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22 09:23최종 업데이트 22.11.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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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국시 문제 이대로 괜찮은가...유방암 '팔물탕', 재생불량 빈혈 '대보진양' 처방이 정답?

의협 한특위 5년간 국시 필기시험 문항 분석 결과 엉터리 처방 문제 다수...진단 자체 오류까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의사 국가시험 문제에 의과 및 의과의료기기 관련 문항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난치성 질환이나 암 환자에게도 한방치료를 권하는 내용이 한의사 국시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심지어 의학적 관점에서 문제 자체가 잘못된 경우도 있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한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 문제 중 의과영역 문항이 36.5%가 포함돼 있고 의과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문제는 22.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염색체열성유전 난치질환인 윌슨병에 한방 사물탕 처방? 

22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최근 5년간 한의사 국시 필기시험 문항을 분석한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한의사 국시 문항에 희귀난치성 질환인 윌슨병, 재생불량빈혈 등 환자에 대한 한방처방을 묻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2019년도 한의사 국시 73번 문항. 사진=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2019년도 한의사 국시 73번 문항은 '20세 여자 환자가 3개월 전부터 손 떨림으로 병원에 왔고 어지럼, 연하곤란, 경련 증상이 있고 사물이 모호하게 보이며 카이저-플라이셔고리'가 관찰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 문제의 정답은 사물탕에 조구등, 천마 등을 처방한다는 것이지만 난치성 질환에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환자의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의학적 견해다. 

윌슨병은 상염색체열성유전질환으로 구리배설의 장애가 생겨 간경화와 신경계 장애 등을 유발한다.

한특위 관계자는 "윌슨병의 경우 구리흡수 억제제인 아연, 구리배설촉진제인 트리엔틴을 조기에 사용하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난치성 질환에 한방치료를 하다간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심각한 의료윤리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1년 한의사 국시 50번 문항.

동일하게 2021년 한의사 국시 50번 문제는 난치성 질환인 재생불량빈혈 환자에게 한방치법인 대보진양을 고르도록 했다. 

환자는 28세 여자로 빈혈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백혈구, 혈소판 수치가 낮다. 또한 목소리에 힘이 없고 추위를 많이 타 팔다리가 차고 허리가 시리다.

해당 문제에서 제시된 골수검사 결과를 보면 환자는 재생불량빈혈을 앓고 있다. 재생불량빈혈은 골수 안에서 모든 세포의 모체가 되는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해 혈액세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재생불량빈혈 환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가 감소할 수 있으며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주요 치료방법은 호르몬제, 면역억제 치료,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이다. 

한특위 관계자는 "모든 혈액세포가 감소할 수 있는 난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한방치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료윤리에 위배되는 태도"라며 "이는 환자 건강을 해칠 뿐더러, 새롭게 한의사가 되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유방암 환자에게 동의보감 대표 보약 '팔물탕' 처방…천식 진단 오류 문제도 등장
 
2022년도 한의사 국시 51번 문항.
 
 2019년 한의사 국시 60번 문항.

2022년도 한의사 국시 51번 문제엔 유방암 환자에 대한 한방처방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문항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을 받아 항암화학요법을 받고 있는 42세 여성 환자가 쉽게 피로하고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안색이 창백하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또한 혈액검사 소견도 문제에 포함됐다. 

해당 문제의 정답은 팔물탕인데 팔물탕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대표적인 보약의 일종이다. 기와 혈이 모두 허하면서 식욕부진과 빈혈을 수반한 전신쇠약증 등에 처방된다. 

한특위 관계자는 "해당 환자는 항암치료에 의한 호중구감소증 상태로 면역력이 저하돼 있고 여러가지 약 처방 중인 상황이므로 모든 약물 복욕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그러나 항암치료 중인 환자에게 보약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한약 복용을 권고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혈액검사 소견이 있든 없든 한방처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검사 소견을 문제에 인용하는 것은 한의사들도 의과진단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 자체가 잘못된 사례도 포착됐다. 2019년 한의사 국시 60번 문항은 51세 여자 환자가 숨이 차는 증상으로 내원해 승모판협착증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하지 않고 분홍색 가래가 나오며 숨찬 증상과 다리가 붓는 증상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 환자는 심부전 폐울혈에 의한 증상을 앓고 있으며 이때 증상 중 천명(wheezing)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따라 진단이 달라진다. 천명이 있다면 심장성 천식으로 진단하고 없다면 기관지 천식으로 진단한다. 

한특위 관계자는 "문제 출제자가 심부전의 개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를 출제했다. 심부전 폐울혈에 의한 증상은 천명 여부에 따라 진단이 바뀔 수 있는데 해당 문제에선 천명 여부를 기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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