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연세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1일 1년 반 이상 지속된 의정갈등 상황을 회고하며 "정부의 완강한 태도 변화를 결국 이끌어내지 못한 채 사태가 장기화된 점은 뼈아픈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교수 휴진 투쟁이 다시 추진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언급됐다.
8월 말 활동을 종료한 연세의대 교수비대위는 이날 의정갈등 사태 최종활동보고서를 통해 "교수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단합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의정사태에서는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부분 휴진 및 기한이 없는 휴진 투쟁을 이끌 만큼 높은 결속력과 희생정신을 보여줬다"고 그간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의정갈등 당시 교수비대위의 방향성 결정에 대해서도 이들은 "우리 교수 비대위는 전공의와 의대 학생의 지지 내지 옹호자 역할 수행의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교수가 실제로 사직하거나 장기 파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와 같은 입장인 의대 교수비대위도 있지만, 의정사태 해결의 협상자 역할을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의대, 해결방법으로 시민사회와 연대해야 한다는 의대, 입장이 모호하거나 밝히지 않은 의대가 있고 서로 갈등했다"며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의정사태를 해결하는 것을 전의비의 대외 입장으로 정리하려는 의대와의 충돌은 회의 때 마다 계속됐다"고 회상했다.
교수 휴진 투쟁의 한계도 지적됐다. 비대위는 "6월 27일부로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휴진 기간은 2주로 이후 지속 여부는 교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며 "전공의 사법처리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고 정부가 더 이상 술책을 쓰지 말고 정당한 방법으로 문제해결에 임하게 함과 동시에 다소 암묵적으로 무기한 휴진투쟁을 통해 전공의와 의대 학생이 협상에 임하기를 바라는 의미였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러나 설문 참여 교수가 전체 교원의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기한이 없는 교수 휴진을 두고 교수 비대위 내부에서는 무기한 교수 휴진이 교수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투쟁 방법이며, 이후에는 다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실제 외래세션 전체를 휴진한 세션 수가 2024년 6월 27일과 28일에는 30%를 넘었고, 초기 2주 동안에는 매일 평균 20~25% 수준으로, 전체 평균 22%로 파악됐다.
비대위 활동의 아쉬운 대목으론 정부의 완강한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이 꼽혔다.
교수 비대위는 "정부의 완강한 태도 변화를 결국 이끌어내지 못한 채 사태가 장기화된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애초 목표였던 정부의 정책 철회나 전공의와 의대 학생의 빠른 무사 복귀는 2025년 4월 시점까지 달성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환자 진료의 제약과 의료인력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민 불편도 커지고, 일부 여론의 피로와 비판이 생겨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수 비대위도 이런 투쟁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부 스스로 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버틴 이상, 의료계로서는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투쟁 방향성과 의료계의 과제에 대해 이들은 "모든 투쟁에는 단결도 중요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기에 각자 서있는 입장에 따라 생기는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투쟁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라며 "교수와 전공의 사이, 교수와 의대 학생 사이, 교수와 병원 경영자 사이, 교수와 교수 사이, 전공의와 전공의 사이, 의대 학생과 의대 학생 사이 관계 회복이 중요한 숙제"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 갈등은 이번의 입장 차이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의료계 내부의 모든 구성원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과 인생관의 낡음에서 비롯된 것 역시 매우 크다"며 " 전공의 사직으로 드러난 대학병원들의 전공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진료 형태나, 교수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