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09 02:55최종 업데이트 23.09.09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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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종교 권유한 의사, 잘못일까?…영국 법원 "선 넘은 것 맞지만 위법은 아니야"

ADHD 증상 호소 10대 환자에게 자신의 종교 권한 영국의사…정치·종교 등 개인 신념 강요 할 수 없어

사진=영국 BBC 홈페이지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환자에게 자신의 종교를 권유하고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한 영국의 의사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 

8일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 의료법정인 MPTS(Medical Practitioners Tribunal Service)는 입원 환자에게 특정 종교를 권유한 혐의를 받는 리처드 스콧(Richard Scott) 박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영국 마게이트에서 일반의(GP)로 근무하고 있는 리처트 스콧 박사는 2022년 8월 심각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증상을 호소하는 19세 남성 환자 A씨를 진료하게 됐다. 

당시 A씨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정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스콧 박사는 A씨에게 자신의 신앙에 대해 얘기를 나눈 뒤, 함께 기도하고 성경을 건냈다. 

그러나 치료가 시작된 지 2주 후 A씨의 어머니는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스콧 박사가 A씨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를 강요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환자 가족 측은 "성인도 되지 않은 십대 환자에게 의사가 종교적인 얘기를 시작했을 때 A씨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며 이는 의료진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스콧 박사는 환자에게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대신, 진료를 시작하면서 심리적 상담을 진행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종교 관련 얘기가 나온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스콧 박사는 "환자들에게 종교를 강요하거나 영적인 논의를 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제안하고 격려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2012년에서도 스콧 박사는 유사한 사건으로 두 차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영국 국가의료평의회(General Medical Council:GMC)는 스콧 박사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기 위해 의사의 지위를 남용했다고 경고 서한을 보냈다. 

GMC 지침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의료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종교·도덕 등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를 강요할 수 없다. 

환자가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개인적인 신념을 강요, 환자의 고통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도 "스콧 박사가 선을 넘은 행동(overstepped the boundaries)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위법 행위로 간주될 정도로 심각한 행위는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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