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26 07:30최종 업데이트 22.12.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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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소아과 전문의 직업만족도 80%...만성 저수가·의료사고 형사범죄화 우리나라는?

[칼럼]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인천의 대학병원 소아과에서 전공의가 없어 입원환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도 특정 연령대의 소아 환자의 입원을 이미 중단한 병원도 있었다. 입원환자와 당직근무를 할 전공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20년부터 급속히 저하되었고 올해는 모집정원 199명에 33명이 선발돼 16.6%의 경쟁률을 보였다. 2020 보건복지통계연보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 5163만명에 소아과 의사는 7298명이다. 인구 10만명 당 소아과 전문의 비율은 13명이 넘어 매우 양호한 상태를 보이나, 현대적 면허기구가 없는 우리나라는 소아과 현역 종사자의 수나 근무 형태의 정확한 자료는 파악할 수 없다. 소아과 전문의가 미용성형 등 타 영역으로 진출한 사례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10년째 소아과 전문의 배출 지속적 증가세 캐나다 

소아과 지원이 감소하는 우리와는 달리 캐나다는 2009년 이래 현재까지 10년 이상 소아과 전문의 배출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 자료에 의하면 캐나다는 인구 3859만에 2793명의 소아과 전문의가 있어 인구 10만 명당 8명을 돌파했다. 소아과 전문의가 우리보다 적은데도 캐나다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입원 사절 현상은 없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우리나라 전체면적의 10배이고 인구는 1500만명이 조금 안된다. 온타리오주에 소아 의료를 위한 3차 병원인 아동병원은 토론토아동병원, 토론토아동재활병원, 오타와아동병원, 해밀턴아동병원 그리고 온타리오주 런던(영국의 런던이 아님)아동병원의 5곳이다. 온타리오주는 아동병원 이외에 대학병원이나 지역병원(community hospital) 등 모두 10여 개 병원에 소아병동(pediatric unit)을 운용하고 있다. 통상 소아 입원시설은 주민의 거주지에서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 전체 인구 3850만을 위해서는 총 13개의 3차 병원급 아동병원이 있어 전체 인구로 계산하면 약 인구 300만 명당 1개의 아동병원(대학병원급)이 있다.  

소아 입원 시설이나 소아과 전문의 수가 우리나라에 비해 적으나 캐나다의 소아 의료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보편적이고 통상적인 소아질환은 주치의인 가정의가 담당한다. 소아 환자 주치의의 의뢰가 있어야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소아과 전문의는 전문의가 개입돼야 할 만한 상황의 환자를 담당한다. 캐나다는 소아과 내에서만 14개 이상의 세부전문의를 배출하고 자신이 수련받은 직무에 종사한다. 
 
 13개 대학병원급 아동병원과 소수의 지역사회 병원이 당직 운영 

캐나다 전체에는 17개의 의과대학이 있다. 40개 의과대학이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의과대학 수는 매우 적어 보인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같이 연중무휴 신설의대 설립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아동병원이 거주지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정치인이 지역마다 소아과 입원 시설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입원환자와 응급 당직, 그리고 소아 의료에 익숙한 다른 의료인력과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캐나다의 독감 유행으로 온타리오 아동병원 병실과 중환자실이 만원이 됐다. 이런 경우 14세 이상의 소아 환자는 성인병원으로 전원시켰다. 기존 시설의 활용이 우선일 뿐 아동병원 신설, 증축의 논의는 아예 없다. 집 근처에서 분만과 수술을 한다는 우리나라의 무리한 정치공약이 도저히 먹히지 않을 사회 분위기다. 최근의 소아과 전공의 부족 해결 방안으로 소아특성화 의대신설 등 정권에 의한 괴상한 주장이 제기되지 않는 것만도 우리는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는 40개 의과대학 80여개의 대학병원 모두가 소아과를 포함해 거의 모든 임상과의 외래와 입원실 그리고 중환자실을 운영하는데 전공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전공의 대신 소수의 교수 인적자원으로 병실, 응급실 당직근무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저수가의 환경에서 소아 병실과 응급 당직을 위한 전문의를 고용한다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젊은 전문의들이 서로 당직을 많이 배당받기 위해 다투는 미국 의료의 강점과도 비교된다. 의료제도에 따라 의사의 당직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다를 수 있다. 봉사와 희생정신의 강요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병원급 80여개 병원에서 소아과 당직이 필요하고 캐나다는 13개 대학병원급 아동병원과 소수의 지역사회 병원에서 당직이 필요한 나라의 차이가 된 것인데, 얼핏 보아도 아동병원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병원의 규모, 전공의 수련, 전문성의 강점이 존재한다. 인천의 인구는 300만명이 조금 못미쳐 캐나다 기준으로 하면 한 개의 아동병원이 있으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단 3차 아동병원은 소아 의료에서 중환자실 운영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로 한정돼야 한다는 전제 조항이 필요한데, 과연 아동병원 중심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궁금하다. 인천에는 의과대학이 이미 3개나 있다.  

