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21 09:17최종 업데이트 18.12.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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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0원짜리 수술을 마친 어느 외과의사의 한탄

의사의 행위료, 심각하게 낮게 책정…외과의사가 사라진다

[칼럼]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언론보도에 따르면 물가는 1999년에 비해 80%에서 120%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1997년 9월 배포된 ‘건강보험 급여기준 및 진찰수가 기준표’를 보면 당시 초진 진료비는 6600원이었다. 그리고 방아쇠수지 증후군(Trigger finger syndrome)을 치료하는 수술방법 중 하나인 용수지수술(Trigger finger release)의 수술 수가는 3만5950원이었다. 

2018년 현재 초진 진찰료는 1만5310원이고 용수지수술 수가는 10만9910원(1회용 수술포 미포함)이다. 이 수치만 보면 초진 진찰료는 1997년에 비해 20여년이 지난 2018년 현재 132% 상승했고 용수지수술은 205.7%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수가가 물가인상률 이상 올랐으니 만족해야 할 것인가.
 
용수지 수술비를 살펴보면 미국에선 약3000달러(340만원)다. 영국의 경우 같은 수술이 약2450유로(310만원)다. 한국에서 용수지 수술을 할 때 각종 검사와 입원 등 부대비용이 포함돼 최대 1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처럼 외래에서 입원이나 특별한 검사 없이 간단하게 수술을 시행할 때 본인부담금은 30만원이 넘지 않는다. 미국이나 영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 마저도 실손보험에 가입된 환자라면 1만원 정도의 비용과 약간의 서류비용을 지불하면 수술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은 거의 없다.

필자의 병원에서 올해 1년간 용수지 수술 152례가 이뤄졌다. 사실 이 정도의 수술건수를 달성하려면 전국에서 환자들이 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수술을 통해 발생한 매출은 올해 1734만원에 불과했다. 이 비용으로 외과의원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난 20여년간 수술비가 132% 올랐다고 하지만 물가인상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20여년간 변함없이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저수가에 심각하게 시달리고 있었다.  

상당수 의사들은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의사의 행위료'에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점수당 단가), 종별 가산율을 곱해서 계산한다. 이 때 상대가치점수는 세가지로 분류돼 각각의 수가(혹은 비용)을 결정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의사의 행위료를 의미하는 업무량, 두 번째는 진료비용이고 나머지는 위험도이다.
 

여기서 업무량은 주시술자(의사)의 시간 및 노력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방아쇠수지를 치료하는 용수지수술의 의사업무량의 상대가치 점수는 현재 112.15점이고 이것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12.15(상대가치점수)×81.4(환산지수)=9130, 즉 9130원이다.
 
두 번째 진료비용이란 주시술자(의사)를 제외한 임상 인력의 인건비, 장비비, 재료비 및 간접비에 대한 보상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방아쇠수지의 진료비용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는 1288.57×81.4=104,890, 즉 10만4890원이다. 의사의 행위료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있다. (여기서 처음 주장했던 수술수가 10만9910원과 11만6070원으로 서로 조금 다른 것은 1회용 수술포의 가격이 포함된 것과 포함되지 않은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술 중에 1회용 수술포를 사용하지 않는다)
 
방아쇠수지를 할 때 의사의 행위료 9130원을 보면서 망연자실했다. 일단 외국에 비해 형편없는 수술비에 놀랐다. 무엇보다 평생 한 번의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방아쇠수지 수술이 점심 식사비 수준인 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진료비가 저수가 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고비용의 수술비를 책정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의사의 행위료 자체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형편없는 의사의 행위료로 수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생명을 구하는 외과의사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수술비는 국민들에게는 잠시 좋은 일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외과의사들로서는 생존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저수가 문제에 솔직해져야 한다. 의사들도 이런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민들도 이런 불공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안정된 의료가 공급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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