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에서 지역필수의료 마지막 안전망 연속토론회 '경기도 중증외상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이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외상체계 구축으로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낮아졌지만, 일부 중증외상환자는 여전히 적절한 치료기관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환자 분류부터 이송, 권역외상센터와 지역 병원의 진료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마지막 안전망 연속토론회'에서는 경기도 중증외상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올해 기존 권역외상센터 중 진료 역량과 규모를 갖춘 기관을 집중 지원하는 거점외상센터 사업을 시작한다며, 개별 센터 지원을 지역 외상진료체계 강화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권역외상센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과 함께 지역에서 외상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중증환자는 권역외상센터가 담당하고 경증환자는 지역 병원과 협력해 진료하는 보다 완결적이고 체계적인 외상진료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 정경원 단장(아주의대 외상학교실)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곳으로 적절한 시간에"…인력·병상 확충하고 항공이송 늘려야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 정경원 단장(아주의대 외상학교실)은 경기도 중증외상 진료 현황과 과제를 공유하고, 지역완결형 포괄적 외상진료체계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정 단장은 외상체계의 목표로 ▲The Right Patient(적절한 환자) ▲to The Right Place(적절한 곳) ▲at The Right Time(적절한 시간)으로 구성된 '3R'을 제시했다.
정 단장은 "외상체계는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곳으로 적절한 시간에 이송해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포괄적 외상시스템을 확립하면 외상사망률을 30% 줄일 수 있고, 외상시스템이 성숙할수록 외상사망률을 25%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와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를 중심으로 외상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의 권역외상센터 이송률은 과거 30% 미만에서 최근 60%대로 높아졌고,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6%까지 낮아졌다.
다만 정 단장은 "남아 있는 30~40%의 환자에서는 여전히 예방가능 사망이 발생하고 있다"며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절한 환자를 선별하려면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에서 서로 다르게 적용되는 중증외상환자 분류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급 현장에서는 현장 중증도 분류와 Pre-KTAS를, 병원에서는 손상중증도점수(ISS)와 국제질병분류 기반 손상중증도점수(ICISS) 등을 사용해 기준에 따라 환자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2년 전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예방가능 외상사망률 조사도 상시 모니터링 체계로 전환해 신속한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적절한 곳으로 환자를 이송하려면 권역외상센터의 수용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단장에 따르면 중증외상환자를 권역외상센터로 직접 이송하면 다른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한 경우보다 전체 사망률이 약 30% 감소했고, 심한 쇼크 환자는 사망률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정 단장은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에는 전문인력을,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에는 병상과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가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경증·중등증 환자는 지역외상협력병원이 치료하거나 회송받도록 외상진료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적절한 시간 안에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서는 닥터헬기와 소방헬기 등 항공이송 자원을 확대하고 운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출동이 많은 기관의 운영업체가 오히려 적자를 보는 현행 정액 지원방식도 출동 건수와 성과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 단장은 119 신고 단계부터 사고 정보를 공유해 헬기 출동과 병원 내 치료 준비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신고 순간부터 병원이 사고 상황을 확인하면서 헬기 출동 결정 시간을 약 10분 줄였다"며 "AI를 통해 통화와 이송 정보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이를 수술실과 소생실, 중환자실에 공유하면 환자가 도착하기 전부터 치료를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상센터와 지역 협력병원, 소방, 지자체가 함께 움직여야 환자가 사고를 당한 지역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경기도 외상체계지원단의 운영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중증외상환자 기준과 권역외상센터 중심의 이송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증외상 기준 제각각…"데이터 연계하고, 지역 연계 강화해야"
이어진 토론에서도 중증외상환자 기준과 권역외상센터 중심의 이송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자들은 데이터 연계와 외상센터 유형화, 지역별 인력·시설 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윤정 교수는 중증외상환자 수가 분류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EDIS와 119, KTDB 등에서 사용하는 기준이 달라 같은 지역의 중증외상환자 규모가 약 10배까지 차이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정부가 누구를 정책 대상으로 삼고 얼마의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와 소방이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의 데이터를 연계해 환자 발생과 이송, 치료 결과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7개 권역외상센터도 동일하게 지원하기보다 기능과 역량에 따라 유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센터별 중증환자 비중과 치료 성과, 재이송률 등을 고려해 역할을 