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덕후’ 방덕원 교수가 전하는 재즈의 매력…“그냥 들어도 좋다, 알고 들으면 더 좋다”
[의사들의 부캐] "30년간 재즈와 함께한 인생, 소장 중인 재즈 LP판만 4000여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단어는 본래 여성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에 한정돼 사용되다 최근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노동관의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다각화로 인해 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즐긴다는 의미로 확대되면서 21세기 현대인을 나타내는 표상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세상에는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의료인의 본분을 다하면서 각자의 워라벨을 사수하는 많은 의사들이 있다. 골프 치는 의사, 글 쓰는 의사, 산 타는 의사, 음악하는 의사 등 그들의 취미, 일명 부캐 또한 다양하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방덕원 심장내과 교수는 30년 동안 음악 장르 중에서도 특히 재즈(JAZZ)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의대 재학 시절 우연히 라디오에서 접한 재즈에 순식간에 매료됐던 그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팔아 재즈 LP(Long-playing Record)판만 4000여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단순히 재즈 사랑을 뛰어넘어 오리지널 아날로그 사운드를 수집하는 소위 '재즈 덕후'로 통한다.
방 교수는 재즈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적당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냥 듣기 좋다"는 게 한참을 생각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었다. 그는 "대학생 때 처음 들었던 퓨전재즈가 기존에 듣던 클래식, 가요, 팝과 리듬이 달라 신선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곱씹어 보면 재즈의 매력은 그냥 듣기 좋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즈를 듣다 보니 점차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현대의 퓨전재즈가 나오기까지의 역사적인 흐름과 당시의 은밀한 속 얘기까지 알고 듣는 재즈의 매력은 상당했다. 특히 자유로운 즉흥 연주가 많아 같은 음반도 녹음 당시 상황과 어느 레이블의 어떤 연주자에 의해 연주된 것인지에 따라 음색도 가지각색이다.
방 교수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 같은 명음반을 들어도 그 음악이 나오게 된 앞뒤 맥락을 모르고 들으면 재미가 반감된다"며 "전체 재즈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면 똑같이 들리던 재즈도 새로운 의미가 더해진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방 교수는 재즈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앞서 한 차례 재즈 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던 그는 최근 재즈 역사와 레이블, LP 자켓과 라벨에 얽힌 감상 포인트를 애호가의 입장에서 풀어낸 '재즈 레이블 대백과'를 출간하기도 했다.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재즈 명반을 쉬운 언어로 소개하는 한편, LP판 자켓과 라벨을 구별하고 각각의 음반 라벨이 갖는 의미나 감상 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음반 자켓과 라벨을 방 교수가 직접 손수 그렸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는 입문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음반으론 쳇 베이커(Chet Baker)의 싱즈(Sings)를 꼽았다. 쳇 베이커는 느슨하고 낭만적이면서도 울적한 트럼펫 연주와 노래로 큰 사랑을 받은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중 하나다. 1956년 발표된 쳇 베이커 싱즈는 마이 퍼니 발렌타인(My funny valentine), 아이 폴 인 러브 투 이질리(I fall in love too easily)와 같은 대표곡들을 남겼다.
방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음반인 쳇 베이커 싱즈가 재즈 입문용으로 적절하다"며 "쳇 베이커는 남성 재즈 보컬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뮤지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마장뮤직앤픽처스를 통해 발매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재즈에 처음 입문할 땐 무작위로 재즈곡 수백 개를 플레이 리스트에 넣고 듣다가 마음에 드는 곡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선별된 곡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재즈 장르를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향후 새로운 목표를 묻자 그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재즈 음반을 소개하는 책을 다시 한번 써보고 싶다고 했다. 방 교수는 "명반으로 평가되는 음반들이 정작 왜 유명한지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가의 어려운 용어를 빼고 쉬운 말들로 재즈 명반들을 소개하고 싶다"며 "1920년대부터 1970년 대까지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재즈 역사 속에서 명반이 탄생하게 된 연대기를 독자가 직접 여행하듯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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