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희 단장 공급자단체에 사과…"원치 않는 수치의 밴드 제시, 수가협상 만족하지 못할 수도”
병협 2차협상서 이례적으로 사과말씀...“재정소위에 소명했으나 난감할 정도의 수치 나와”
“31일 재정소위 결정 따라 이번 수가협상을 복지부로 넘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느껴"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내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수가협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지난 29일 열린 대한병원협회 2차협상 시작 전, 이례적으로 사과말씀을 전하며 최근 열린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예상보다 낮은 추가재정소요분(밴드)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건강보험 추가재정소요분은 9758억원이었으며 이번 협상에서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재정운영 소위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수치가 제시되며 마냥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건보공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의 수치 나와”
지난 29일 서울 당산 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건보공단과 대한병원협회의 2차 수가협상은 강청희 단장의 '사과말씀'으로 시작됐다.
강청희 단장은 “정식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수가협상을) 시작하겠다. 그동안 공급자단체에 근거 중심 (자료 제출의) 요청을 드렸고 병원협회 등은 자료 제출을 통해 수가 인상에 필요한 원인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하지만 지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2차회의 중 밴드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고 말씀드렸음에도 원치 않는 수치의 밴드가 제시됐다"라며 "앞으로 원활한 협상과 합리적 의사결정에 공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의 수치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강 단장은 “이 부분에 대한 이해를 먼저 드리고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먼저 말씀드리게 됐다”라며 “공단은 가입자의 요구와 공급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겠지만 그 폭이 줄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수가협상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청희 단장은 병협과의 2차협상을 마친 후 건보공단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나 이번 발언이 사전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였다고 밝혔다.
강 단장은 "병협이 보장성강화 정책에 적극 협조해왔다. 이번 수가협상의 결과가 보장성 강화 정책 진행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전이해 차원에서 설명했다"라며 "공단 협상단장으로서 가입자와 공급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지난 23일 열린 재정운영 소위에서 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들께 충분히 공급자들의 이야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재정소위 위원들에게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강 단장은 "현재 건강보험 적자는 예정된 적자로 1778억원에 불과했다. 앞으로 발생하는 적자도 문재인케어 5개년 계획 적자 범위 안에 머물 것이라는 확신 하에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운영 소위에서 최초 제시된 밴드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 유형별 수가 협상이 결렬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청희 단장은 31일 열리는 재정운영 소위의 밴드 결정 결과에 따라 이번 수가협상을 보건복지부로 넘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 단장은 "일정한 밴드 내에서 수가배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유형이 다 만족할 수 있는 수치가 제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전 유형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입자를 설득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중요한 부분은 전유형 결렬 또는 의료계 단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수치에 의해 결렬되는 경우에 공단 협상단 역할에 근본적 의문점 생길 수 있다"라며 "31일 재정소위 밴드 결정에 따라 이번 협상을 복지부로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밴드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강 단장은 "최초 제시된 밴드이기 때문에 앞으로 최종결정이 어떻게 날지 몰라 예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SGR모형 연구용역 통해 제도 개선...공단과의 협상의무사항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은 유감"
강청희 단장은 지속적으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던 SGR모형(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한 진료비 증가율)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제도 개선 계획을 밝혔다.
강청희 단장은 "수행하고 있는 SGR 연구용역 사항에서 빠져있는 부분도 있다. 노인의료비 증가, 노동환경 변화에 따른 노동량 자체의 고용창출효과 등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강 단장은 "실제로 비용이 지출되지만 의료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를 개선해서 하는 작업은 1년~2년 내에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강 단장은 "SGR 유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연구용역 통해 개선점을 도출한 다음, 각 가입자, 공급자와의 합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이번 수가협상에 논의를 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가협상 결렬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갔을 때 페널티가 없어 건보공단과의 협상의무사항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강 단장은 "결과적으로 가입자, 공급자가 합리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원만한 협상이 가능한 밴드 수치가 제시되지 않고 협상 여지가 없어진다면 앞으로 협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또, 협상 결렬 후에 건정심에 갔을때 페널티를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단과 협상의무사항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성의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강 단장은 의사 출신으로 건보공단에 온 이유가 선순환구조의 의료제도 정착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동시에 공급자들이 환산지수 인상에 대한 수가협상을 정책수행 관련 사전조건 등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단장은 "의사출신으로 공단에 오게 된 제일 큰 이유가 선순환구조의 의료제도 정착이다. 적정수가가 보장되고 국민들한테 적정부담이 설득되고, 적정진료가 환자들한테 이뤄질 때 선순환 의료제도가 정착된다"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선순환 의료제도가 정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비급여를 급여화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라며 "가입자도 재정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고 공급자도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이탈하는 문제가 생긴다면 앞으로 정책 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라고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꼭 환산지수인상에 대한 수가협상을 공급자들이 정책수행에 관계한 사전조건이나 사후 배려 차원에서 인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라며 "수가협상은 매년 이뤄지는 환산지수 협상에 불과한 것이다. 정책수행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급자의 보다 많은 요구,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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