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6.26 06:19최종 업데이트 19.06.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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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동자, 업무상 사고·질병 경험 76.7%…수면부족 62%

보건의료노조 "안전한 의료기관을 위해 인력 배치기준 강화, 적정인력 확충 등이 필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직원 등 3만6447명이 참가한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 응답자의 76.7%가 2018년 업무상 사고·질병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8년 1년 동안 업무상 경험한 사고나 질병에 대한 응답 중 수면장애(54.7%)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근·골격계 질환(53.3%), 절단·베임·찔림·끼임(45.4%), 넘어짐·부딪힘(42.6%), 정신적 질환(12.5%) 순으로 높았다. 감염성 질환에 대한 응답 비율도 10.2%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근무형태별 2018년 업무상 경험한 질병을 살펴보면 대체로 통상근무와 2교대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3교대와 야간근무전담에서는 수면장애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종별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간호사 응답의 22.9%가 수면장애에 해당했고 간호조무사 응답의 25.5%, 방사선사의 26.9%, 사무·행정 업무의 23.7%, 임상병리사의 20.7%가 근· 골격계질환에 해당했다.

전체의 62% "수면부족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

업무 시 위험을 묻는 문항에서는 수면부족, 환자 등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 유해물질 노출, 주변 업무 환경 모두 과반을 넘는 응답자가 위험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수면부족은 62%,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은 55.8%, 유해물질 노출은 54.7%, 주변 업무 환경은 50.6%가 위험을 느낀다고 답했다.

간호사의 경우 압도적으로 타 직종에 비해 업무 시 위험에 대한 평가가 높았다. 전체의 74.7%가 수면 부족을 위험요인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도 64.7%의 응답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유해물질에 노출돼 위험하다고 응답한 응답자도 63.2%나 됐다. 또한 59.6%의 응답자가 주변의 업무환경이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사무행정·원무 직종의 경우 각각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으로 인한 위험이 다른 요인들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간호조무사는 53.2%, 방사선사의 39.9%, 사무행정·원무의 42.9%가 위 항목이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이와달리 임상병리사는 유해물질 노출로 인해 위험하다고 판단한 응답자가 54.5%로 다른 요소에 비해 높았다.

또한 의료기관 여성노동자의 61.5%가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이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남성의 경우 33.5%가 위험하다고 평가한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의료기관에서 이용자의 폭력이 여성 병원노동자의 노동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절반 이상이 6시간 미만 수면자

또한 보건의료노동자의 다수가 수면부족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56.1%가 최근 1년간 평균적으로 6시간미만으로 수면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 중 5시간 이상 6시간 미만의 응답이 37.5%로 가장 많았다.

직종별로 보면 간호사의 경우 5~6시간 미만이 37.9%로 가장 높았고, 간호조무사의 경우 5~6시간 미만(35.0%), 방사선사의 경우 6~7시간 미만(36.7%), 임상병리사의 경우 5~6시간 미만(38.3%)이 각각 높게 나타났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49분으로 18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다. 이와 비교해 보건의료노동자는 절반 이상이 6시간 미만으로 수면하고 있으며 미국국립수면연구재단(NSF)의 만 26세 이상 성인 권장 수면시간인 7~8시간 이상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15%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근무형태로 살펴보면 수면부족을 위험요인으로 꼽는 응답은 3교대와 야간근무에서 특히 많았다. 간호사의 경우 통상근무 응답자의 47.9%가 수면부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밝힌 반면, 3교대 근무자의 82.7%, 야간근무전담자의 78.9%가 수면부족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임상병리사도 그렇다. 통상근무의 34.1%가 수면부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지만 3교대 근무자의 73.1%, 야간근무전담의 66.7%가 수면부족으로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주야간 교대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수면장애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판결(2011)이 있는 만큼 3교대 근무자의 수면부족에 대한 응답은 근무 형태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보건의료노동자의 평균적인 수면의 상태도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동안 1주 단위의 수면상태에 대한 평가를 세 가지 항목으로 물었다. 잠들기가 어렵다는 문항에 대해 77.6%가 1주일에 1회 이상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고 그 중 2~3회 어렵다는 응답이 35.1%로 가장 많았다.

자는 동안 반복적으로 깨어난다고 답한 응답자도 매우 많다. 1주일에 깨는 날이 1회 이상된다는 응답이 전체의 85.2%를 차지하며 2~3회 이상 깬다고 답한 응답자가 37.6%로 가장 많았다. 자고 일어나도 극도로 피곤함을 느끼면서 깨어난다는 문항에 대한 결과도 심각하다. 1회 이상 극도로 피곤하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89.2%이며 2~3회이상 그렇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수면부족은 만성적인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며 반복되면 불면증이나 기면증 같은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부족이 만성질병으로 이어지면 우울증 위험이 10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보건의료노동자의 수면부족 및 장애는 집중력 감소를 시작으로 정신, 신체의 질환을 일으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9일 병원 응급실에서 한 환자가 간호사의 목을 조른 사건이 있었다. 환각을 보는 이상 행동을 보였으나 인력부족으로 의료인 1명이 혼자 해당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동자가 건강할 수 있도록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것을 의료기관 경영진과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4월 고(故)임세원 교수의 사망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장의 열악한 인력조건과 시설의 개선은 더뎌 의료인들의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안전한 의료기관을 위해서는 ▲안전시설과 장비개선 ▲보안인력 확충 ▲경찰 및 청원경찰 배치 확대가 필요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위해 인력 배치기준 강화, 적정인력 확충 등이 필수적이다. 보건의료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의료현장의 노동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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