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무증상 환자, 3차 유행 본격화…무너져가는 일차의료기관에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자
[칼럼]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12월 3일 수능을 앞둔 가운데, 최근 며칠 연이어 코로나 확진자가 400~500명을 넘어섰다. 전국 동시다발적인 크고 작은 집단감염과 지역감염, 더 나아가 깜깜이 감염으로 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의료계와 전문 학회는 이미 계절적 요인과 수도권 감염 등의 위험에 대해 수도 없이 경고하며 적극적인 중환자병상 확보 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항상 한 박자 늦는 정부는 이제서야 코앞에 닥친 병상 부족에 자가 치료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 국가의 의료체계를 총 동원해 효율적으로 대처를 해야 함에도 의료체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차의료기관은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이미 그 존재감이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일차의료기관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건조한 겨울철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감기나 미열 등의 증상을 진료하는 대부분의 일차 의료기관의 경우 조금이라도 코로나19가 의심되면 선별진료소나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야 한다. 확산 때마다 길게 늘어선 보건소 선별진료소나 경증환자임에도 상급병원으로 몰려드는 불편은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하기도 하지만 진료 받고 간지 며칠 지난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됐다는 날벼락 통고를 받고 자가격리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의사의 판단을 도와줄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일차의료기관에서 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신속항원검사는 짧은 시간 안에 진단이 가능하다. 기존 PCR 검사법보다 많은 장비가 필요 없고 비용이 저렴하며 편리한 사용 방식으로 이미 해외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미 국내 신속항원검사 키트 제품을 의료기관 사용 용도로 허가했다.
물론 신속항원검사는 기존의 PCR검사에 비해 위음성, 위양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무증상인 경우도 많고 감염 초기에 전파력이 높아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 대책 없이 코로나19 환자를 맞아야 하는 동네의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의 시행만으로도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데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의료인이 직접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시행하는 표준화된 검사법과 마스크, 고글, 안면보호구, 장갑 등의 착용으로 정확도 및 안전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또한 검사결과 양성으로 나올 경우에도 의료진에 대해 무조건적인 격리가 아니라 진료공백이 오지 않도록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역 지침을 정한다면 과부하가 걸리는 선별진료소의 부담을 줄이고 일차의료기관의 정상적인 진료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이 중요한 시점에서 코로나19 검사 확대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확진 환자 진료로 ‘자가격리’ 경험의사 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료에 임한 경우 단 한 명의 의료진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 이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치료제와 예방 백신의 개발을 앞두고 맞는 올 겨울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개인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해 나가는 등 정부의 지침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일차의료기관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기존 PCR 검사를 보완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확진자, 그리고 진료로 인해 불가피하게 밀접접촉한 의료진과 의료기관을 색안경 끼고 죄인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 이상 감염차단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건당국은 의료현장에 맞지 않는 호흡기전담클리닉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일차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적극 추진해 무너져가는 의료전달체계를 하루 속히 회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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