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21 23:24최종 업데이트 21.12.2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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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의료∙경증질환 중심 비대면 진료 가능성...의료진 참여 '경제적 유인책' 관건

국회 토론회 참석자들 국민건강 증진 최우선 공감대...복지부 "의정협의 거쳐 추진, 비용 고려 중요"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비대면진료의 미래’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의약계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반대 의견이 우세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이상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1일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전용기 의원과 한국원격의료학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공동주최로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비대면진료의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비대면진료 도입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 건강증진이 돼야한다는 데 공감했으며, 1차의료기관에서 경증∙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특히 의료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경제적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료계∙산업계의 의견이 일치했다.

환자 편의성∙미래의학 대비 위해 필요...가치기반 지불체계 도입 주장도

발제자로 나선 한국원격의료학회 백남종 학술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장)은 그간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가 거셌던 것은 산업적 측면이 중점적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 위원장은 “산업적인 부분은 따라오는 것이고, 이제는 환자의 편의성과 미래의학 준비라는 측면에서 원격의료를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의료는 공공성이 어느 정도 담보돼 있기 때문에 영리화 우려는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면 도입을 하기엔 의료계의 반발 등 해결해야 할 난관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비교적 쉬운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백 위원장의 제안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격리상황을 시작으로 의료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 대상, 만성질환 모니터링, 단순 재처방, 공공의료 등으로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자는 것이다.

원격의료 도입후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우려에 대해 개원가와 대학병원의 상생 모델 구축을 제안했으며, 의사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선 수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 입장에선 원격의료 시 오히려 시간이 더 소요돼 현행 행위별 수가 체계하에선 수익적 측면에서 매력이 없다”며 “가치기반 지불체계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원격의료학회 백남종 학술위원장,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오수환 공동회장.

1차의료기관 중심∙경증질환 대상 시행...진료시간∙영역따른 수가 차등 필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오수환 공동회장(엠디스퀘어 대표) 역시 도입 초기에는 적용 대상을 좁혀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오 회장은 “비대면진료는 여러 제한점이 있어 모든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증질환∙만성질환∙정신과질환 등 비대면 진료가 효과적인 부분부터 시행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의료기관은 1차의료기관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진료 특성상 경증∙만성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1차의료기관에서 시행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만, 1차의료기관에서 판단이 어려운 고난이도 환자에 한해 상급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오 회장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오 회장은 의료기관당 일일 비대면 진료 가능건수의 상한을 두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의료계의 참여를 위해선 수가와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현재 전화상담관리료가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진료시간이나 영역에 따른 수가 차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 회장은 “의료는 국민건강을 위한 공공재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과도한 상업적 영리위주 행위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의료계 참여 경제적 유인 중요...비급여라도 고려" "대형병원 쏠림∙의료사고 지나친 기우"

이어진 패널토론에 참석한 서울시의사회 이세라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원격의료에 찬성 입장이라고 밝히며, 수익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 참여할 의사들이 적지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부회장은 “원격의료에 대해 진료비 선불제도를 도입하고 일당 처방료 등을 부활한다면 규제 속에서도 누군가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 안 되면 합의비급여, 법정비급여를 통해서라도 할 수 있다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택시, 배달앱, 야놀자 등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인한 기존 영업자들의 상황이 어떤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의사들이 원격의료에 무조건 참여하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수익적 측면에서 인센티브 제공이 문제를 풀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원격의료를 밀어붙일 경우엔 지난해 의료계 파업과 같은 거센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부회장은 이 외에도 원격의료에 필요한 시설∙장비 예산 및 플랫폼 개발지원, 법령 규제 완화 등과 의사 1인당 하루 비대면진료 환자 수 제한을 주장했다.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는 "올해 12월 초까지 국내에서 310만건 가량의 비대면진료가 시행되면서 대형병원 쏠림과 의료사고 등에 대한 우려가 지나친 기우임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300만건이 넘는 비대면진료 중 76.5%가 1차의료기관에서 이뤄졌으며, 의료사고도 전무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또한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1인당 진료 횟수는 17회로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고 있고, 경증환자∙반복처방 환자들도 짧은 진료를 받기 위해 평균 20.8분을 대기하고 있다”며 “병원까지 이동시간과 비용까지 감안하면 비대면진료는 매우 효과적인 진료체계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를 정하는 데 있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나 만성질환자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 역시 비대면진료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늦은 밤 아이가 갑자기 아파 급하게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부모들, 이동시간과 긴 진료대기 시간 탓에 반차를 써야하는 직장인 등이 그 예”라며 “보편적 의료체계 구축이란 관점에서 대상 환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진료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산업계도 느끼고 있다”면서도 “전 세계적 추세와 많은 환자들의 요구를 고려하면 이제는 비대면진료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안정적인 도입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 이세라 부회장,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고현우 과장.

"필요성 공감...소비자 부담 증가엔 반대" "의정협의 거칠 것...의료비용도 고려 필요"

소비자 단체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대 일색이던 시민사회 내에서도 비대면진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대면진료 도입이 소비자들에게 추가적인 비용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비대면진료는 디지털화와 고령화 사회 대비를 위해선 꼭 필요하다”며 “1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대면진료의 보조적 서비스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면진료 시행 시 의료계에 제공될 추가 인센티브와 관련해서는 “투입되는 비용과 효과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는 방식의 비대면진료 서비스 발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1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선제적 시행을 검토중이라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고 과장은 “해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비대면진료 방향을 만들어 나가겠다"라며 “일단은 1차의료기관에서 먼저 시행하며, 취약계층∙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고 과장은 또한 “국가의 의료비는 국민이 동의하는 수준에서 책정된다”라며 “비대면진료를 시행해서 지금보다 진료비가 30% 이상 증가하고 추가로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실상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이든 비급여든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 의료계, 산업계가 다 이익이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려면 어딘가에선 비용을 댈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도 고민하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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