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인간은 무균 상태로 자궁에서 지내다가 태어나면서부터 미생물에 노출된 후 서서히 장내미생물총의 발달이 시작된다. 그러나 임신기간 동안 태아는 산모의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인간의 발달 과정에 대한 공생균의 영향은 산모를 통해 임신 직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자궁 내에도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데, 이런 연구의 결과는 아마도 검사 과정의 오염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임신기간 동안 산모의 전신적 혹은 자궁의 염증과 감염은 태아의 성장장애를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관계를 장내미생물총의 측면에 대입해보면 성인에서 dysbiosis가 다양한 질환과 연관되는 것처럼 산모의 dysbiosis는 산모의 건강뿐만 아니라 태아의 성장지연이나 조산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16S rRNA검사법을 이용해 조산과 산모의 장내미생물총 및 질미생물총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고소득 국가의 조산아 출산은 산모의 장내미생물총 다양성 감소와 함께 장내 Bifidobacterium, Streptococcus, Clostridium의 풍부도가 낮은 것이 연관된다. 또 산모의 질미생물총은 신생아가 태어나면서 처음 접하지만, 임신기간 동안 자궁에 영향을 줘서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질세균증과 같은 dysbiosis가 있는 경우 병원균이 자궁 내로 침투하기 쉬워 염증을 일으키고 자궁 내 성장 지연이나 조산의 원인이 된다. 고소득 국가 산모의 질에는 Lactobacillus가 주를 이루는 반면, 말라위 같은 저개발 국가 산모의 질에는 Lactobacillus가 결핍돼 있고 Prevotella spp., Gemella spp. Corynebacterium spp.가 우세하며 이것은 신생아가 작게 태어나는 것과 연관된다. 그러므로 태아나 신생아의 출생 직후 건강에 산모의 장내미생물총과 질미생물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어떤 미생물에 처음 노출이 되는지는 장내미생물총의 초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인자이다. 그러므로 질식분만으로 태어난 경우와 제왕절개로 태어난 경우 장에 정착하기 시작하는 균의 종류가 달라진다. 질식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산도에 있는 균에 먼저 노출되고 분변에는 Bifidobacterium이 많이 존재하는데 비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피부 상재균에 먼저 노출되고 분변에 Klebsiella와 Enterococcus 같은 병원성, 염증 유발성 균들이 더 우세하다.
생후 100일 동안은 인간의 대사기능, 내분비계, 신경계, 면역계 등이 성숙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때 장내미생물총이 이런 기능의 발달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제왕절개로 태어나 장에 Bifidobacterium의 정착이 늦어지는 것은 신생아의 면역 발달을 비롯한 향후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준다. 최근 이 시기의 장내미생물총이 뇌 기능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dysbiosis가 과잉행동증후군이나 자폐 스펙트럼 질환과 같은 발달장애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생 직후 장내미생물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균이 먼저 정착되는지와 함께 어떤 순서로 정착이 이뤄지는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고 이에 따라 장내미생물총 조성이 영향을 받는다. 보통 신생아의 장에서는 조건무산소성균(facultative anaerobes)이 먼저 정착하고 이후 Bifidobacterium, Bacteroides, Clostridium 같은 절대무산소성균(obligate anaerobes)이 첫 6개월 동안 증가한다. 이때 장내미생물총의 다양성은 성인에 비해 낮은데, 그 이유는 신생아의 주된 식이인 모유의 올리고당류(human milk oligosaccharide, HMO) 대사에 최적화된 미생물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특징짓는 주요 장내 세균으로는 Bifidobacterium longum이나 Streptococcus thermophilus가 있다.
유전적으로 HMO가 많이 분비되는 엄마의 모유를 먹는 신생아에서는 장내 bidifobacterium이 더 풍부해진다. 이렇게 모유에 함유된 HMO는 신생아의 장내미생물총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어린 시절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모유의 중요성이 다양한 이유에서 강조돼 왔는데, 장내미생물총의 형성과 이에 따른 건강에 대한 영향 측면에서 보면 그 중요성은 더 커진다. 또 모유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신생아 세균총의 약 25~30%가 모유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유의 미생물은 피부나 장과는 다른 독특한 조성을 보이고 엄마의 체중이나 출생 방식 등에 영향을 받지만 보통 Proteobacteria (주로 Pseudomonas), Staphylococcus, Streptococcus로 이뤄진다.
이렇게 출생 방식과 수유 방식에 따라 초기 장내미생물총 조성이 달라지지만,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반적인 검사방법으로는 출생 방식이나 수유 방식에 따른 차이를 더 이상 관찰할 수 없게 된다. 출생 직후 형성된 장내미생물총은 고형식을 먹기 시작하는 6개월 이후부터 그 구조와 기능이 고형식에 맞춰 바뀌고 점차 성인과 유사하게 발달한다.
기존에 HMO 대사에 최적화됐던 장내미생물총이 glucan, mucin, 복합탄수화물을 분해하고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 생산 기능을 가진 균들이 점차 우세해진다. 이 시기부터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그리고 얼마나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지가 장내미생물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영아기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장내미생물총의 형성과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고 이것은 향후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전 생애에 걸친 장내세균총의 변화 과정을 정리해보면 출생과 함께 장내세균총이 정착되고 서서히 발달하기 시작해 약 3세경에는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양성이 높아진다. 사춘기에 성호르몬의 차이로 인해 남녀 간 조성의 차이가 약간 나지만 이후 성인기 동안 성에 따른 효과는 희석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성인기의 장내미생물총은 식이, 대장운동능, 스트레스, 감염, 약제, 체중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 변동될 수 있다. 노화가 시작된 이후 노인은 면역노화(Immunosenescence)나 위장관의 생리적 기능 감소 등으로 다양성이 감소돼 성인기의 건강한 장내미생물총보다 더 취약해진다. (그림)
결론적으로 임신이 된 후부터 1000일 동안은 장내미생물총이 형성되는 시기다. 이때 어떤 장내미생물총이 형성되는지가 이후 영유아기와 성인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는 장내미생물총과 인간 모두의 건강에 결정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는 산모의 건강, 신생아의 출생 방식, 생후 모유 수유 유무, 그리고 식이 등을 고려해 좋은 장내미생물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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