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국내 확진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감염병 대응 예산은 메르스 이후 감소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체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학계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감염병 대응 관련 정책 기조 비판이 거세다. 감염병 등 바이러스 연구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투자가 기본이지만 사건에 따라 투자를 늘리고 줄이기를 반복한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바이러스‧백신연구 전문가인 김경현 고려대 생명정보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바이러스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확실히 늘려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는 연구 투자의 지속적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다.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예산(R&D)'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이후 2016년에 273억, 2017년 282억, 2018년 284억 등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33억 삭감된 251억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90억 삭감된 161억 원에 그쳤다.
또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종합정보지원시스템은 지난해 15억에서 올해 8억 원 수준으로 줄었고 '신종감염병 위기상황관리비'도 2018년 129억에서 올해 48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위원회 과학검증위원장(고려의대 예방의학과)는 “2년간 정부의 감염병 위기관리 예산이 줄어든 것은 매우 가슴 아픈 대목”이라며 “정부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서 위기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이 위기가 재발되는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메르스 이후 감염병 예산, 인력, 인프라에 있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며 “의료계는 가슴 아픈 경험이 재발되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과제를 개발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건당국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 사업단’을 만들어 실용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복지부뿐만 아니라 방역체계 구축을 위해 범부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사업단은 5년에 걸쳐(2018~2022년)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감시망과 예측모델 구축으로 감염병 사전 대비 능력을 확보하고 고감도 멀티 채널 진단키트, 개인보호구 국산화 등을 통해 현장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ICT 기반 자가 격리자 최적모니터링 등으로 감염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 이후 즉각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연구개발이 지연됐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연구가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메르스 이후 2016년에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계획이 수립됐지만 사업단 공식 출범까지 2년이 걸렸고 다시 기술 사용화까지는 수년이 더 남았다”며 “기술 상용화에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었다면 좀 더 일찍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경현 교수는 “정부가 지금까지 행태를 보면 사태가 벌어지면 투자를 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사업단 설립을 좋은 본보기 삼아 국가 주도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투자에 있어서도 역학조사관 등 인력 증원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일 정의당 긴급 대책회의에서 “특히 인력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역학조사관은 현재 질본 소속 77명, 각 시도 소속 55명 등 총 132명이다. 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에 너무나 부족한 숫자”라며 “역학조사관 양성에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는 향후 인력 확충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