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사회는 3일 성명서를 통해 “고(故)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피살 사건은 우연이나 천재지변이 아니라 왜곡된 대한민국 비정상 의료가 초래한 인재다. 그동안 진료 중 의사에게 거의 신과 같은 수준의 막중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진료하는 의사에 대한 폭행은 방치해 왔다”라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동안 의료인 폭행, 협박 사건으로 수사기관에 정식 고소된 사건만 893건이었다. 신고가 안 된 사건까지 감안하면 연간 수천건의 의료인 폭행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번 사건에서 환자가 흉기를 숨기고 진료실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신체 수색 과정이 없었다. 임 교수가 복도로 뛰어나와 도움을 요청했지만 칼에 수없이 찔려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의료인은 목숨 내놓고 진료해야 하는 것이 진료실의 현주소”라고 했다.
경기도의사회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제2, 제3의 유사 사건 재발 위험이 매우 높다. 죽음만 애도하며 이대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 사회는 임교수의 순직을 고귀한 희생으로 승화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라고 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첫째, 보건복지부는 진료 중 순직한 고인에 경찰관이나소방관 순직에 준하는 유가족 예우를 할 것을 주문했다.
경기도의사회는 “복지부는 의료법에 의해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들에게 진료거부 금지 의무를 강요해왔다. 건강보험 강제지정제와 더불어 진료강제의무를 국가가 법률로 강제해왔다. 이 명령에 의해 의료법상 거부할 수 없는 환자를 진료하다 순직했다. 명령을 내린 국가는 당연히 고인에 대해 순직 예우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경기도의사회는 “국가의 명령을 수행하던 경찰관이 순직한 경우 특별승진(추서)되며, 유족에게 사망조위금, 유족연금, 유족연금부가금을 지급하고 국립묘지에 안장된다”라며 “이번에 국가의 진료의무 명령을 수행하다 순직한 의사에 대해 어떤 예우와 보상도 없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의사들은 의무만 부과된다. 여기에 따른 국가의 보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복지부의 업무명령, 진료거부금지 등 어떤 명령도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복지부는 의사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의료인 폭력을 조장한 측면이 있는 안기종 한국환자안전연합회 대표에 대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복지부 산하 위원회에서 해촉할 것을 주문했다. 경기도의사회는 "대한민국 의사들은 낮은 수가에도 희생적인 헌신으로 세계 최고의 의료 환경을 유지해왔다. 여기에 대한 비이성적인 비난으로 자신들의 생존논리를 찾아온 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셋째, 정부와 정치권은 종합적인 진료실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의료기관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금속탐지기 등 신체 수색을 의무화해야 한다. 충분한 경비 인력 배치 및 경찰 비상 출동 시스템 구축 등을 포함한 종합적 진료실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국가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넷째, 진료실 위협이나 폭행 범죄에 대한 형량 하한선과 벌금형 삭제하고 실형 원칙, 반의사 불벌 조항 삭제 등을 담은 입법 추진을 주문했다. 향후 의사들의 추가 순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의사와 신뢰관계가 상실된 환자에 대한 의사의 직업수행자유에 의한 진료거부권을 의료법에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다섯째, 복지부와 정치권은 안전한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해 재정 마련이 뒷받침된 확실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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