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응급의료 현장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의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심사 당시 의원들은 개정 취지에 공감했고, 의료현장의 수용 부담이나 최종치료 역량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병원이 환자를 직접 진단하기 전, 특정 진료과나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을 지역 맞춤형 응급의료체계로 전환하는 계기로 평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이행 성과에 따라 재정을 차등 배분할 것도 주문했다.
23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지난 1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소위는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비롯해 응급의료법 개정안 8건을 통합·조정한 위원회 대안을 이의 없이 의결했다.
개정안은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나 119구급상황센터가 수용 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된 응급의료기관은 환자를 수용해야 한다.
응급의료기관의 장이 응급의료 요청을 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실시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기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다만 시설·장비·인력 등 응급의료자원이 모두 가동 중이거나 다른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진료를 수행하는 경우, 예정된 수술과 시간이 겹치는 경우 등은 수용이 어려운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지정된 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이 불가피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다 환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조항도 담겼다. 응급의료종사자의 형사책임 감면 규정은 임의규정에서 필요적 감면 규정으로 강화했다.
김윤 “전화 받고 ‘소아신경과 없으니 못 받아’는 인정 안 돼”
김 의원은 이날 개정안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응급의료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전 법은 중앙정부가 정한 여러 규정이 전국적으로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방식이었다”며 “이번 법은 중앙정부가 원칙을 정하되 시도가 자체적인 계획과 의료기관 협력체계를 짜서 지역 맞춤형 응급의료체계와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응급의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 개정 이후 지자체가 실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할 수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시도가 계획을 만들고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잘 구축해 실제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이 법 성패의 핵심”이라며 “복지부가 시도를 움직일 수 있는 정책적인 수단이 명확하고 강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와 권역 단위 협력체계 등을 활용하겠다고 설명하자, 김 의원은 응급의료기금과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재원을 지자체의 계획과 성과에 따라 차등 배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자체가 “‘정말 내가 잘해야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을 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차이를 느끼도록 재정을 배분해야 한다”며 “응급의료기금도 지금처럼 복지부가 수직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 응급의료계획에 기반해 평가하고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정책 가산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의료기관이 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범위도 확인했다. 대구와 부산에서 추락한 학생들이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한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병원들이 최종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들이 최종치료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이 환자들의 최종진단과 일치하지 않았던 것은 명확하다”며 “여기서 얘기하는 최종치료는 병원에서 진단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무슨 치료가 필요한지가 의학적으로 확정된 최종치료로 해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이에 동의했다.
김 의원이 “그러니까 지금처럼 구급대원의 전화를 받고 ‘소아신경과 없으니까 못 받아’ 이렇게 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 거지요?”라고 재차 묻자 이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환자의 정확한 상태와 필요한 치료가 확인되지 않은 전화 단계에서 특정 진료과나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다른 위원들도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오늘 논의되고 있는 일부개정법률안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한다”며 “최근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사태에 대해 토론회도 개최했고 여러 위원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은 정부 수정안에 119구급대원의 중증도 분류 교육과 이송·전원에 관한 소방청 의견이 반영됐는지 확인한 뒤 “잘 정리됐고 이대로 수용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고 밝혔다.
회의록상 개정안의 핵심 내용에 대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소위는 개정안 8건을 각각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 대신, 심사 결과를 통합·조정한 위원회 대안을 전체회의에 보고하기로 이의 없이 의결했다.
의협·응급의학의사회 “수용 능력 확인 없이 책임만 의료진에”
법안이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최종치료 역량이 없는 병원에까지 환자 수용을 의무화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송 전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는 법률에서 빠진 반면, 의료기관이 전용회선과 담당 인력을 유지하며 응답해야 할 의무는 남았다며 “거는 쪽의 의무는 없애고 받는 쪽의 의무만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급대원의 중증도 판단이 잘못됐을 때 그 부담을 환자를 받은 응급실이 떠안게 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협은 상황실이나 119가 지정해 환자를 수용한 경우에만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일반적인 응급의료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 데 그쳐 의료진 보호 범위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시설·인력·장비와 배후 진료과의 사정이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응급실에서 수용 곤란 사유를 즉시 입증하거나 진료 역량 정보를 계속 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비판했다. 최종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에 환자 수용을 강제하면 기존 환자와 새로 이송된 환자 모두 위험해질 수 있고, 이송을 지시한 기관과 의료진 사이의 법적 책임도 불명확하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은 채 법안이 추진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충분한 법적 보호 없이 광역상황실이나 구급상황실이 환자 수용을 강제할 경우 전원조정센터와 구급상황실 근무를 거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심사 당시 소위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 시행을 담당할 응급의료 현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법사위 심사와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수용 기준과 의료진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