캐나다 소아과 전문의 직업만족도는 80%, 불만 8%...우리나라는? 

캐나다는 2022년 156명의 소아과 전공의를 선발했다. 캐나다는 4년제 수련 과정이다. 캐나다 의사회가 출간한 2019년 자료에 의하면 소아과 전문의의 평균 근무시간은 당직근무 제외 하고 주당 48.6시간이고 이 중 직, 간접 환자 진료는 35시간이었다. 70%의 소아과 전문의가 당직근무를 제공하고 월평균 당직 시간은 114시간인데 그중 직접적 환자 진료로 월 45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소아과 전문의 평균 연봉은 세전으로 32만3000 캐나다 달러인데 간접비는 24%였다. 캐나다 국민당 소득은 4만달러 중반이고 우리나라는 3만달러 턱걸이 지점이다.  

캐나다에서 소아과 전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를 보면 소아과 전문직에 대한 직업만족도는 80%로 높았고 불만은 8%였다. 직무와 여가의 균형에서 50%가 만족했고 25%는 각각 중립과 불만족이었다. 근무 형태는 단독개원 20%, 병원 근무가 50%인데 피고용인 신분의 만족도는 78%이고 18%는 과잉노동(overwork)이라고 답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종간협업(interprofessional practice)의 근무형태도 9%나 됐다.

높은 만족도와 높은 당직율을 보면 근무환경이나 의료제도가 의사들 스스로 전문직업성을 존중하는 의료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소아과 전문의의 직무 만족도는 과연 얼마일까? 궁금하다. 

의료형사범죄화, 미비한 의료분쟁보상제도, 만성적 저수가, 사회적 수요와 괴리된 전공의 수요산정, 대학병원 운영의 과도한 전공의 의존도, 의료전달체계 미비, 공격적 시민사회 등 암울하고 어두운 의료환경에 둘러싸인 소아과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많은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누적돼 결국 전공의의 급격한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문제인 세계 최고 저출산 시대에 소아과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전공의 지원 부족 사태, 전공의 교육 변화가 필요한 시점 

2020년 출생율은 캐나다가 인구 1000명 당 9.4로 세계 162위였고 우리나라는 5.30으로 세계 192위로 저출산 세계 1위가 됐다. 전체 인구의 감소와 소아 연령층의 급격한 감소는 현재와 같은 소아 의료 체제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 일부 대학병원만 소아과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될 수도 있다. 이미 소아 입원 시설 축소는 현재 진행형이다. 선진국과 같이 아동병원 체제가 자연스럽게 구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진정으로 전문의의 역할이 필요한 소아 전문병원을 구축해야 하는데, 과연 아동병원의 운영이 현재의 영리병원 작동원리에서 생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아동병원 운영은 공공 자본의 투입 없이는 생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캐나다 아동병원은 전적으로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병원이고 의과대학 부속병원이다.  

캐나다에서 흉부외과(Cardiothoracic Surgery)전공의는 17개 의과대학 중 12개 대학이 담당하고 매년 캐나다 전체에서 8~11명의 전공의를 선발한다. 적은 수의 전공의 선발이나 사회적 수요에 맞춘 전공의 모집으로 약 2대1의 경쟁을 거쳐야 한다. 수련기간이 6년인데 전공의 모집 미달사태는 없다.

앞으로 진정한 사회적 수요에 부합한 소아과 전공의 수요 산정을 한다면 우리나라 40개 의과대학 모두 현재 규모의 소아과 전공의를 선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대안으로 지역별로 아동병원을 중심으로 의과대학이 소아과 수련을 위한 공동체(deanery)구성에 관한 논의를 할 필요도 있다. 대학 간 종, 횡으로 협력과 협의가 필요한데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우리나라의 40개 의과대학 중에는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 의과대학도 있다. 의대 신설이 타당성이 없어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전공의교육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40개 의과대학이 모든 임상과를 다 갖출 수 없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전공의 수급이 현재의 대학병원 운영을 위한 수요 산정에서 이제는 사회적 수요에 근거한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전공의 부족 사태는 전공의제도에 대한 공적이고 교육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함을 알리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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