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29 11:52최종 업데이트 26.09.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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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의사 형사책임 덜어주면서 환자 피해 누가 책임지나”…응급의료법에 반발

“응급의료기금 통한 공적 보상 마련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는 사후 검증해야” 주장

지난 8월 1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구축 방안’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환자단체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완화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환자와 유족을 위한 보상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의료진 보호만 있고 피해 환자 보호는 없는 반쪽짜리 입법”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이어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개정안은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신속히 정해지지 않으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나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수용 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렇게 지정받은 중증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의료진에 한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사책임을 특별히 면제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치료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 부담 때문에 의료진이 고위험 환자의 수용을 주저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특별한 면책을 준다면 피해 환자에게도 공적 보상을”

환자단체가 문제 삼은 것은 의료진 면책과 피해 환자 보상 사이의 불균형이다.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응급의료종사자를 위한 심리상담, 법률지원, 치료비 보조 등의 보호 규정이 담겼지만, 지정 수용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환자와 유족을 위한 별도의 보상 규정은 없다.

안기종 대표는 "국가가 의료진에게 특별한 형사책임 보호를 제공한다면 그 의료행위로 사망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입은 환자와 유족에 대해서도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8월 19일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진 형사책임 보호’와 ‘피해 환자 국가보상’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기존 응급의료기금 등을 활용해 국가 차원의 보상 재원을 마련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을 통한 신속한 보상 절차를 법률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진에게 특별한 형사책임 보호를 제공한다면 환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지정받은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경우의 면책과 일반적인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형 감면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은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응급의료행위로 환자가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법원이 의료인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이를 ‘감면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바꾼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의료의 긴급성과 위험성을 고려하더라도 사건마다 다른 과실 정도와 피해 결과를 법원이 판단할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봤다. 이에 일반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의무적 감면 규정을 삭제하고 현행 재량적 감면 규정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환자를 받지 않은 이유도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의료진을 보호하는 것과 함께,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하거나 기피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증응급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거절당하거나 이송 지연으로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면 당시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와 거부 사유를 독립적·객관적으로 사후 조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의적이거나 중대한 위법성이 확인된 수용 거부에는 실효성 있는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2019년 네 살 김동희 어린이는 편도수술 후 출혈로 심정지 상태가 되어 수술받았던 경남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수용되지 못했고, 약 20㎞ 떨어진 부산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뒤 결국 숨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은 지난해 해당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기피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받을 수 있는 환자를 받지 않는 행위 역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의료 인력·시설 확충과 재정 지원, 고위험 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에 대한 합리적인 법적 보호에 동의한다면서도 피해 환자의 권리와 안전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개정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환자단체가 면책 범위와 피해 환자 보호를 문제 삼는다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실제로 치료할 인력과 병상이 없는 병원까지 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수용 가능 정보는 실시간으로 달라지는데, 최종 치료 역량이 없는 병원에 환자가 이송되면 치료 지연의 위험과 책임이 현장에 남는다는 주장이다.

의사와 환자단체가 서로 다른 이유로 개정안의 보완을 요구하는 가운데, 본회의 심의에서 병원 지정 기준과 피해 환자 보상,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의 검증 절차를 어떻게 다룰지가 쟁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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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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