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종양학 분야 초기 투자 절반 이상 감소…몇년간 관심 줄었던 희귀 분야 투자는 다시 증가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벤처 캐피탈(VC)들이 기존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고 여전히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올해 상반기 바이오제약 분야의 초기 단계 투자가 지난해보다 40%, 2021년보다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최근 2023년 상반기 HSBC 벤처 헬스케어 리포트를 발표하고 미국과 유럽에서의 바이오 VC 투자 동향을 소개했다.
상반기 전체 바이오제약 VC 투자는 총 320개 딜과 10억6000만 달러 규모로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했을 때 바이오제약 투자는 안정적이었으나, 연간 수치로 환산했을 때 2021년 대비 30%, 2021년 대비 45%, 2020년 대비 20% 감소하며 최근 3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는 "2023년 상반기 하이라이트는 VC가 시리즈 B 거래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의 시리즈 A 거래가 내부자 자금 조달로 마무리됐던 2022년 하반기 약세와 큰 차이를 보였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시리즈 B 파이낸싱은 2020~2021년 프리 IPO 크로스오버 딜에 비해 규모와 밸류에이션 모두 작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자금 조달 환경과 관계없이 강력한 임상 데이터를 보유한 후기 단계 딜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면서 "신규 자금 조달은 아무리 좋은 딜이라도 더 오래 걸렸다. 시작부터 자금 조달까지 6개월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에 대한 '포모(FOMO)'는 이제 드문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1억 달러 이상 투자를 받은 기업은 34곳이었다. 크로스오버 투자자(crossover investor)들이 큰 규모의 거래(상위 10대 거래 중 6개)에 참여하긴 했으나, 전통적 VC들이 상위 10대 거래 10개 중 9개를 주도하거나 공동 주도했다.
보고서는 "이전까지 크로스오버 투자자들이 대규모 후기 단계 라운드를 이끌었다. 여전히 크로스오버 투자자들이 일부 거래에 참여하고 있긴 하나, 전통적인 VC가 이제 이러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주도 또는 공동 주도하며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면서 "상장지분사모투자(PIPE)가 새롭게 떠오르면서 많은 크로스오버 투자자가 다시 공개 시장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상반기 투자 상위 3개 거래는 모두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이었다. 엘리베이트바이오(ElevateBio)는 최대 규모인 4억100만 달러 시리즈 D 펀딩을 유치했고, 리나게이드 테라퓨틱스(ReNAgade Therapeutics)는 시리즈 A로 3억 달러, 메타제노미(Metagenomi)는 시리즈 B로 2억75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외에도 오비탈 테라퓨틱스(Orbital Therapeutics)가 2억7000만 달러 시리즈 A를 마감했다. 후기 라운드 투자임에도 상위 10개 거래 중 9개는 펀딩 당시 전임상 단계였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종양학 분야의 투자는 2021~2022년 대비 크게 줄었지만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종양학 투자는 대부분 시리즈 B 또는 그 이후 단계였다. 상위 20개 딜 중 12개는 이미 임상 단계였고, 전임상 단계의 시드나 시리즈 A 투자는 더 어려워졌다.
플랫폼 분야에서의 거래 중 상당수가 전임상 단계로, 후기 단계 자금 조달을 위해 임상 데이터를 요구하는 트렌드를 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상 부문 활동은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계산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 거래에서 두드러졌다.
신경계 적응증은 유일하게 2022년 활동이 그대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 42건 중 17건이 후기 단계(2상 이상) 자산이었다.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미국의 세레반스(Cerevance), 스위스의 노에마 파마(Noema Pharma)로 두 회사 모두 3상 단계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바이오제약 초기 단계 투자는 총 81건 거래로 약 20억 달러 규모로 진행되며, 전년 대비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50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초기 투자(first financing)는 18건 있었는데 대부분 전임상 단계였다. 다만 이미 임상에 근접했거나 흥미로운 초기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이전해보다 좀 더 성숙된 단계에 가까웠다.
특히 타격이 있었던 분야는 플랫폼 기술에 대한 시드 또는 시리즈 A 펀딩이었다(총 18건, 6억1100만 달러). 투자자들이 임상 데이터가 있거나 선도 자산이 임상에 가까운 더 성숙한 단계의 거래를 찾거나 임상 데이터가 없는 거래에서는 완전히 철수하면서 이 분야의 거래는 최근 3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보고서는 "이해도가 높은 생물학을 다루는 전임상 거래는 여전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새로운 생물학을 다루는 전임상 거래는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종양학 분야 역시 초기 투자가 절반 가량으로 감소했다(총29건, 4억7100만 달러). 2020~2022년 이 분야에서 임상시험에 이르기에는 먼 전임상 단계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새로운 전임상 단계 투자를 줄이고 대신 이전에 투자한 프로젝트 중 어떤 것이 옥석이 될지 지켜보는 것을 선호했다.
반면 지난 몇 년 동안 관심이 줄었던 희귀(orphan/rare) 분야 거래는 다시 증가했다. 거래량은 6건, 총 규모는 2억100만 달러였는데, 그 중 3건은 신경계 분야였다.
2020~2022년 투자를 받기 전 회사 가치(pre-money) 중앙값은 매년 10% 초반에서 10% 중반대로 증가해왔는데, 올해 상반기 프리머니 가치가 다시 증가했다. 거래 규모 중앙값은 1200만 달러, 프리머니 밸류에이션 중앙값은 1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초기 투자 기업 중 프리머니 밸류에이션 상위 3개 기업(2억 달러 이상) 중 2개 기업은 임상 1상(FibroBiologics) 또는 2상(BrainRepair) 자산을 보유한 신경계 전문 바이오 기업이었다. 다른 하나는 종양학 분야의 세포 치료에 초점을 맞춘 전임상 단계 기업인 알로플렉스(Alloplex Biotherapeutics)였다. 알로플렉스는 2021년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가 100만 달러 규모의 공동투자를 진행한 회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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