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죽어가고 국가는 망해간다...2026년 의대 신입생 선발 멈추고 의대증원 정책 완전 철회하라
[칼럼]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기고는 박인숙 전 의원의 '의료붕괴TV' 인터뷰 원고를 발췌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의료 붕괴가 시작된 지 1년이 됐으나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국민만 깊은 골병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슈가 국내외 모든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의료 붕괴는 국민적 관심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공부에 매진해야 할 의대 휴학생 1만 8000명은 목표를 잃은 채 방황하고 있고 1만 2000명 사직 전공의들은 비 필수의료로 내몰리거나 아예 의료 현장을 떠났고 이들이 떠난 자리를 메우느라 몸과 마음의 피로가 극에 다다른 대학병원 교수들도 대학병원을 떠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통은 환자들과 가족들 몫으로 이 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지역의대 교수들과 종합병원 의사들도 공백이 생긴 수도권 의료기관으로 빨려 가면서 지역의료 붕괴에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학생과 전공의들이 떠난 결과 이미 위태롭던 필수의료가 폭삭 주저 앉았습니다. 휴학 중인 학생들이 이번 3월에 전원 복귀한다고 가정하면 올 1학년은 7500명이 함께 교육받고 졸업 수 수련도 함께 받고 그 후 취업시장에도 동시에 나가게 되는 대단히 안타까운 학년이 될 것입니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철회되지 않는 한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당장 올해 신규 의사 배출이 작년의 8.8%, 269명에 불과하고 전문의 배출도 작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재앙적 예측이 현실이 됐습니다.
기적처럼 오늘 2000명 증원이 취소돼 전공의들이 복귀한다고 해도 그 수는 30% 정도로 매우 적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그러면 전문의 배출도 줄어들 것이고 이 모든 것이 원상복귀 되는 데 최소한 10년 이상 걸릴 것입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전문의를 배출할 전공의 지원 자체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자면 사직한 산부인과 전공의 436명 중 올 상반기 복귀는 단 1명 뿐입니다. 즉 아이 받을 산부인과 전문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요약하면 의사수를 늘려서 필수의료, 지방의료를 살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이 아이로니칼하게도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날려버렸습니다.
의료만 망한 것이 아닙니다. 이공계도 초토화되면서 국가 기간산업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책 실패로 말미암아 원래부터 있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의대 증원 때문에 빠르게 더 나빠졌습니다.
올 입시에서 n수 수험생 수가 20만명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의대 쏠림과 이공계 이탈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중국 발 AI 딥시크(DeepSeek) 발표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심한 의대 쏠림과 이공계 기피현상과 대비되며 충격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과학 발전을 따라가는 것 만도 벅찬데, 우리 정부는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발목을 잡고 있는 꼴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구치소 정치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래서 인지는 알 수 없으나 2000명 증원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습니다. 미래는 모릅니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질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입니다.
무정부 상태와도 같은 입장에 처한 정부는 근본 원인은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위원회, 공청회, 협의체와 같이 이름도 애매하고 결과도 믿을 수 없는 각종 기구들을 만들면서 의협과 협상하자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로베이스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안하다고 진정성 없는 사과까지 합니다.
이런 말에 현혹돼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권한도 없는,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부역자이자 공무원일 뿐입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내란 동조자로 피의자 신분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의협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는 있겠으나 큰 기대를 할 근거는 없습니다.
몇 달 후면 사라질 가능성이 큰 현 정부의 ‘결정권자’ 들은 국가에 대한 마지막 헌신과 봉사 차원에서 과감하게 2026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을 완전 철회하고 그런 후 학생들과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해야 합니다.
지금은 총체적 국가 재앙 상황입니다. 의료 붕괴는 국민생명을 건 윤석열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앉아서 대한민국이 파괴되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당장 해야 합니다.
첫째, 정답은 분명합니다.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 선발을 한 해만 멈추고 그 후부터의 의대 정원은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것이 정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의사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일관성 있게 주장해야 합니다. 2026학년도 의대 입시 준비생 들로부터 엄청난 항의가 예상되지만 더 큰 국가적 재앙을 막으려면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둘째, 휴학중인 학생들이 인생의 황금기를 더 이상 낭비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휴학 상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 지 알 수 없지만 단 하루라도 이들이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선배들이 도와야 합니다. 의협을 위시해서 학회, 동창회, 등 여러 기관들이 고유 업무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공부모임, 독서모임, 운동모임, 국 내외 봉사활동, 연구소 도우미, 견학, 여행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지원해야 합니다.
셋째, 엄격한 법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지난 1년 간 윤석열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취한 온갖 초법적, 불법적 조치들과 거짓말들을 샅샅이 따져보고 법적 대응을 해야 합니다. 의료붕괴의 주요 조력자인 장,차관, 대통령실 수석들, 김윤의원 등을 대상으로 행정소송, 형사소송, 민사소송을 내야 합니다.
정부의 직권 남용, 직무유기, 국민의 생명권 침해, 학생의 학습권 박탈, 전공의들의 수련 받을 권리박탈, 대학 자율성 침해, 그리고 수조원에 이를 수련병원들의 피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작년 한 해 정부가 의료붕괴 대책으로 3조 3000억원 이상의 국민세금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국고손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또한 수 천명에 달 할 초과사망에 대한 피해보상도 물어야 합니다.
소송 뿐 아니라 국회 청문회와 특검도 필요합니다. 의료 붕괴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가 과거의 대형 참사의 사망자 수를 훨씬 능가할 뿐 아니라 재정적 손실도 엄청납니다. 국회 청문회와 특검 요구조건이 충분해 보입니다.
한 사람의 아집으로 초래된 국민적, 국가적 피해가 너무나도 막중합니다. 철저한 조사와 응징, 나아가서 재발방지 방안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넷째, 이번 의료붕괴 원인 중 하나인 전공의 수련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으면 전공의 복귀는 어렵습니다. 과목별 선발 숫자와 수련제도 등이 바뀌어야 합니다.
다섯째,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사법리스크를 줄이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필수의료는 아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법 제도부터 바꾸어야 하지만 일단 법조인에 대한 계몽도 필요합니다. 필수의료가 무너지면 결국 국민이 피해자가 됩니다.
여섯째, 의료제도개혁도 물론 필요합니다. 의료전달체계, 비보험제도, 민간보험제도, 자동차보험의 의료비 지원제도, 의료이원화 등 주요 의료제도에 근본 변화가 필요합니다. 부도덕한 의사들 물론 있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개혁 이슈들과 의대 정원 문제를 연계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난제들에 대하여 지금 대책을 마련해 두자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질끔 내어놓는 땜빵식 대책들은 무의미 합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완전 철회한 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 가면서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고쳐 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의대증원의 완전 철회입니다. 이 순간에도 국민은 죽어가고 있고 국가는 망하는 길로 들어서 있습니다. 임기를 몇 달 밖에 남기지 않은 대통령 대행, 장 차관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고통받는 국민이, 망해가는 국가가,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3만명 청년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습니까?
당장 2026학년부터 2000명 증원을 멈추고 올해 신입생 포함 의대 1학년 7500명의 구체적인 교육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추가 말씀드립니다. 어제 발표된 미필 전공의 문제는 사직 전공의에 대한 괘씸죄, 보복 같아 보입니다. 지금 무정부 상태에 버금가는 비상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복귀하지 않는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잔인한 보복조치를 취하는 악랄한 정부입니다. 의협이 이런 정부와 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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