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율 하락·전공의 없는 지역응급의료기관 인력 부족 현실화… 산부인과·흉부외과는 지방 전문의 감소세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5년 동안 전문의 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41%가 늘어난 응급의학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산부인과나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지역에서 전문의 수 감소가 두드러지는 전문과목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근무하는 전문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지방에 근무하는 전문의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응급의학과 5년간 41% 늘었지만 앞으론 인력 걱정해야할 판
메디게이트뉴스가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과목별 전문의 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에서 2023년(3분기까지) 동안 전체 전문의 수는 8만3147명에서 9만5852명으로 15%(1만2705명) 늘었다.
전체 증가율 평균인 15% 보다 증가분이 많았던 전문과목은 13개로, 그 중 응급의학과가 1633명에서 2311명으로 가장 높은 41% 증가율을 보였다.
그 뒤론 성형외과·직업환경의학과(28%), 재활의학과(22%), 마취과(19%), 내과·신경과·진단검사의학과(18%), 정신과·영상의학과(17%) 순이었다.
증가 비율이 아닌 늘어난 인원 숫자만 따지면 내과가 가장 많은 인원이 늘었다.
내과는 1만5527명에서 1만8447명으로 2920명이 늘어 증가 인원이 가장 많았고 정형외과가 6117명에서 7103명으로 986명 증가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가정의학과가 971명 증가, 마취통증의학과가 866명, 응급의학과가 678명 순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의학과가 최근 가장 높은 전문의 증가율을 보인 것은 맞지만 향후엔 오히려 전문의 수가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자가 최근 꾸준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2021년 100%였으나 2022년부터 93%로 떨어지더니 2023년엔 85%까지 추락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인력 격차도 문제로 꼽힌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응급의학과가 96년도에 처음 전문의를 배출하면서 초반엔 한해 전문의가 20~30명 밖에 배출되지 않을 정도로 인력이 부족해 급하게 인력을 늘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오래된 과들에 비해 증가율 기울기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최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문제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전공의가 없는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선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부터가 응급의료 인력난 문제가 아슬아슬한 시점"이라며 "의대정원 확대론 낙수과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응급의학과에 맞는 적절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핵과는 5년간 0.8% 인원 줄어…산부인과·흉부외과는 지역 감소 뚜렷
전체 평균 전문의 증가율 보다 인원이 적게 늘어난 과도 존재한다. 5년간 평균적으로 15% 정도 전문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일부 과들은 사실상 인력이 줄어든 셈이다.
결핵과는 오히려 5년간 0.8% 인원이 줄었고 비뇨의학과는 3% 증가에 그쳤다. 대표적인 필수의료 기피과로 분류되는 과목들의 더딘 증가율도 확인됐다.
특히 산부인과는 지역별 전문의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선 5년간 274명이 늘어났지만 광주를 포함한 전라권에서 오히려 2명이 줄고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에선 전문의가 16명이나 감소했다.
흉부외과도 전라권에서만 5년간 전문의가 7명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줄어드는 필수과 전문의를 잡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인건비를 지원하면 (산부인과) 운영이 잘 이뤄진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 지원을 지자체에 맡기다 보니 재정부족을 이유로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지역에 군 단위 분만취약지를 살리고 전문의 유출을 막기 위해선 분만 1건당 3~5배 이상 지역가산 수가를 반영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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