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9.23 06:49최종 업데이트 20.09.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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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의약품 도매업체 신성약품, 백신 배송 실수 두고 잇딴 의문제기

종이박스 배송까지 문제점 지적...도매업계 "업력만 36년차, 하청업체 운송·낮은 낙찰 가격 탓" 분석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가 필수예방접종사업(NIP)이 갑자기 멈춰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0년 넘는 공직생활 과정 중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힐 정도로 유례 없는 사건이다.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은 올해 국가 독감백신 운송을 맡은 신성약품의 배송 실수 때문이다. 온도에 민감한 백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시킨 것.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36년차의 오랜 전통의 상위 중견기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운송 사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 실수가 아닌 부실한 하청업체 관리와 지나치게 낮은 납품 가격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전자공시에 게재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성약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4226억 7704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1억 3882만원, 당기순이익은 26억 2294만원이다. 의약품 도매 특성상 지오영 등 대규모 상위 업체를 제외하고는 영세한 기업이 많기 때문에 업계에서 비교적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 창립자인 김진문 회장은 1985년 신성약품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김 회장이 신성약품의 지분 47%(주식수 10만 8100주)를 가지고 있으며, 홍영균 부회장과 윤중구 사장이 각각 26.5%, 26.5%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 20여개를 비롯해 노바티스, 화이자, 애브비, 비브라운, 박스터 등 외국계 제약사·의료기기업체 50여곳, GC녹십자, 대웅제약,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등 국내 제약사 150여곳 등 다양한 거래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경인아라뱃길 김포 고촌 물류단지 내에 대지 3197㎡(약 967평), 지상 2층 규모의 물류센터를 완공하면서 냉장·냉동 보관 시설을 현대화하고 비상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등 유통선진화 기틀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 독감백신 조달 입찰에 낙찰되면서 백신 유통사업에 콜드 체인(cold chain)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 같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운영시스템도 도입했다. 1인 2배송 시스템, 순환재고조사를 통한 관리 시스템 등을 비롯 입고시 고유저장 위치를 지정하고, 보관시 냉동·냉장 관리와 약품 성격에 따른 품질관리, 출고시 핸드프리 스캐너 검수를 통한 오류 방지 등이다.

하지만 현대화한 시설과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업체가 부실하게 백신을 운송해 '국가 필수백신사업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벌인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 백신 운송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노출시킨 것은 물론, 일선 의사들에게서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박스 배송도 이뤄졌다는 제보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신성약품이 독감 백신 공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짧은 시간에 대량 물량을 공급하고 이제 막 콜드체인 시스템을 도입하다 보니 운영이 미숙했다는 것이다.  

다만 도매업계는 회사의 업력이 오래된 만큼 특별한 사고가 있지 않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서 신성약품이 국가백신 조달사업을 맡은 경험이 없어 배송 실수가 났다고 하지만, 이곳은 업력 노하우만 30년이 넘고 시스템도 매우 현대화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신고가 들어온 지역이 광주라고 하는데, 지방에서는 하청업체들이 주로 배송을 맡게 된다. 업체 측 잘못이라기 보다는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면서 파생된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가사업을 조달받았음에도 제대로 하청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은 궁극적으로 지나치게 낮은 납품 가격 때문"이라며 "의료기관-제조사 간 계약으로 납품되는 유료백신의 경우 1만 4000원 정도지만 질병관리청이 무료 백신 단가를 8620원으로 책정하면서 유통상 마진 등의 문제로 부실한 배송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도매업계 관계자는 "유통상 마진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원가 절감을 하다가 국가 백신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만약 납품가가 낮았다면 다른 도매업체들처럼 유찰하면 된다. 그러나 신성약품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낙찰까지 받았음에도 운송과정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만큼 적정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은 "백신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전적으로 우리 측 불찰이다. 국민들께 죄송하며, 질병관리청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사과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에 배송문제가 발생한 13~18세 무료 독감 예방접종분 500만도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질검사를 의뢰했다. 약 2주간에 걸친 품질검사와 안전성검사 결과에 따라 질병관리청이 해당 백신의 폐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폐기한다면 국가필수예방접종 물량의 3분의 1 이상이 사라지고 당장 백신을 생산할 수 없는 만큼 차질이 불가피하다.  

질병관리청은 신성약품에 대해 유통과정상 조사를 한 후 약사법 47조에 따라 처벌을 결정할 방침이다. 유통상 적정온도를 지키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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