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06 18:42최종 업데이트 24.06.0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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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교수들, 17일부터 무기한 휴진…"비통한 마음으로 결의"

전공의 대상 각종 행정처분 취소∙사태 정상화 조치 때까지 진료 중단…"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는 강화"

서울대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17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무기한 전면 휴진에 들어간다. 

정부가 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을 완전히 취소하고, 이번 의료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한 진료 중단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교수 대상 설문 결과와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1차 설문조사에서는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대한 찬성 의견이 63.4%에 달했다.
 
이후 휴진 방식과 관련해 5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 2차 설문조사에서는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68.4%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기자회견 때까지만 해도 서울의대 비대위 교수들은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사직 전공의 관련 각종 명령 철회 내용 등을 확인한 이후 내부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와 관련해 “정부는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며, 복귀하는 경우 면허정지 처분을 수련이 완료될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처사인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여전히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위는 “지난 100여일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 정책과 행정명령의 부당함을 부르짖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게 정당하다고 말하며 강제 노동을 거부한 젊은이들을 범법자로 취급한다”며 “이에 서울의대 비대위는 비통한 마음으로 전면 휴진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지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정부의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로 현 사태가 악화된 데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휴진으로 불편을 겪을 환자들에게는 진정으로 죄송하다. 정부의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우리 병원에서의 진료를 미뤄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다만 휴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정부에 달렸음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의 필수 진료를 이전보다 더 강화해 유지할 것이나, 병상이 한정돼 있으므로 중증환자들에게 진료 기회를 양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의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를 중단하고 이번 의료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는 휴진을 할 의사가 없다. 부디 휴진이 실행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전체 휴진을 결의하며[전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의 발표로 촉발된 2024년 봄의 소위 ‘의사 집단 행동’ 사태는 그간 우리나라 의료정책 수립과 운영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문제들이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한 것입니다. 오래 전 모든 국민이 의료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 시작된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수가정책은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기형적으로 변하여 지금 우리는 필수의료의 위기,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지역의료의 붕괴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 야 하는 정부와 의료계는 보다 나은 국민 건강을 위해 협력하는 대신 불신과 반목을 반복 하였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의 의료 정책은 협의와 숙의가 아닌 불통과 강압으로 수립되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합리적인 주장은 직역의 이익을 앞세우곤 했던 어두운 과거에 가려 그 진의를 의심받고, 정부가 공들여 발표한 정책은 흔히 의료계의 족쇄로 받아들여집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기도 전에 정부가 집단 연가 불허, 진료유지명령 등을 쏟아낸 것은 의료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의료계와 정부 간의 불신, 불통과 맞물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련을 받던 만여 명의 젊은 의사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떠났으나 13만명의 병원에 남은 의사들이 진료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비상의 료상황 심각 단계를 선포하며 사직서수리금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사직의 뜻 을 밝혔지만 젊은이들의 자기결정권은 무시당했으며, 기존 직장의 업무를 지속할 것을 명령 받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현행법 위반’에 대한 처벌로 ‘3개월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통지 받았습니다.
 
정부는 지난 6월 4일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수리금지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 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며, 복귀하는 경우 면허정지 처분을 수련이 완료될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처사인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이 여전히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사직의 의사를 밝힌 자에게 업무개 시명령을 부과하는 것은 노동의 강제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언제부터 직 업 선택의 자유가 없어지고 정부가 강제 노동을 명령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까? 강제 노동 명령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가 국 민에게 행할 수 있는 일입니까?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한다고 하나, 전공의들은 직업 선택 의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하고 강제 노동을 명령 받은 바, 사직서 제출 후 6월 3일까지 업무 를 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그들의 ‘범법행위’로 남아 있습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지난 100여일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의 정책과 행 정명령의 부당함을 부르짖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도 의사라는 이유 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하며 강제 노동을 거부한 젊은이들을 범법자로 취급합니다. 수련생들이 병원을 떠난 후 중증, 응급 환자의 치료가 지연되는 것이 비정상적 인 시스템 때문이 아닌, 전공의들이 의사의 책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호도합니다.
 
이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비통한 마음으로 전면 휴진을 결의합니다.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지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정부의 자기결 정권 박탈 시도로 현 사태가 악화된 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시 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입니다. 저희의 휴진으로 불편을 겪게 되실 환자분들께 진정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환자분들께 피해가 가는 것은 평생 의업 에 종사해온 저희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의사로써의 책무를 지켜야한다는 사명감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정부의 처사를 용납한다면, 정부가 다음에 는 어떤 직역의 자유를 빼앗으려 할지 모릅니다.
 
6월 17일 이후에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시는 환 자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저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저희 병원에서의 진료를 미루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만 휴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정부에게 달렸음을 양해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의 필수 진료는 이전보다 더 강화하여 유지할 것이나, 병상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중증 환자분들께 진료 기회를 양보하여 주실 것을 아울 러 부탁드립니다.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의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를 중단하고 이번 의료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저희는 휴진을 할 의사가 없습니다. 부디 저희가 오늘 결의한 휴 진이 실행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24년 6월 6일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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