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료 포함 행위 분리하고 처방료 부활해야…소송 등 위험도 반영하고 의사양성 비용도 고려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는 진찰료 인상에 대한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진찰이라는 기본 의료행위의 중요성을 고려하고 진찰에 포함된 의료행위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찰료에 포함된 위험도를 반영하고 본인이 직접 투자로 이뤄진 의사 양성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에 초진료와 재진료를 30%씩 인상하고 처방료를 부활해야 한다고 건의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27일 열린 ‘바람직한 의료를 위한 진찰료 정상화 토론회’에서 진찰료 인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복지부는 진찰료 인상에 확답을 하진 않았지만, 의료계에서 마련한 첫 번째 진찰료 토론회라는 의미를 가졌다.
진찰은 본질적인 행위이자 모든 의료서비스의 출발점
“진찰은 의사의 가장 본질적인 행위이자 의료서비스 제공의 시작점 또는 전부다. 진찰료 규모는 의원 진료비의 59%를 차지하는 만큼 의료비를 가치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천안충무병원 김교현 예방의학 전문의이자 전 심사평가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진찰료 무엇이 문제인가’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 40년간 진찰료 정책에 큰 변화가 없었다.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올라갔으며 의약분업 때를 빼면 거의 변동이 없었다. 2001년 자원을 기준으로 한 진찰료 상대가치점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진찰료와 관련한 본인부담이나 가산을 확대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많이 관여했지만, 진찰료 자체가 인상되진 않았다.
김 위원은 “의료 제공자 입장에서 기대 이하의 진찰료가 발생하고 있다. 진료 시간을 최소화하고 양적으로 증가시켰다. 만성질환자 장기처방을 하지 않고 운영시간을 길게 운영하고 있다”라며 “의사의 본질적인 행위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의료이용자도 양질의 서비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 운영자는 보건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진찰료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에 따르면,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CMS)와 호주는 진찰료를 산정할 때 업무량을 고려하고 프랑스는 진찰료와 수가의 동시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진료과목별로 분리돼있다. 미국 CMS와 독일은 진찰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미국 CMS의 진찰료는 5단계로 나눠져있다. 3단계 기준으로 7만~8만원, 4단계 기준으로 10만원 정도로 이뤄져 있다.
김 위원은 “진찰에 대한 가산수가는 대부분의 나라가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만성질환 가산을 하고 있고 독일은 10분 상담에서 가산제가 있다”라며 “독일은 일차의료행위만 했을 때 진찰료를 가산했다. 전문의는 일차의료행위만 했을 때 일차의료 장려 가산이 있었다”라고 했다.
김 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보건기구(WHO)도 일차의료 강화가 필요하고 관련 인력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라며 "개원의들에 대한 보상체계를 높이고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위원은 “국내에서도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시범사업 모형이 나오고 있다"라며 "진찰료를 통해 무엇을 가장 먼저 해결할지 논의가 필요하고 대안적인 진찰료에 부합하는 진료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찰료와 의료행위 분리하고 처방료 부활해야
“의료계와 내과계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약 복용을 위한 설명 등 각종 행위량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현재 진찰료의 상대가치점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행위량이 늘었기 때문에 상대가치 점수를 올리고 처방료를 다시 부활해야 한다.”
대한가정의학회 김영재 보험이사는 ‘만성질환 및 고령사회 대책, 왜 처방료 부활인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김 이사는 “상대가치점수는 새로운 의료행위가 상대적으로 점수를 잘 받는다”라며 “그러다 보니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등은 진찰료 외에 보상받을 수가가 없는데, 정작 진찰료 인상이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진찰료 세분화를 통해 일차의료의 파이를 마련할 방안도 꾸준히 모색돼왔다"라며 "하지만 진찰료 개편을 포함한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눈앞에 두고 있는 관계로 진찰료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김 이사는 “건강보험 수가 도입 당시에 관행수가는 원가의 55% 수준으로 도입됐다는 것이 정부 발표자료에 있다”라며 “상대가치 연구를 하면서 재정중립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새로운 행위가 계속 추가되지만 진찰료의 상대가치는 변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황이 악화됐다”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2001년 진찰료와 처방료 통합은 재정 안정화 대책으로 나왔다. 당시 처방료 통합으로 12.5% 에 이르는 수가 인하효과가 있었다고 한다”라며 “불필요한 약 처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료를 없앴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약 외에도 주사를 처방하는 등 문화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낮은 진찰료로 의사와 환자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오히려 환자들이 진찰 자체보다 처방을 더 길게 내달라고 했다”라며 “진찰의 정의가 확립되고 진찰료에 포함된 의료행위를 분리해야 한다. 재정순증 없이 이뤄지는 의료행위는 분리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찰료의 적정수가를 보상해야 한다. 초재진의 산정기준이 개선돼야 한다"라며 ”진찰료의 상대가치 점수를 올리고 처방료를 다시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모든 의료행위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만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찰이 갖고 있는 가치를 감안해야 한다. 3차 상대가치점수 개선에서 진찰료 적정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종 의료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인 위험도도 반영해야 한다. 진찰을 통해 생긴 위험도를 조사하고 소송 등에 쓰인 비용을 진찰료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충분한 진료시간 보장하고 의사 양성 비용 고려하도록
대한내과학회 김현아 이사(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5분 이내로 진료하는 나라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과 같은 나라밖에 없다”라며 “한 시간에 보는 환자수를 통제하고 상급종합병원 평가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적정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 패널티가 돌아가지 않도록 병원과 의사 비용을 분리해서 지급해야 한다”라며 “장기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외래 환자수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정찬 연구원은 "의원급 외래 내원일수가 2007년 81.1%에서 2017년 75,1%로 줄었다. 반면 병원급은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박리다매식 3분진료 문화를 탈피하고 충분한 진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진료 환경이 보장될 수 있는 문화가 보장돼야 한다."라며"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적정 수가 보장과 각종 가산 항목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환자의 특수장비나 검사항목보다 환자에 대한 관찰과 지속관리가 중요한 진찰료나 행위료에 건보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임익강 기획정책부회장은 “진찰을 하려면 접수를 하고 수납을 하는 등 행정적인 철자가 따른다. 또한 진찰과 검사와 치료가 명확하게 할 수는 없다”라며 “진찰료에 개별 행위를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임 부회장은 “진찰료 논의는 대한의학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원가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만성질환 관리제는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재정인 것처럼 논의되면 안된다. 처치료 등의 별도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사를 양성하는 비용은 10년 전 영국에서만 6억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의대 입학부터 전공의 수련에 병원 설립까지 8~10년에 걸쳐 자기 투자를 한 사람과의 싸움이 계속된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의사 양성 비용 계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진찰은 의료행위의 기본이지만 진찰에 대한 중요성은 과소평가되고 있다. 외국에 비해서도 진찰료는 낮은 수준이다”라며 “수가정상화를 위한 첫 진입 단계가 진찰료다. 지난 10월 25일 초진료와 재진료를 각각 30% 인상하는 방안을 요청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정부는 단계적인 수가정상화를 위한 의미있는 조치를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길 바란다"라며 "하루빨리 진찰료를 현실화를 논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의료계 입장에서는 진찰료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바람직하고 자율적인 의료 환경을 이룰 수 있다. 이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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