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06 14:35최종 업데이트 26.10.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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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죽음 밝히는 수사, 다른 아이 진료 위협해선 안 돼”

의대교수협, 응급실 압수수색 비판…전문적 원인조사 우선·의료사건 수사 지침 마련 요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환아 사망사건과 관련한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에 대해 “한 아이의 죽음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다른 아이의 진료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수사 방식 개선을 촉구했다. 

적법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원칙과 별개로, 응급진료가 진행 중인 공간에 대한 직접 강제수사는 환자안전과 진료의 연속성을 고려해 최후수단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대교수협은 6일 제19차 성명서를 통해 지난달 30일 수사기관이 대학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들어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사건 발생 약 두 달 뒤 압수수색…진료공간 직접 진입 필요성 설명해야”

의대교수협은 응급실이 일반적인 사무공간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폐소생술과 기도 확보, 경련·쇼크 치료 등 수초 또는 수분의 지연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진료가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관련 보도에서 의료진은 압수수색 당시에도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었으며, 경찰의 진입과 진료용 컴퓨터 확인 등으로 진료에 차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찰은 진료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의대교수협은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더라도 “응급진료가 진행 중인 공간에서의 강제수사가 의료진의 집중과 진료의 연속성을 훼손하고 현재 치료받는 환자의 안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엄중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의 강제처분 최소한도 원칙과 응급의료법 제12조의 응급진료 방해 금지 규정을 언급하며, 영장에 따른 수사도 환자안전과 진료의 연속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공간에 대한 직접 강제수사는 다른 방법으로 수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최후수단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다. 의무기록과 처방, 검사결과, CCTV, 근무기록 등 진료공간 밖에서도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해당 방법을 우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보도상 환아 사망 후 약 두 달이 지난 시점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응급진료 공간에 직접 진입해야만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가 무엇이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대교수협은 “수사기관이 설명해야 할 것은 영장이 있었는가만이 아니라 왜 하필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그 공간에 직접 들어가야 했는가”라고 강조했다.

수사와 무관한 환자의 의료정보 보호도 요구했다. 응급실 진료용 컴퓨터에는 수사대상 환아뿐 아니라 현재 치료받는 환자들의 진단명과 검사결과, 투약내역 등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의대교수협은 “한 사건의 수사를 이유로 사건과 무관한 다른 환자의 의료정보가 수사기관의 접근 가능 범위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미 경험…무죄 이후 수사체계 달라졌나”

의대교수협은 의료사고 수사 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제시했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뒤 의료진 7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과 항소심에 이어 2022년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의대교수협은 항소심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추론에 근거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불리한 가능성을 채택·조합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제시한 참고자료에서는 감염관리상 과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해당 과실과 신생아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핵심으로 정리했다.

의댁교수협은 “장기간의 형사절차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이 원했던 진상 규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제수사와 형사절차만으로 의료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 이후 의료사고 수사의 방식과 형사사법 개입의 기준에 대해 수사기관 차원의 충분한 성찰과 제도개선이 이뤄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비교 사례로는 일본 후쿠시마현립 오노병원 사건을 들었다. 참고자료에 따르면 2004년 제왕절개 중 산모가 대량출혈로 사망한 뒤 담당 산부인과 의사가 체포·기소됐으나, 2008년 후쿠시마지방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의대교수협은 일본에서 이 사건 이후 의료사고 형사소추와 수사를 신중하게 하고 의료현장을 불필요하게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며, 한국도 의료사건 조사·수사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료사고조사제도의 목적을 책임추궁이 아닌 의료의 안전 확보와 재발방지로 설명한다. 개인 의료진에게 원인을 귀속시키기보다 사고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에 주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다만 조사보고서의 소송 활용에 관한 형사·민사소송법상 규정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환자 사망만으로 형사책임 전제 안 돼…의학적 원인규명에서 출발해야”

의대교수협은 환자의 악화와 사망이 언제나 의료인의 과실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며, 질병의 중증도와 자연경과, 현대의학의 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인 의료인에게 모든 악결과를 막을 수 있다는 전제를 요구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망이라는 결과만으로 과실이나 형사책임을 미리 전제하기보다 의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무엇이 일어났고 왜 그런 결과가 발생했는지 먼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의 자연경과와 불가피한 합병증,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요인, 실제 의료과실을 구별하고, 명백한 과실이나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원인분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안전 사건 보고·학습체계 지침에서 사건 보고자료를 의료로 인한 위해를 이해하고 지속적인 위험 감소와 환자안전 개선을 위한 학습에 활용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의대교수협은 정부와 수사기관에 ▲의학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조사를 통한 사망 원인·진료 적정성 우선 규명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공간의 직접 압수수색을 최후수단으로 운용 ▲진료공간 밖에서 대상과 범위를 특정한 자료 확보 및 무관한 환자의 의료정보 보호 ▲기존 의료사고 형사수사 경험을 반영한 의료사건 수사·강제수사 지침 마련을 요구했다.

의대교수협은 “의료기관은 수사의 성역이 아니다. 그러나 환자의 죽음 역시 곧바로 범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환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의학적 사실과 과학적 인과관계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지금 당장 우리가 살릴 수 있는 다른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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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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