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원환자 진료 공백을 해소하고,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업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의 현실을 점검하고 가야할 방향을 기획 연재한다.
[1편]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살 길이다 [2편] 교수 그만두고 선택한 입원전담의
대학병원 외과 부교수를 사직하고, 비정규직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를 택한 여의사.
지난 달부터 연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외과병동에서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중인 정은주(41) 임상교수의 이야기다.
정은주 임상교수가 건국대병원 외과 부교수를 그만두고 입원전담전문의를 하겠다고 하자 지인들은 "왜?" "정신이 있는 거야?"고 했다.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정착된 것도 아니고,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간 부교수 자리를 박차고 계약직 봉직의를 하겠다니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가 최근 정은주 임상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 첫 번째 던진 질문도 그것이었다.
정 교수는 왜 험지를 자청한 것일까?
정은주 임상교수는 몇 년 전 내과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관심이 많아 공청회, 토론회 등을 쫒아 다녔다.
정 교수는 "아침 일찍 수술방에 들어가 자정이 돼서야 나올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중간중간 간호사에게 전화해 병동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오더를 내지만 수술하면서 병동환자를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환기시켰다.
정 교수는 "의대에서 가장 중심에 환자가 있고, 의사는 환자 때문에 존재한다고 배웠지만 한국의 의료, 수술 수준에 비해 입원환자 관리는 늘 부족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전공의 수련을 받은 연세의대 외과학교실에서 입원전담전문의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정 교수는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정 교수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 분명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줘서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환자를 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 했다.
정 교수는 "재미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전이 있을 것 같다. 일한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았는데 '나도 입원전담전문의 진료를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돼요?'라고 물어본 입원환자도 있었다"고 뿌듯해 했다.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시행중인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이어서 입원하기 전에 신청해야 진료 받을 수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 신청하지 않은 환자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궁금한 걸 수시로 물어보고, 성실히 응대해 주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다.
정 교수는 "입원환자를 관리해 보니까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게 뭔지 보인다"면서 "단적인 예로 환자가 퇴원할 때 약을 언제 복용하고, 언제 외래로 나오라고 설명하면 되겠지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궁금한 게 얼마나 많겠나. 먹을 것, 먹지 말아야 할 것, 조심해야 할 것 등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다보면 30분도 모자란다"고 했다.
메스를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정은주 교수는 "두달간 수술을 못했는데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면서 "수술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진 10년 이상의 전문의 경험을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병동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해 바로 대처하고 나니까 병동 동료 간호사가 '선생님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할 때 기분이 좋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정은주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로서 할 일이 참 많다고 했다.
정 교수는 "새로운 것을 세팅하는 게 즐겁고, 교수, 동료들과 함께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있다"면서 "의사는 기본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그런 걸 탄탄히 다지는데 도움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정착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은주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는 당연히 정착된다. 여기에서 일해보니까 그런 확신이 더 생겼다. 그동안 입원환자 관리가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계약직으로 계속 남아야 한다면 어떨까?
정 교수는 "모든 사람이 우리를 꼭 필요로 한다면 당연히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며 "우리 병원에서 잘 정착할 때까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피력했다.
정은주 교수는 "대학에서 강의할 때 수술이 전부가 아니다. 토탈케어 하는 게 외과의사라고 가르쳤다. 그동안 수술에 집중하면서 소홀했던 것을 정상화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면서 "그래서 도전해볼 가치가 있고, 후배들이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은주 교수는 이화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외과에서 전문의, 펠로우 과정을 이수했으며, 원자력병원 외과 과장, 건국대병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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