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간호사 단독법 있는데 환자 단독법만 없다"…국회서 환자기본법 제정 '갑론을박'
국회 복지위, 환자기본법안 제정과 환자안전법 개정안 공청회 개최…국힘·의협 우려 속 민주당 의원들 대체로 법안 제정 공감대
사진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김승수 총무이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모습. 사진=한국방송 국회 실시간 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환자단체의 정책 결정 참여와 환자안전사고 보고 등을 의무화하는 환자기본법 제정을 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충돌했다.
입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의료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료계와 달리 환자단체는 '환자를 위한 단독 법률'이 없다는 점에서 법안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올해 1월 발의한 '환자기본법'은 환자단체의 정책 결정 참여를 보장하고 정책 심의·의결을 위한 환자정책위원회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법안은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도 명문화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0일 오전 10시 '환자기본법안 제정과 환자안전법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의협, 환자정책위 구성되면 기존 정책조정 과정 혼선 생겨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김승수 총무이사는 환자기본법 등에 대한 우려를 가감없이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환자단체 대표성 문제와 함께 환자정책위원회로 인한 정책 조정 과정의 혼선 문제, 의료사고 문제의 처벌 중심 규제가 문제로 지목됐다.
김승수 이사는 "환자정책위원회를 구성해 환자단체가 정책 협의구조에 참여하는 필요성을 의료계도 공감한다. 다만 환자정책은 의료법, 환자안전법 등 보건의료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돼 의료체계 전반에 영향 미칠 수 있다"며 "새로운 정책 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기존 보건의료정책 심의체계와의 역할 관계, 정책조정 과정에서의 혼선 가능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또한 "환자단체는 질환별, 목적별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각 단체의 규모와 전문성, 대표성 또한 다양한 상황"이라며 "일부 환자단체는 의료사고 문제와 관련해 처벌 중심의 접근보다 환자의 치료 연속성과 피해 회복을 중심으로 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환자 사회 내부에서도 다양한 관점과 요구가 존재한다는 사례다. 환자단체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특정 단체의 환자 대표성을 일률적으로 부여하기 보단 다양한 환자 집단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그는 "환자 안전 제도가 규제 중심 또는 처벌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이 사고 보고 자체를 부담이나 규제로 인식해 오히려 사고 정보 공유가 위축될 수 있다"며 "중대한 환자 안전 사고에 대한 신속한 피해 보상 체계 구축은 취지는 공감하나 무과실 보상 제도와 환자 안전 기금의 재원 구조, 기존 의료사고 책임 체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법 없어 환자단체 몫으로 정책 참여 못해…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 필요
반면 의사협회를 제외한 대다수 진술인들은 법안 필요성에 동의했다. 특히 환자단체 측은 의정갈등 당시 의료공백으로 환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자 단독법'이 부재한 상황에선 환자 권리 증진이 어렵다고 역설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최근 발생한 의정갈등 사태로 의료공백이 발생했다. 그때 환자들은 굉장히 큰 피해를 입었다"며 "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을 단독 법률은 있는데 환자의 투병과 권리 증진을 위한 단독 법률은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환자단체는 정부의 법정위원회에 환자 단체 몫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에 비영리기관으로 등록돼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의해 참여를 한다"며 "현재 환자단체는 5705개 질환 902개 정도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수준에 머물고 있는 단체들도 많은데 국가나 지자체에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역량을 키워주면 환자 권리 증진을 위해 이들 단체가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박성민 보건대학원 교수는 "(환자기본법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 의정갈등이나 그에 수반된 보건의료인 집단행동 등은 감염병 유행보다 불가항력성이 적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환자들이 이를 방지하거나 발생 후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길 수 있다"며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 시행규칙, 환자안전법, 개인정보보호법, 소비자보호법 등에 흩어져 있는 환자 권리들을 통합적으로 명확히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보건의료인들은 각자 협회나 학회를 두고 전문성과 이해관계에 기반해 조직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반면 환자들은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하고 이해관계가 분산돼 있어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모든 국민은 현재 환자이거나 미래에 환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환자의 관점은 모든 국민의 관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울산의대 옥민수 교수는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가 법에 명확히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해다.
옥 교수는 "의료 과실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사례에서도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기 때문에 피해 보상 문제를 더 진일보시켜 보호할 필요가 있다. 현행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에 이런 내용이 있긴 하지만 범위가 한정적이고 분쟁 조정 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지원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여 "환자 상생 위한 의사들 인식 전환 필요" VS 야 "환자 권익 증진하려다 방어진료만 조장"
각 진술인들의 주장에 대해 여야 역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우려스러운 부분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강력히 환자 권리를 보호할 (환자정책)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법안을 지지했다.
같은 당 이개호 의원도 "진술인이 4명 나왔지만 의협 김승수 이사와 나머지 3명의 입장이 다르다. 3명은 어떤 식이든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의협이 무작정 (제정안이) 필요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이나 타협안이 필요한 것 아닌가. 별도로 국민을 설득하거나 당사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논의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희승 의원은 "이젠 의료인들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의료인 중심으로 법 체계가 만들어졌다면 이제 환자기본법이 제정되면 환자들도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의료인이 환자와 함께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환자 기본권도 보호하고 의료인의 적극 의료도 방해 받지 않는 선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 환자 권익을 증진한다는 제도가 지금까지 의료인의 소극, 방어진료를 조장해 환자 권익이 오히려 침해당해 왔다"며 "제정안은 규제가 아닌 의료인도 안전하게 적극 진료할 수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선민 의원 안(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보면 국가 환자안전위원회 위원 구성에 비전문가 참여 확대를 명시하고 있다. 환자안전 정책은 의료현장의 복잡성, 임상적 전문성이 요구된다. 비전문가가 과반 이상 참여하게 되면 실효성 있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법안 취지에 공감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환자단체는 질환, 목적별로 다양하다. 정책 조정 과정에 이들이 다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대표성의 문제가 생긴다"며 "환자단체가 자체적으로 전문성을 갖기 힘든 부분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의원은 "미국의학연구소 환자안전보고서를 보면 실수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실수를 죄약시하기 보단 실수가 재발되지 않는 장치가 필요하다. 법안을 보면 법적 규제로 해석될 부분이 많다. 이렇게 되면 당사자는 회피하거나 숨거나 비협조적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상훈 의원 견해에 김승수 이사는 "환자단체가 매우 많다. 필요에 따라 환자단체 의견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환자단체 의견을 균형있게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환자 경험과 함께 전문성과 임상경험도 균형있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안전 정책의 핵심은 사고 처벌이 아니라 사고를 줄이는 시스템"이라며 "사고보고가 규제로 인식되는 구조로 가면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숨길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자칫 환자안전사고 정보 공유가 위축될 수 있다. 개인 처벌 보단 시스템 개선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