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22 08:25최종 업데이트 22.10.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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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고소득자에 소득세 1% 부과해 정신건강 투자…우리나라는?

캘리포니아 정신건강 운영 예산만 1조 3000억원... 코로나블루 시대 우리나라는 보건 예산의 2.7% 불과

사진=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유튜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코로나19로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 수준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복지부 전체 보건 예산의 2.7% 불과한 상태다.  
 
이처럼 정신건강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관행 속에 우리나라 정신건강 서비스는 신체 건강 서비스와 비교해도 차별받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1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개최한 2022 대국민 정신건강포럼 ‘마음투자포럼 3차 정책콘서트’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마음 투자 필요성이 강조됐다.
 
정신건강의 사회경제적 악영향, 국내에선 과소 추정…“사회 전반 확산 가능”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 사진=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이날 서울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불안장애 및 우울증 발병률이 급증했다. 그중 한국은 매우 취약한 국가로 분류됐으며, 특히 20~30대 청년과 여성에서 코로나 블루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홍석철 교수는 경제학 전문가로서 마음 건강 문제의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연구를 토대로 경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1년 세계경제포럼과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30년까지 20년간 전 세계 정신 건강 문제로 발생할 사회경제적 비용은 16조달러에 달한다. 특히 보고서는 정신건강 문제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의료비와 같은 직접적인 비용보다 생산성 저하, 사회복지 지출 증가와 같은 간접적인 비용이 월등히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 등 직‧간접적인 비용을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과소 추정하고 있었다.
 
건강보험연구원이 지난 2017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정신 및 행동장애에 따른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비용은 11조3275만원으로, 전체 질병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148조3000억원의 7.6%라고 판단했다.
 
또 2020년 고대의대 윤석준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장애보정생존연수(DALY) 기준 정신 및 행동장애는 전체 질병 부담의 6.4%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마음 건강 문제가 생기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삶의 질이 낮아지면 마음 건강 문제가 악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마음 건강과 삶의 만족도의 상관성은 소득과 삶의 만족도, 신체 건강과 삶의 만족도의 상관성보다 훨씬 높다”며 “마음 건강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마음 투자의 가치는 마음 건강 문제로 발생하는 다양한 직‧간접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개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개인이 직면한 마음건강문제에 관심을 갖고 상담하고 해결을 돕기 위한 서비스와 혁신적인 마음건강 관리와 치료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보급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전체 보건 예산의 2.7% 불과…”신체 질환‧의료급여 환자 차별이라도 해결해야“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전명숙 과장 사진=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전명숙 과장은 실제로 우리나라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적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전명숙 과장은 ”복지부 내 정신건강 예산이 한 해 3100억원 가량이고, 그마저도 1100억원은 요양시설 운영비다. 우리나라 정신건강 예산은 굉장히 제한적인 상황이다“라며, ”당연히 저희 업무이기에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소비자의 요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전 과장의 말대로 우리나라 정신건강복지 예산은 복지부 전체 보건 예산의 2.7%에 불과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5%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 과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멘탈 헬스 서비스 액트’라는 법을 예로 들었다. 해당 법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직접 제안해 만들어진 법으로, 소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부자들에게 소득세를 1% 추가로 걷어 정신건강 서비스에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명숙 과장은 ”이렇게 확보한 금액은 기존 정신건강 예산에 추가로 사용된다. 기존에 있던 서비스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그렇게 확보한 금액만 1년에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캘리포티아 주에서만 확보한 예산이 그 정도다“라고 말했다.
 
국회보건의료발전연구회 정재훈 회장 사진=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국회보건의료발전연구회 정재훈 회장(정신건강의학과 아주편한병원장)도 우리나라의 열악한 정신건강 투자 실태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나머지, 신체 건강과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의료 서비스는 급성기와 만성기 서비스로 나뉘게 된다. 그런데 정신건강 의료 서비스는 급성기와 만성기 서비스가 구분돼 있지 않고, 한 달을 입원하나, 10년을 입원하나 의료 시스템이 동일 수가 개념으로 돼 있다“며 ”그렇다 보니 정신건강 급성기 서비스 수가는 신체질환 서비스 수가의 3분의 1 수준이며, 만성적인 정신과 환자에 대한 서비스 수가 역시 요양병원 수가의 3분의 2정도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은 정신건강도 급성기 환자를 구분해 초기에 아주 집중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기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정신질환의 재발도 막고, 만성화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신의료 서비스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몸이 아플 때나 마음이 아플 때나 최소한 급성기 서비스에 한해서는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신체 질환과의 차별에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에서 건강보험 환자와 의료급여 환자를 차별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정신의료서비스 입원 수가는 일당정액제로 구성돼 건강보험 대비 60~70% 수준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일반 병원에 우리나라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의료 급여 환자의 입원율은 약 9.5%로 10% 미만이다. 그런데 정신과 서비스에 입원한 환자 중 의료 급여 환자의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며 ”의료급여 환자들이 신체적 질환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환자와 차별받지 않는데, 정신건강 질환에 대해서만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국민이 내가 받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최소한 신체 질환만큼은 받아야 되겠다는 공감대와 컨센서스가 생겨야 국회에서도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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