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10 07:03최종 업데이트 23.03.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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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비 싸게 해줄테니 365일 진료하고 운영비는 알아서"...서귀포 '민관협력의원' 지원 의사 '0명'

수익성 남기기 힘든 구조에 의사들 지원 기피…제주도의사회,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 우려해 반대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약국 사진=서귀포시 유튜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민관협력의원'에 의사가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취약지역의 야간 및 휴일 진료 공백을 해소하겠다는 시의 포부와 달리 의사들은 공공도 민간도 아닌 민관협력의원 모델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민간 의료기관과의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모형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시에서 건물·시설 싸게 임대해주고, 야간·주말 365 운영하게 하는 '민관협력의원' 모델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귀포시는 2019년부터 읍면 주민들이 평일 야간, 주말, 휴일에 간단한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취약지 민관협력 의원‧약국 사업을 계획했다. 

서귀포시 읍면 지역은 노인 인구 비중이 높다. 그렇다 보니 만성질환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주민이 많다. 야간이나 휴일은 종합병원 응급실로 주민이 몰려 정작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에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읍면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률을 낮추기 위해 2019년 전국 최초로 민관협력 의원‧약국을 유치하게 됐다.

이에 서귀포시는 2021년부터 42억 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원에 의원동 885㎡과 약국동 80㎡의 건물과 시설을 건립했다. 

특히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은 1층에 진료실과 처치실, 방사선실, 검진실, 물리치료실과 주사실로 이루어져 있고, 흉부방사선, 위‧대장 내시경, 복부초음파, 물리치료장비 등 의료장비 15종 46대가 설치돼 있다.

서귀포시가 부지와 시설, 고가 장비 인프라에 투자해 이를 소유하고, 민간 의사와 약사에게 장기 임대를 통해 독립채산제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모형이다. 

서귀포시가 제시한 시설사용료는 재산평정가격의 1000분의 5인 867만1870원, 물품대부료 평가액의 6%인 1518만원으로 총 2385만1870원이며 5년 단위 임대다.

단 의원은 휴일과 야간(22시까지)을 포함해 365일 운영하고,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의료인력도 내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지자 중 1명이 포함된 2~3명 이상 의사의 진료팀을 운영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서귀포시는 이번 사업이 '민관협력' 모델인 만큼 민간 의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박형근 단장은 "도 운영비 지원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운영비 지원을 하면 간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 운영비 지원 최소화하고 운영비에 기대서 독립채산제 기반으로 운영해야 열심히 환자 진료를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본다"며 "참여 의사들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사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서귀포시는 2월 15일부터 3월 3일까지 17일간 모집 공고를 마감하고 3월 19일까지 인력채용 등 개원 준비를 마쳐 20일에는 의원과 약국을 개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모 결과, 약국에는 약사가 8명이 입찰에 참여해 기초가 대비 낙찰가가 3배 오르는 등 인기를 보였으나 의원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으며 낙찰이 유찰됐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보건소 측은 향후 의원 운영자를 모집하기 위한 재공모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서귀포시 유튜브

운영 조건 까다로운데 수익 남기기 힘든 구조…제주도의사회 "또 다른 공공병원, 반대"

이처럼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애매모호한 민관협력 의원의 정체성에 있었다.

민관협력 의원은 저렴한 임대 대신 야간과 주말 의무 운영이라는 공공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공은 필연적으로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형태지만, 민관협력 의원을 운영해야 하는 의사는 독립채산제 형태로 의원을 운영하기에 의료인력 고용을 위해서도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 의원은 태생적으로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도의사회 김용범 회장은 "이번에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 의원이 설립된 지역은 환자가 많은 곳이 아니다. 당연히 주말과 야간 환자도 많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해당 의원은 의무적으로 야간과 주말에도 의사들을 고용해 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실상 수익성을 남기기 힘든 구조이다 보니 의사들이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야간과 주말 진료 등 의무에 더해 건강검진기관을 지정받아야 한다는 점, 내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지자 중 1명이 포함된 2~3명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는 점 등 운영 조건이 까다롭다. 하지만 별다른 예산 지원은 없다는 점도 의사들에게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김 회장은 제주도의사회 차원에서도 결코 해당 사업에 동조해 협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귀포시 보건소가 주체가 되면서 서귀포시의사회에 사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제주도의사회 차원에는 한 달 전에야 소식을 알렸다"라며 "일단 서귀포시의사회는 반대 의견을 냈으며, 제주도의사회에도 미리 의견을 물었다면 반대 의견을 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공도 민간도 아닌 애매한 민관협력의원이 주변의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하면서 회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다.

김 회장은 "서귀포시는 의료취약지에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원을 세운다고 하지만 그 지역이 결코 무의촌이 아니다. 주변 인근에 의원들이 많이 있다. 야간까지 운영하는 의원은 없다고 하지만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빠르면 20분밖에 안 걸리는 지역"라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기존 민간 의료기관과의 경쟁에 대한 우려 사항에 평일 낮 진료는 선택사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신 평일 오후 6시부터 10시,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정상 진료를 하는 것을 필수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이에 김 회장은 "민관협력 의원은 기존 병의원과 경쟁할 수밖에 없고, 야간과 주말까지 운영한다면 기존 회원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또 하나의 공공병원을 세우는 것과 같은 민관협력 의원 모형에 의사회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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