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21 10:21최종 업데이트 22.11.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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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중심 의료봉사 '한계'…저개발국 자생력 키우는 '맨파워'에 집중

배출되는 의사 지방에서 근무하도록 NGO에서 월급 및 인센티브 지원 효과 커

짐바브웨 하라레 중앙병원 전진경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사진=케이닥(K-doc) 미션 온라인 컨퍼런스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저개발국 의료 봉사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의사 한 사람의 단순 진료 형식의 봉사가 아닌 의료 자생력과 직결된 '맨파워'를 기르는 방식이 돼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무리 선진 의료기술을 보유한 의사 한 명이 파견돼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고, 저개발국인 만큼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해 인력 누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배출된 의사들이 자기 지역에서 의사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및 재정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하라레 중앙병원 소아과의사로 재직 중인 전진경 전문의(연세의대 의학박사)가 최근 진행된 제3회 케이닥(K-doc) 미션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아프리카미래재단이라는 NGO를 통해 짐바브웨에서 진행하고 있는 의료봉사 현실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전진경 전문의는 "의료봉사라고 하면 100년 전부터 했던 진료형식을 떠오르게 되는데, 의사 혼자서는 진료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모두 팀워크로 이뤄져야 하고, 다양한 의료 장비는 물론이고, 영상 및 진단검사의학, 실험실 데이터가 있어야 진료가 가능하다"며 "이제는 다른 형태의 봉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의료 봉사라고 하더라도 경제에 밝지 못하면 굉장히 어렵다. 이제 의료가 하나의 산업이 되면서,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의료봉사가 기획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진경 전문의가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짐바브웨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 HIV 치료약이 개발되기까지 에이즈로 인해 막대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입은 국가로, 2007년 이후 경제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다.

2015년 WHO가 모든 가임기 여성에게 HIV 진단을 하고 진단 시 배우자와 함께 치료하는 것으로 원칙을 바꾸면서 에이즈 전염 속도가 많이 떨어지게 됐지만, 여전히 아프리카 국가의 에이즈 환자는 10%를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에이즈 관련 환자들은 면역 결핍으로 인한 감염과 종양으로 검사 및 치료가 복잡해  한 환자에 들어가는 진료의 양과 강도가 의사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아프리카 국가들은 결핵, 말라리아, 장티푸스 등이 사계절 내내 유행하고 있고, 영양 결핍 환자도 많다. 이런 영양 결핍환자들은 2차적으로 결핵 등 다른 질병에도 쉽게 노출돼 대규모 환자군이 항상 포진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감당이 안돼 범세계적 도움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전진경 전문의는 2013년부터 짐바브웨 국립병원인 하라레 중앙병원 소아과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아프리카의 현실과 굉장한 인력 및 의료장비 부족 등으로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없다는 좌절감에 힘든 나날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짐바브웨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2007년 경제가 붕괴되면서 국립병원 의사도 사립병원에서 투잡을 뛰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졌다. 결국 많은 짐바브웨 의료인력은 번아웃을 호소하며 외국으로 빠져나갔고, 의료시스템에는 거대한 공백이 생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2015년 WHO의 정책으로 HIV의 전염 속도가 많이 떨어지게 됐고, 짐바브웨 의대 졸업 의사 중 인턴과 레지던트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전진경 전문의는 수련병원인 하라레 병원에서 소아과 전문의를 1년에 8명씩 배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진경 전문의는 "그렇지만 매년 배출되는 소아과 전문의를 하라레 어린이병원에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원을 해도 큰 돈벌이가 되지 않아 배출된 의사들도 고민이 생겼다. 사립병원은 베테랑 의사를 찾다보니 취업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배출된 전문의들이 개척자 정신을 갖고 자기 고향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며 자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전 전문의는 "결국은 맨파워가 중요하다. 사실 지방에 병원을 새로 짓는 것보다 지방 병원이 잘 굴러갈 수 있게 인력을 배치하고, 그들이 거기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전문의가 지방으로 분산되니, 많은 감염병 환자들이 본인이 사는 지방에서 조기에 진료를 받게 되면서 수도에 있는 하라레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많이 줄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케이닥(K-doc) 미션 온라인 컨퍼런스 갈무리

이에 아프리카미래재단은 지방으로 내려간 전문의들이 기초적인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NOG에서 이들 의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짐바브웨는 매년 의과대학에서 일정하게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인근에 더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로 파견을 보낼 수도 있다"며 "짐바브웨의 경제가 너무 안 좋아서 일자리가 좋지가 않다. 이런 의사들에게 NGO가 월급을 준다고 하면 다른 국가로 가고 싶어하는 의사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교육받은 아프리카 의사가 선진국에 돈을 벌러 나가는 브레인 누수를 박을 수 있고, 같은 아프리카인끼리 서로 돕는데서 오는 보람도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을 지방으로 혹은 다른 국가로 파견하려고 하면 적당한 급여를 줘야하기 때문에 초기에 NGO에서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때 IMF나 세계은행이 저개발 국가 융자를 할 때 정부 예산 계획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의료정책에 대해 거대한 계획을 해서 의료 분야에도 투자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제로 그런 지원이 이뤄질 때까지는 NGO가 산발적이지만 지방 병원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전문의들을 지원해야 겠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짐바브웨 병원장은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권한이 있어서 운영을 좌우하는 것도 아니다. 전문의 중에 자원한 사람이 병원장을 맡는 것 뿐이라 병원 운영에는 노하우가 별로 없다"며 "병원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전진경 전문의는 21세기에는 슈바이처가 필요한 게 아니고, 경제 개념에 밝은 어떻게 보면 로비스트 같은 정책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지인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복지부 관계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현명한 정책가가 말이다"라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21세기 NGO는 다른 NGO와 연계해 현지 의료체계가 자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델을 제시하고 10년 가량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인력은 짐바브웨에서 제공하고, 다른 물자들은 WHO나 미국 CDC 등에서 지원해서 아프리카가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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