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온갖 정치적 사안에 관여하고 폭력시위를 자행했던 단체다. 그들이 했던 대로 집회나 시위의 자유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대한의사협회의 집회나 시위의 자유 역시 소중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자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16일 오후 1시 서울시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민주노총 5개 단체의 비판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 소속 보건의료노조, 건강보험노조,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민주노총 소속 무상의료운동본부 5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의협은 20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라는 집단행동을 통해 가계 부담의 주범인 비급여를 존치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라며 "현재와 같은 이윤창출 구조를 존속하는 것이 의협의 속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의 요구와 무관한 특정 직능의 이권과 결부된 왜곡된 관점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제1야당의 대표(홍준표 대표)가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의협은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본질을 왜곡하는 선동적 언동을 지극 즉시 중단해야 한다"라며 "국민 편익과 직결된 정부 대책을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고, 의협의 태도에 보건복지부도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 공급 부문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과 획기적 보장성 강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 반대 이유, 의사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와 도산
최대집 회장은 “의협은 의사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몫이나 수가, 진료비, 수익 등 누리던 경제적 이득보다 더 큰 이득을 위해 집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본질적인 자유가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를 두고 '기형적인 의료사회주의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최 회장은 “의사들처럼 직업적 행위에 대해 국가와 사회에 간섭을 받는 직종은 없다”라며 “의사의 교육, 수련, 양성, 병원 설립 등까지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맡겨놓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체제로 병원 운영까지 책임지게 하면서 의사들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의 비판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의사들은 건강보험의 강제지정제를 통해 대부분 필수적인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주장하고 있다. 비급여가 사라지면 의사들의 자유는 하나도 없어져 버린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 속에서 의사라는 소수 직군만 국가와 사회가 자유 제한을 강요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유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노예제나 신분제도 찬성하는 사람만이 의사에 대한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를 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초저수가 상황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급진적으로 진행하면 의사 자체가 존속할 수 없다”라며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200병상 미만의 의료기관의 50%가 2~3년 안에 도산할 것으로 예상했고, 직관적으로 봐도 해당 의료기관의 30~40%가 3년안에 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의 93%가 민영의료기관이다. 의료공급자들의 인프라가 무너지면 환자들이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한다. 이는 곧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붕괴를 의미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를 5월 20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통해 정치권, 정부, 언론 등에 주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확대 전제 속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해야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에서 제시한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치 70%보다 보장성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무상의료본부의 “의협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반대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라는 단일화된 사회 보험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해마다 소폭이라도 오른다"라며 "건보료가 오르는 만큼 단일화된 사회보험 제체에서 단계적으로 보장성이 늘어나야 한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건강보험 체계 자체가 보장성 강화를 의미한다. 보장성을 약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며 "다만 건강보험 재정의 범위 안에서 보장성이 늘어나야 옳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보장성 강화 주장을 해야 한다. 보장성은 문재인 케어 목표치보다 높아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의사)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의료 외에 많은 요인이 추가돼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수가를 인상할 수 있는 재정 투입이 늘어나야 하고 전국민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라며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 지금처럼 국민들이 자유롭게 의료 이용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의협은 보건의료 문제에 있어서 내부적인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최고의 의학적인 전문가단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인 문재인 케어는 진정한 의미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아니다. 왜곡되고 뒤틀린 보장성 강화 정책”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는 국민들에게 의료이용 선택권 제한을 가져오고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가져온다. 국민들은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라며 “의사들의 이익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려면 단기간에 졸속으로 이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하려면 의료계와 긴밀한 협의를 하고 국민을 설득해서 점진적으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건강권 제한 측면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 주장 펼칠 것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로 비급여가 대폭 급여화되면 치료에 제한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의사들이 치료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라고 했다. 가령 면역항암제 옵디보나 키트루다 등의 사례를 들어 급여기준이나 심사기준으로 사람의 생명이 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비급여의 급여화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고 졸속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 의협이 선동적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상의료본부가 선동을 하고 있다”라며 “무상의료본부가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의협에 자문을 구하거나 연구를 통해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보건의료 문제는 편익이 아니라 생명권과 건강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비급여라면 지금처럼 졸속이 아니라 과거에서 해왔던 것처럼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급여화를 하게 되면 의료계는 손실이 발생한다. 급여기준으로 치료가 제한되고 많은 부분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필수적인 비급여에 한해 의학적 기준에 따라 단계적이자 점진적으로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면 얼마든지 협조할 용의가 있다. 의협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이유를 두고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 것을 무상의료본부에 엄중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무상의료본부는 복지부에 의협과 대화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라며 "복지부가 의료계와 합의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문서화하고 단기간 내에 급여화를 추진한다면 의협도 찬성 자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의료현장에서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에서 해당 급여화 1가지를 추진하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라며 “관련된 전문 학회 등의 거듭된 의견에 따라 급여 기준과 적절한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 급여화될 때 앞으로 의료이용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적절한 시뮬레이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개별 의료행위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집단적 소견이 모두 들어가야 합리적인 수가를 만들 수 있고 의료이용에 대한 수요를 알 수 있다”라며 “의학적 기준과 환자를 생각해서 급여기준과 수가를 만들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공공의료재원을 대폭 확대하고 공공의료기관을 늘리자는 무상의료본부의 주장 역시 뜬구름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전체 의료기관의 93%이 민간의료기관이다. 그만큼 보건의료제도는 민간 의료기관에 온전히 의존하고 있다. 거기에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라는 의사들의 자유 제한 정책을 펴서 사회보험을 이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료공급에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무상의료본부의 주장도 일견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른다”라며 “보장성 강화를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의협의 집회는 절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다. 중환자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숭고한 의사로서의 사명과 필수적인 의학적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데 있다. 환자들의 의료이용 선택권과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 간담회 계속…국민 여론 설득 자신 있다
그는 14일 마련된 자유한국당과의 간담회에 대해서는 “의협과 한국당이 공동서약서를 통해 문재인 케어 전면 재검토라는 공동 대응을 하기로 했다. 115석의 제1야당은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당과 문재인 케어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재검토하고 수정해서 제대로 된 보건의료정책을 만들어보겠다"라며 "다른 정치세력이나 시민단체 세력, 종교세력 등과 언제든지 대화하고 연계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미 4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에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들이 접촉을 해오거나 간담회를 갖자는 제안이 없었다”라며 “한국당 외에도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에 공식적으로 간담회를 요청했다. 다른 정당들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정치권과의 간담회를 계속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무상의료본부가 주장한 대로 태극기 부대의 극우파라거나, 진주의료원을 파업시킨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데칼코마니라는 표현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간 내에 국민들의 피상적인 여론이나 충분한 사실을 제공받지 않은 상태의 여론은 관심 없다"라며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비판적인 검토를 한 신중한 여론이자 민심만 의식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국민 여론전은 중장기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궐기대회 이후 일시적으로 많은 국민이 비판을 하는데 대해 개의치 않는다"라며 "의협은 국민 건강을 위해 일관된 주장을 하겠다. 의사들이 의학적 원칙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한다고 말한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다시 한 번 “의협은 보장성 강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건강보험 특성상 단계적으로 건보 재정이 확보되는 가운데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는 재정 확보 없이 왜곡된 보장성 강화 정책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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