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pembrolizumab)는 면역항암제다. 사람의 면역시스템에는 암을 없애는 기능이 있고 면역항암제는 몸속 면역시스템이 암을 없애는 기능을 이용하는 개념의 신약이다.
표적항암제가 특정한 암의 특별한 성질을 타깃해 암을 없애는 메커니즘이라면 면역항암제는 면역시스템이 거의 모든 암을 없애는 메커니즘을 활용하므로 여러 종류의 암 치료에 처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머크(Merck & Co.)의 키트루다는 2022년 기준 거의 모든 암에 처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키트루다를 ‘기적의 항암 신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키트루다 스토리-머크Merck & Co.는 어떻게 면역항암제를 성공시켰나'(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출간) 책에는 키트루다 앞에 붙었던 ‘기적의’라는 수식어를 떼어냈다. 대신 ‘과학의’ 또는 ‘전략의’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이 책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성공과 실패의 신약 개발 스토리가 담겨 있지 않다. 오늘도 출근하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어느 바이오테크 연구실이나 제약기업 전략기획실 책상에 쌓여 있을 복잡하고 지루한 회의들을 기록해놓은 회의록에 가깝다.
저자는 "평생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며 풀려가는 신약 개발 스토리가 아닌, 임상시험 데이터를 매일 검토하고 부족한 예산을 어떻게 집행해야 할지 늘 결정해야 하는 연구 스토리이자 전략기획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키트루다는 최초의 면역항암제가 아니다. 최초의 면역항암제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BMS)의 여보이(Yervoy, 성분명 Ipilimumab)와 옵디보(Opdivo, 성분명 nivolumab)였다. 머크의 키트루다는 BMS의 여보이나 옵디보에 비해 몇 년 정도 뒤늦게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BMS가 면역항암제를 세상에 내놓을 즈음, 머크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우연히 얻게 된 면역항암제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팔아버리려고까지 했다.
저자는 "2021년 기준 R&D 비용으로만 1년에 20조 원 가까이 투자하는 머크 같은 전 세계적인 제약기업도 면역항암제의 개념과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몇 년의 시간을 잃어버린 머크는, 면역항암제 신약개발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라며 "그런데 2022년을 기준으로 보면 머크의 키트루다는 BMS의 여보이와 옵디보를 제치고 가장 많이 처방되고,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면역항암제가 됐다. 이 책은 부제에 달린 질문처럼 ‘머크는 어떻게 면역항암제를 성공시켰나’라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키트루다 스토리-머크Merck & Co.는 어떻게 면역항암제를 성공시켰나'에는 키트루다 개발과 관련된 40여 개의 그래프와 표, 개념의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가 담겨 있다. 26개의 키트루다 임상시험 데이터와 12개 옵디보 임상시험 데이터,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주요 약물 55개도 다룬다.
이들은 모두 신약개발 과정을 증명하는 임상시험 데이터, 신약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마일스톤 데이터, 연구실에 있던 후보물질을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 가져와 신약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규제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이다.
더불어 2022년 현재 키트루다를 비롯한 면역항암제라는 주제로 일어나고는 주요 임상시험, 새로운 개념의 항암 신약 메커니즘에 대한 소개와 현황 분석, 삼중음성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처럼 마땅한 치료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서 면역항암제의 적용 가능성 등 항암 신약개발이 일어나고 있는 2022년의 현장 스케치가 담겨 있다.
저자는 "키트루다를 비롯한 그 어떤 항암 신약도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며, 머크조차 면역항암제의 가치를 모르던 때가 있었던 만큼, 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와 제약기업에게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점을 책에서 강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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