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6.17 07:58최종 업데이트 25.06.1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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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정신·신체 통증…고통과 구분하고, 증상별 치료 접근 필요"

한국정신종양학회, 제15회 춘계학술대회 및 연구교육 개최…"말기암 환자의 복합적인 증상, 개별화된 중재 필요" 한목소리

권정혜 교수, 박혜연 교수, 이청우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말기암 환자의 통증은 신체적 증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정신적·사회적 고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개별화된 평가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정신종양학회는 13일 중앙대병원에서 열린 제15회 춘계학술대회 및 연수교육에서 '생애 말기 돌봄 – 임상적 중재'를 주제로 학술세션을 개최했다.

세션에서 ▲충남의대 종양내과 권정혜 교수는 '말기 암 환자의 통증 관리'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는 '말기 환자의 주요 정신건강 문제: 불안, 우울, 섬망'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이청우 교수는 '말기 암환자의 어려운 신체증상'을 발표했다.

이들은 말기 환자의 통증과 정신건강, 신체증상에 대한 임상 경험을 공유하며, 암환자에 대한 다차원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정혜 교수는 말기암 환자의 통증을 다룰 때 '통증'과 '고통'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는 아프다고 말할 때 육체적 통증뿐 아니라 피로, 불안, 분노, 무력감, 경제적 문제까지 포괄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진은 통증과 고통을 구분해 듣고, 이를 반영해 치료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증 유형별 평가와 치료전략의 차이도 짚었다. 권 교수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통증의 호소 양상도 다르고, 조절하는 약제가 다르다. 이 때문에 증상을 자세히 물어야 한다"며 근육통, 골격성 통증, 내장성 통증 각각의 병태생리와 약물반응 차이를 설명했다. 특히 돌발 통증은 기저 통증이 조절된 상황에서도 하루 3회까지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한 속효성 약물과 예측 기반의 치료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기진정(palliative sedation)을 시행한 임상 사례를 소개하며 "말기진정은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극심한 고통을 완화하고 존엄한 임종을 돕는 의학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부작용이 심해 환자, 보호자 모두와 충분히 논의한 끝에 말기진정을 결정했고, 이후 터미널 케어 과정에서 사망했다"며 " 말기진정이 반드시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부 환자에서는 말기진정 후 증상이 조절돼 다시 의식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혜연 교수는 말기 환자에게 흔히 동반되는 정신건강 문제인 불안, 우울, 섬망은 진료 협조도 저하, 통증 민감도 증가와 관련돼 있어 임상적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죽음을 앞둔 환자는 통제력을 상실하고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정서적 고통은 환자의 치료 의지, 의료진 및 가족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울증은 환자가 스스로 표현하지 않거나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료진이 면담이나 스크리닝 도구를 통해 선제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섬망은 특히 임종에 가까워질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일단 생기면 약물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교정 가능한 원인 감별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항정신병약물 사용 시 증상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과용하지 않아야 하고, 최소 용량에서 시작해 효과와 부작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청우 교수는 말기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체 증상 중 구역·구토, 변비, 호흡곤란 등을 사례 기반으로 정리했다.

이 교수는 "같은 구토 증상이라도 장폐색인지, 장 운동 저하인지에 따라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근본적인 병태생리를 파악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변비는 단순히 마약성 진통제 부작용으로 판단하기보다 수분 섭취, 운동량, 복용 약물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며 "일부 환자에게는 하제보다는 장운동 촉진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임종과정의 환자 돌봄과 관련해 "임종이 임박한 환자의 불필요한 처치는 중단하고 편안한 임종을 위한 돌봄이 최우선돼야 한다"며 "사망이 가까워졌을 때는 산소 공급, 혈압 유지, 수액 투여 등은 대부분 의미가 없다. 임종 돌봄의 원칙에 따라 무의미한 개입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말기 환자 대부분이 다약제를 복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존 이득이 크지 않거나 삶의 질을 해칠 수 있는 약물은 과감하게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말기 환자는 다약제 복용으로 인한 약물 상호작용, 부작용의 누적 위험이 크다"며 "치료 목적이 생존 연장보다 증상 조절과 삶의 질 향상에 있는 경우, 약물 전반을 재검토하고 필요시 과감히 중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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