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24일 성명을 통해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의 보건복지위원회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 통과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수술실 감시 법안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의사, 환자 간 치료관계에 회복 불가능한 불신의 골을 깊게 아로새길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대개협은 "환자는 의료진을 신뢰하고, 의료진은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한다는 단순한 명제는 이제 상호 불신과 감시라는 단어로 대치되려 하고 있다. '치유와 회복'이라는 최우선 목표는 일각의 범죄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차순위가 돼야 하는가"라며 "특히나 CCTV가 설치된 수술방에서 벌어진 범죄 행위가 내부고발로 드러났음에도 'CCTV 무용론'이 아닌 'CCTV 설치법'의 주요 논거로 포장되는 웃지 못할 상황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의 모든 역량은 코로나 방역과 신속한 백신 접종에 모아져 있다. 한여름 무더위에 번아웃돼 쓰러져가는 의료진과 경영 악화로 일반 자영업자들과 고통을 공유하는 개원가에 필요한 것은 하루 빨리 4차 대유행을 종식시키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라며 "지원과 격려가 필요한 곳에 되레 무시무시한 규제와 의심의 날이 선 감시카메라를 들이대는 정부와 정치권에 분노를 넘어 좌절한다"고 호소했다.
대개협은 "환자의 민감한 부위가 동영상으로 유출되는 상황은 개인정보 유출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누구도 공개하고 싶지 않은 민감 부위가 노출된 영상을 전국 수천, 수만곳의 수술실에서 매일 제작해야하는 상황에서 그 유출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개인의 보안정보가 유출되는 가장 흔한 방법은 네트워크를 통한 고도의 해킹 작업이 아니다. 어깨 너머 뒷사람이 비밀번호를 흘깃 보는 것이 가장 흔하고 쉬운 개인정보의 유출 경로이다. 네트워크를 막는다고 민감 영상의 유출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수술실의 범죄행위는 CCTV로 드러나지도, 예방되지도 않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무자격자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은 근절될 수 있다. 처벌 근거도 의료법에 명확히 명문화돼 있다"라며 "카메라를 설치하고 감시하는 구시대적인 규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변화된 시민의식과 의료계의 자정 노력으로 수술실 범죄를 줄여나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다.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CCTV의 설치와 동영상의 저장 보다 의료계와 함께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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