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18 05:12최종 업데이트 18.12.18 05:19

제보

복지부 장관은 환자단체의 대변인인가…아쉬움이 남는 국민청원 답변

"의료사고, 무조건 의료진 과실 아냐…폐업 의료기관의 피해보상책도 마련해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재연 칼럼니스트]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경남 양산시 산부인과 의료사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환자 입장에서 의료사고가 나면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정보의 비대칭성과 의료행위의 전문성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부 입장에서 의료사고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아닌, 의료인의 잘못된 과실로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고 본다. 이런 발언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좋지 않은 결과만으로 의료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의료사고란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실시하는 진단, 검사치료, 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 등의 행위로 사람의 생명과 신체, 재산 등에 대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반해 의료과실이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서 사망, 상해, 치료 지연 등 환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정성을 침해한 결과를 일으키게 한 경우를 말한다.
 
의료소송은 의료행위의 전문성, 정보의 비대칭성 등을 이유로 환자에게 의료인의 의료 과실을 전적으로 입증하는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의료과실의 입증책임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 입장에서 전적으로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측면에서 입증책임을 환자에서 의사로 전환하기 어렵다. 
 
의료사고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민법처럼 일반원칙에 따라 환자 측이 입증책임을 지는데, 의료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제대로 입증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반면에 의료진이 입증 책임을 지게 되면 미국처럼 방어진료가 만연한 의료환경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과잉진료로 진료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의료행위 과정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의료인에게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의료소송은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게 아니라, 과실이 있는지 유무가 중요한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이 명확하려면 의료인의 의료과실이 분명해야 하며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해야 한다. 

중대한 의료사고, 의무 아닌 자율보고로 유도해야
 
박 장관은  의료기관에 중대한 의료사고 보고를 의무화하고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면 체계적인 환자안전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사고 발생시 업무상과실치상, 중과실치상까지 의료기관에 중대한 의료사고 보고를 의무화하고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고 해서 의료사고 발생 자체가 감소될지는 의문이다.
 
박 장관에 따르면, 환자안전법이 시행되고 난 뒤에 환자안전 사고 보고건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환자안전 사고 보고건수는 2016년 56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427건으로 7~8배 늘어 올해는 11월 기준 8361건에 달했다. 박 장관은 이를 의무보고로 바꿀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환자안전법  제14조 환자안전사고의 자율보고 등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킨 사람이 보고한 경우에는 의료법 등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또한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해당 보건의료기관에 속한 자율보고를 한 보고자에게 보고를 이유로 해고, 전보나 이밖에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해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해 자율보고를 한 보고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런 처벌 완화에 대한 규정으로 자율보고가 늘었다고 본다. 중대한 사고에 대한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고 해서 환자 안전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럴수록 의료사고는 더 숨기 마련이고 자율보고는 줄어들 수 있다. 현재 환자안전법의 자율보고를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할 때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제재 방안을 마련하면 사망위험이 높은 고위험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중환자 치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초래될 것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환자 안전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부득이하게 폐업하는 의료기관의 피해보상은 어디에
 
또한 박 장관은 “환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이 확정돼 있다고 한다면 의료기관이 폐업을 했다 하더라도 국가가 대신 배상해주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있다”면서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사건을 접수해 먼저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고 추후에 그 의료기관이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을 대신해서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민사상 손해 배상 확정을 전제로 하면서 마치 의료기관이 손해배상을 피할 목적으로 폐업을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폐업 자체는 민사상 손해배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였다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의료진에 대한 피해 보상 방안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장관은 비영리민간단체의 환자안전 활동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안전사고 예방의 최전선 역할을 하는 의료진을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의료진 입장에서 이번 국민청원 답변은 복지부 장관 입장이 아니라 마치 환자단체연합회의 대변인과 같은 발표로 보였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