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병원 63.8%, 정상 의료행위로 병원경영 못해…대리수술 근절 위한 의료시스템 마련돼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인천에 이어 광주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도 대리수술 정황이 포착되면서 의료계가 비상이 걸렸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가 척추전문병원에서 불법 대리수술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연이은 두 사건이 모두 척추전문병원에서 벌어졌을까. 의료계는 대리수술 자체를 옹호할 수 없지만 척추신경외과 분야의 고질적 저수가와 삭감 행태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가 회원 1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중복가능), 95.3%가 의료수가 및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으며 보험삭감이 심하다는 평가도 89.9%에 달했다.
또한 63.8%의 회원들은 정상적인 의료업무론 병원경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위치한 척추전문병원 원장 A씨는 "현재 척추전문병원에서 많게는 의사 3~4명을 포함해 다수의 의료인력들이 동원돼 꼬박 6시간씩 수술을 해도 행위료가 30만 원대에 그친다. 이 정도론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구성욱 척추신경외과 교수(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기초분과연구위원)는 "척추수술에 대한 수가 불만이 굉장히 큰 상태다. 분만 수가가 적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척추도 마찬가지다. 의사와 어시스트, 의사보조인력 등 많은 인원이 동원되도 수가가 너무 낮다보니 현시점에선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병원이 많다"고 전했다.
삭감 사례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종별로 따져도 척추전문병원일 수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 체감도가 높았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삭감이 의료행위에 미치는 심각성을 묻는 질의에서 척추전문병원 의사의 88%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외 종합병원과 의원급은 70% 수준이었고 대학병원 의사는 60%에 그쳤다.
구성욱 교수는 "수술 부위 앞쪽과 뒤쪽 모두에서 병변이 있어 같은 레벨의 수술을 했는데 한쪽만 삭감 당한 경우도 있다"며 "환자에 따라 효과가 없는 보존적 치료이기 때문에 수술을 하려고 해도 보존치료 시간이 부족하다는 산술적 이유로 삭감이 이뤄지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외과학회 관계자도 "저수가에 삭감 문제까지 겹치면서 수술을 많이 해야 수익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의료계가 흘러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환자가 몰리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 대리수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삭감 평가를 하는 심평원 심사위원에 대한 특정과 편중현상도 지적됐다.
한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관계자는 "전문과목과 의학적 경험에 따라 판단이 갈리는데 심사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심사위원이 일부과에 편중돼 있는 사례가 있어 비수술적 요법을 선호하는 과가 많을 땐 척추수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심평원도 삭감을 많이 하는, 소위 말해 입맛에 많는 심사위원만 둔다는 얘기도 있다. 길게는 9년씩 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며 "심사위원 자격도 3년을 기준으로 추가 3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인천과 광주의 척추전문병원 사안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와 검찰 고발 등 모두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리수술을 잡기 위해 무조건 수술실 CCTV 설치만을 주장하기보단 대리수술을 근절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마련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이번 사안을 계기로 척추전문병원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기획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며 "물론 대리수술은 근절돼야 하며 개인 윤리에 있어 큰 문제가 맞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론 병원경영조차 어려운 상황도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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