구분하고 건강보험 가산과 정부 지원도 성과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외상필수의료관리팀 홍원표 팀장은 중증외상 관련 자료가 서로 다른 환자군과 진료단계를 측정하고 있어 수치 차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홍 팀장은 병원 전 단계의 분류자료를 최종 진료 결과와 연계해 과소·과대 분류를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생리학적·해부학적으로 중증도가 명확한 환자는 권역외상센터로 보내고, 중증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일정 역량을 갖춘 지역외상센터에서 진료하도록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응급의료법상 지역외상센터 지정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지정된 기관은 없다며, 권역외상센터와 지역외상센터,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역할을 중증도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 조항주 센터장은 경기북부가 수도권으로 분류되지만 의료취약지역이 많고 의사 확보도 서울이나 경기남부보다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가 강원도 일부 환자까지 수용하고 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운영 부담이 크다"며 "닥터헬기를 도입하더라도 별도의 전담인력이 필요해 현재 인력만으로는 운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외상센터마다 인력과 병상, 시설 등 부족한 부분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지원보다 센터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거점외상센터 육성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이동에 그치지 않도록 신규 인력 양성도 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보건건강국 유영철 국장은 경기도 외상체계의 성과가 권역외상센터뿐 아니라 조례와 외상체계지원단, 예방가능 외상사망률 조사와 의료기관 피드백 체계를 함께 운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거점외상센터를 선정할 때는 현재 진료 역량뿐 아니라 지역 내 환자 수요와 다른 외상센터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 유희준 구급품질팀장은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하면 경기남부와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로 우선 이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지역에서는 지역외상협력병원에서 초기 처치를 한 뒤 재이송하고, 육로 이송에 30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 닥터헬기와 소방헬기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중증도 분류와 Pre-KTAS 사이의 차이는 소방청과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윤 의원은 중앙정부가 공통 지침을 마련하되 지방정부가 지역 의료환경에 맞는 외상체계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재정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권역외상센터 설치 이후 기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외상진료 기능이 약화되지 않도록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지역 외상진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병원에 건강보험 지역가산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상환자를 진료하는 협력병원에 별도의 보상을 제공해 지역 네트워크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공공의료정책관
복지부 "외상센터 확대만으로는 한계…전체 응급의료체계 역할 재정립 검토"
이에 보건복지부는 중증외상환자 기준과 항공이송 협업체계, 권역외상센터 중심의 현행 구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이중규 공공의료정책관은 지방정부가 지역 여건에 맞는 이송지침과 외상진료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방정부와 지역 의료기관의 관심과 역량에 차이가 큰 만큼 중앙정부가 기본지침을 마련하고, 지역이 이를 바탕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증외상 정책 대상이 분류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의 기준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정책관은 "정책 대상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동감한다"며 "관련 기준과 데이터를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항공이송체계에 대해서도 복지부가 소방청과 군, 경찰 등과 충분히 협력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닥터헬기가 24시간 운영되지 못하고 기관별 항공자원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지 못한 점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 정책관은 "복지부가 닥터헬기를 가장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방청과 군, 경찰이 보유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협업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말했다.
외상센터와 전체 응급의료체계의 관계를 충분히 정립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외상센터 설치 이후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가 외상환자를 외상센터의 역할로만 인식하는 문제가 나타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들 기관도 상당수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정책관은 "외상도 전체 응급환자 체계 안에 있는데, 전체 응급의료체계와 외상체계의 관계를 왜 정립하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단순히 외상센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체 체계 속에서 외상이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가 어떤 환자를 어떻게 나눠 진료할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거점외상센터도 단순히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외상진료체계에서 맡아야 할 기능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이 정책관은 "거점외상센터가 체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외상체계 내부뿐 아니라 전체 응급의료체계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시급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