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05 11:43최종 업데이트 23.08.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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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대회 참여한 세계 청소년들 걱정하는 의사들 "이대로 강행하면 희생자 나온다"

전북의사회, 의협, 병원 등 의료지원단 파견했지만 열악한 현장 의료지원 상황...6일 K팝 4만여명 몰린 행사에 빠른 응급대처 불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진=전북 부안군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가운데, 세계 청소년 4만 3000여명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국 의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일 섭씨 36~37도에 이르는 폭염에서 가장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온열질환으로, 뜨겁고 습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오심, 구토, 어지러움, 의식변화, 실신,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4일 오후까지 잼버리대회 야영지 내에서 온열질환자만 500명 이상, 다른 벌레물림 등 증상으로 현장 병원을 찾은 이들이 1000여명이 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잼버리 현장에선 탈수 환자들이 많아 긴급히 수액을 투여해야 할 정도로 빠른 대처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햇빛 알레르기로 인한 두통이나 설사 등 소화기 질환, 벌레 물림 등 야외활동으로 인한 증상 관리도 필요한 상태다.

전라북도의사회 비롯해 의협, 대학병원들 의료지원단 급파  

가장 먼저 잼버리 의료지원단을 꾸린 곳은 전라북도의사회다.  4일부터 폐막까지 순번제로 의사 26명, 간호조무사 2명, 물리치료사 1명 등의 의료지원단을 꾸렸다. 병원들과 함께 수액 1100개도 긴급하게 투입했다. 

전라북도 내에 있는 병원들도 동참에 나섰다. 전북대병원은 의사 5명, 간호사 5명, 응급구조사 2명, 행정 2명 등을 지원하고 원광대병원은 클리닉 108명, 재난의료팀 20명, 영상의학과 4명 등의 인력을 지원한다. 예수병원은 의사 2명, 간호사 6명, 방사선사 3명을 파견하고 대자인병원은 이동형 검진버스를 통해 의사 1명, 간호사 3명, 행정 3명 등을 배치한다. 
 
대한의사협회 응급의료지원단도 5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4일 오후 잼버리 야영지 내에 마련된 '잼버리 병원'을 긴급 방문해 한동수 잼버리병원장,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등과 만나 의료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의협 상임이사진이 먼저 의료지원에 나서고 이후에도 필요하면 회원들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기로 했다. 

이필수 회장은 "159개국 4만3000명이 대한민국을 찾아온 세계적인 행사인 만큼, 청소년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시하고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라며 “행사 주관부처들은 물론 보건복지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중앙대병원 등 서울권 대학병원들도 지원에 나섰다.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18명으로 구성된 세브란스 의료지원팀은 6일까지 현장에 머물며 응급환자 치료에 나설 예정이다. 중증환자 발생에 대비해 응급이송이 가능한 구급차도 함께 배치했다.

세브란스병원 하종원 병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은 여러 재난 상황을 대비해 항시 의료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번 의료지원팀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해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행사를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은 4일 현장에 선발대를 파견했으며, 익일인 5일 오전 8시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의료지원단은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의 의료진으로 구성됐으며, 의사 2명, 간호사 4명, 의료지원 4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의료지원단장은 이성우 고려대 안암병원 진료부원장(응급의학과 교수)이 맡았다. 의료지원단과 함께 각종 의약품을 지원하며, 이동진료가 가능한 ‘꿈씨버스’도 함께 지원한다. 

고려대의료원 윤을식 의무부총장은 “여러 국가적 상황마다 의료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 왔다”면서 “이번 의료지원으로 안전하게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대병원은 의료지원단장인 김한구 중앙대병원 부원장을 비롯한 의사, 간호사, 약사, 행정 등으로 구성된 의료지원팀을 5일 오전 6시부터 파견, 응급환자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권정택 병원장은 “폭염 가운데 새만금 잼버리 행사장에 온열질환자 등 응급환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긴급하게 의료진을 파견하게 됐다”라며 “잼버리에 참가한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을 잃지 않도록 의료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희생돼선 안돼...청소년들 건강 최우선이어야" 

현재 잼버리 참가국인 영국과 미국이 조기퇴소를 결정한데 이어 각국 대표단이 조기 철수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앞서 3일부터 세계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잼버리대회의 중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 회장은 “최고 온도 섭씨 36도에 달하는 기온과 습도 50%를 넘는 사람이 도저히 견디기 힘든 날씨 조건과 갯벌을 매립해 만든 야영지의 집중호우 직후의 상황은 청소년들의 꿈을 충분히 펼칠 여건이 전혀 되지 못한다"라며 "4만 3000명에 달하는 세계 청소년들의 건강에 심각할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 회장은 “온열질환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의학적인 문제"라고 "자칫하다간 한 사람이라도 희생될 수 있는 만큼, 의료지원단 파견이 아니라 잼버리대회의 조기 중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지원을 나가 있는 전북의사회에 따르면 의료지원 현장 상황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의료진을 구분하는 별도의 가운이 없어 의사 본인이 가운을 지참해야 하고 의료장비도 없어 청진기도 각자 가져가야 한다. 심지어 의료진 식사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의료지원단이 각자 식사나 간식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6일로 예정돼 있는 K팝 페스티벌에서 온열질환으로 실신하는 청소년들이 대거 발생할 경우 실시간 대응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부회장(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K팝 페스티벌 그대로 진행된다면 한꺼번에 4만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환자가 동시에 다수 발생할 수 있고, 이들을 빠르게 조치하거나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하기 어렵다"라며 "전쟁터 야전병원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소수의 의사 파견만으로 응급 의료대응이 이뤄지기 어렵고,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잼버리는 조기에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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