의무기록 접속기록 보관 범위를 최초 기재와 단순 열람까지 확대하는 정부 방안에 대해 의료계에서 정상적인 진료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자정보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접속기록이 의료분쟁이나 형사수사에서 의료진의 행동을 사후적으로 재구성하고 책임을 묻는 자료로 활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1일 성명서를 통해 "전자의무기록을 의료진의 모든 행동을 기록해 사후 책임을 묻기 위한 '블랙박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제도 시행 전 진료 목적 열람·수정에 대한 보호장치와 의료기관 부담 경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9일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전자의무기록의 관리·보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는 6월 개정된 의료법의 후속 조치로, 전자의무기록을 추가기재·수정한 경우뿐 아니라 최초 기재하거나 단순 열람한 경우까지 접속기록을 별도로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병의협은 "환자정보의 불법 열람이나 외부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접속기록을 사용하는 것과 의료사고가 발생한 이후 의료진이 언제 차트를 열었고 언제 다시 확인했는지를 초 단위로 재구성해 과실을 추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접속기록 확대가 의료진 간 협진과 비공식적인 동료 자문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정식 협진 전 다른 전문과 의료진이 환자의 영상검사나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간단한 의견을 주는 일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데, 모든 열람기록이 향후 책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생기면 이런 협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병의협은 "의료분쟁이 발생한 뒤 왜 해당 전문의가 기록을 열람했는지, 기록을 봤다면 왜 정식 협진기록을 남기지 않았는지 등의 사후적인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며 "의료진이 비공식적인 동료 자문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책임범위가 아닌 환자의 기록 열람 자체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기록의 정상적인 추가·수정 역시 의료분쟁 과정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는 환자 처치를 먼저 한 뒤 기록을 보완하거나 검사결과 확인 후 판단 내용을 추가하는 등 실제 의료행위와 기록 작성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병의협은 정상적인 사후기재나 정정과 고의적인 기록 변조를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접속기록 확대에 따른 의료기관의 전산·비용 부담도 문제로 지적했다. 단순 열람까지 장기간 저장하게 되면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약사·의료지원 인력의 반복적인 접속기록까지 보관해야 해 데이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체 전산인력이나 서버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며 데이터 저장·보안·전산시스템 개편 비용에 대한 규제영향평가와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병의협은 접속기록 이용 목적을 개인정보 보호·무단열람 조사·정보보안으로 명확히 제한하고, 정당한 진료·협진·자문·교육·환자안전 활동을 위한 열람은 적법한 접근이라는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단순 열람이나 수정기록만으로 의료과실 또는 기록 조작의 고의성을 추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의료분쟁·민형사소송·수사기관의 자료 요구 과정에서 접속기록이 무제한적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별도의 절차적 통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규모에 따른 단계적 시행과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정부가 표준화된 로그관리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 중소 의료기관의 구축·유지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인정보보호법령에 따라 이미 관리하는 접속기록과 의료법상 접속기록의 중복 구축·보관도 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병의협은 "전자의무기록은 의료진의 행동을 감시하는 CCTV가 아니며 의료사고가 발생한 뒤 과거의 모든 임상행위를 재구성해 책임자를 찾아내는 블랙박스도 아니다"라며 "환자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되 정상적인 진료는 위축시키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전자의무기록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 병의협 # 전자의무기록 # 블랙박스 # 의료법 # 환자정보 # 협진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