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함영욱 광역수사단장은 아주대 소아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거부했다. 사진=국회방송 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경찰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끝내 사과는 물론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수차례 사과를 촉구하다 '유감'이라는 표현만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압수수색 당시 의료진과 환자들이 겪었을 어려움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급기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강도 높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끝내 경찰의 입장을 바꾸지는 못했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의 적절성을 두고 함영욱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경찰 증인 출석 국정감사 동영상]
경찰 창립 이래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처음…경찰 "재발방지책 마련할 것"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함 단장에게 "경찰 경력이 32년이라고 했는데 그동안 소아응급실을 압수수색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함 단장은 "처음"이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경찰 창립 이래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이 없었던 것은 못해서가 아니라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절제했기 때문"이라며 "의료 수사에는 전문성이 필요한데 압수수색에 앞서 의료인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함 단장은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아주대병원은 사전에 의무기록 제출 등 수사에 충분히 협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며 "생사를 결정하는 응급의료 현장을 범죄현장으로, 헌신하는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환아 사망 당일 경찰이 출동해 의료진을 약 40분간 조사한 것을 언급하며 "한 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며 아이를 살리려 했던 의료진을 상대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진료 방해이자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함 단장에게 사과할 의사가 있는지 거듭 물었다. 하지만 함 단장은 "앞으로 응급의료 현장과 의료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진료 연속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답했다.
한 의원이 재차 사과를 요구하자 함 단장은 "의원님 말씀을 새겨듣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도 경찰의 사과를 촉구했지만, 함 단장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헌신하는 의료진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고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다시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때문에 사직하겠다는 의료진이 늘어나고 있다. 아주대 소아응급의료진에게 사과했으면 한다"고 하자 함 단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환자 진료와 진료 연속성에 차질이 생긴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경기남부경찰청의 압수수색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사진=국회방송 중계 영상 갈무리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 "향후 전체회의 등에서 더 살필 것"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도 함 단장의 답변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응급상황이나 진료 중에도 압수수색을 하는지 물었고, 함 단장은 "응급환자 진료 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며 "당시에도 4시간을 기다렸다가 환자 진료가 모두 끝나고 병원 관계자와 함께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의원은 "(진료 방해가)사실이라면 깨끗하게 사과하는 게 낫다. 사과에 인색할 이유가 1%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사과 요구가 계속되자 이 의원은 압수수색 당시 진료 방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이 의료현장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할 수 있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경찰이 절차를 지켰는지, 진료 중에 들어갔는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니 사과 표명까지는 기다릴 수 있다"면서도 "그 전반적인 과정에서 경찰이 좀 더 세심히 배려했다면 사람들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냥 유감을 표명하면 될 것 같다. 사과와 안타깝다 사이에 유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함 단장은 "사과, 유감, 안타깝다 등 여러 표현이 있지만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병원 법무팀과 수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들과 사전에 협의했고 비어 있는 공간에서 영장을 집행했다"며 "영상기록도 있다. 그렇게 진행했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한지아 의원은 다시 발언권을 얻어 경찰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의원은 "복지위 차원에서도 사과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단장은 큰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답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압수수색 당일뿐 아니라 환아가 사망한 당일 경찰이 소아응급센터에 들어와 담당 의사를 40분간 조사한 것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함 단장은 "7월 15일 환아 사망 당시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관 4명과 과학수사대 3명이 즉시 출동한 것으로, 압수수색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목소리를 높여 "한 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며 아이를 살리려 했던 응급의료진을 40분간 심문하면서 진료를 방해하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범죄자 취급까지 했는데 어떻게 사과를 안 하느냐"고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함 단장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자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까지 직접 나섰다.
이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많은 충격을 준 사건이고, 이 때문에 경찰에서도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재발을 막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수사 책임자로서 의료기관 관계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함 단장은 "압수수색에서 의료진이 겪었을 아픔과 환자들의 불편함에 대해 진정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결국 이 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서는 증인이 최대한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강요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향후 복지위 전체회의 등을 통해 이번 사안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