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5.03 11:50최종 업데이트 19.05.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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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인력으로 이용되는 공보의... 의료취약지 아닌 민간병원 배치 검토 및 실태조사 필요

대공협 조중현 회장 "공보의 2명으로만 민간병원 응급실 운영 등 빈번... 연 2회 정기 평가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보건의료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 배치된 민간병원 공중보건의사들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 공보의들은 공중보건의사제도의 취지에 맞게 의료취약지가 아닌 지역의 민간병원에 대한 공보의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간병원이 수익창출을 위해 공보의들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공공의료의 확립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공보의들은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마련된 보건복지부의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에 따라 민간병원에 배치된다. 이 지침은 보건의료정책을 수행할 때 배치가 필요한 기관 또는 시설로서, 군 지역 및 의사 확보가 어려운 중소도시의 정부지원 민간 의료기관 또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의료 관련 기관 등에 공보의를 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보의를 배치하는 민간병원의 기준과 배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공보의의 민간병원 배치는 시·군·구 등 지자체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 때문에 의료취약지가 아닌 지역의 민간병원에도 공보의가 배치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간병원에 근무하는 공보의는 115명(2018년도 기준)으로 전체 의과 공보의 2000여명 중 20분의 1로 교정시설 등 여러 직역에 근무하는 공보의 집단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공보의들은 공공의료가 절실한 곳이 많은 만큼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에 따라 공보의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중보건의사로서 최근까지 민간병원에서 근무한 A씨는 "의료 환경은 매년 바뀌는데 공보의가 배치되는 민간병원은 관행적으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공보의 배치를 받는 민간병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이 다수다. 이 병원들은 정부에서 인건비 등을 지원받으면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매년 배치받는 공보의로만 응급실 인력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심지어 인근에 큰 의료기관이 들어서고 응급실이 생겨도 민간병원의 공보의 배치는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며 "공보의가 공공의료의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는 공보의제도의 취지에 따라 의료취약지에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민간병원에 배치받는 공보의에 대해 어떤 식으로 공공의료 인력이 운용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다.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보의들 중 다수가 민간병원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저렴한 의료 인력으로 쓰이고 있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발표한 '민간병원 공보의 근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취약지의 응급진료를 위해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보의들은 응급진료가 아닌 외래진료, 건강검진, 영양제 판매 강요, 미용시술 등을 강요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민간병원 공보의 응답자 35명 중 절반(47%)은 '현 근무지인 민간병원에 대한 병공의 배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현재 병공의가 배치되는 민간병원 중에 의료취약지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 포함된 만큼 민간병원이 정식으로 의사를 고용해야 한다'거나 '민간병원이 응급진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영양제 판매 강요, 응급약물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불허하는 등 공공의료 수행보다 병원의 수익을 위해 공보의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중현 회장은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보의들로부터 민원을 많이 받는다"며 "민간병원은 공보의들이 군복무 중이라서 중도에 그만둘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근로계약서 작성시 불리한 근무 조건을 넣는다. 또 충분히 다른 의료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저렴한 의료인력이라는 점을 이용해 공보의들을 병원 수익을 내는 도구로 악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한 민간병원은 의료취약지도 아니고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에 위치해 의료인력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공보의 2명만으로 응급실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다른 의료진을 추가로 고용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곳에 공보의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공보의들은 의료취약지역이나 응급실 등 필수의료에 배치하도록 돼 있지만 민간병원 중에서는 공보의들에게 외래진료를 시키거나 피부미용 등 진료를 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이용하는 곳도 있다"며 "복지부는 민간병원 배치 및 배치 인원이 적절한지 연 2회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운영지침에 명시하고 실태조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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