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멕 코카튀르크 교수 "항히스타민 제제 불응성 큰 만성 두드러기…오말리주맙 등 치료 접근성 확대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눈에 드러나는 피부 질환은 타 질환에 비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토피 피부염보다 스트레스와 고통이 심해 환자의 약 18%가 자살을 생각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만성 두드러기'다.
만성 두드러기 역시 일반적인 두드러기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로 치료하지만,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2명 중 1명은 항히스타민제 용량을 늘려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다양한 치료 옵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럽 등 해외 국가에 비해 발병률은 높지만 '만성 두드러기'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치료 옵션이 제한돼 환자들의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두드러기 아토피성 피부염 연구 센터 외래 환자 치료실 총괄 터키 이스탄불 코즈 의과대학 피부과 에멕 코카튀르크 교수를 만나 해외에 비해 관심이 낮아 뒤떨어져 있는 국내 만성 두드러기 치료 현황과 앞으로 개선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정신적 스트레스 상당한 만성 두드러기…국내 발병률 3~4%,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
Q. 알레르기, 두드러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만성두드러기 환자들은 두드러기와 심한 가려움 증 등 다양한 증상을 겪는데, 본인의 병명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면서 여러 의사에게 진료받는 일이 다반사다. 또 만성두드러기 환자들은 왜 그런 증상이 지속적으로 퍼지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스트레스가 상당히 크다.
의사들도 만성두드러기 환자들에게 다양한 질문으로부터 만족스러운 답변을 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제한된 외래시간으로 인해 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 환자 1명당 6분 정도 할애할 수 있는데, 이는 만성두드러기 환자들에게 질환과 원인, 치료법 등을 설명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고 환자들도 만족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2007년 전문클리닉을 개소했고, 하루 종일 다양한 만성두드러기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더 충분한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됐다.
Q.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이 중증 건선이나 아토피에 비해 낮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 진료를 보는 임상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가?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의 발생은 환자들을 상당히 큰 불안감에 놓이게 한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은 건선, 아토피 피부염을 넘어 관상동맥질환 환자들 보다도 삶의 질이 더 떨어졌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팽진, 혈관부종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은 자신의 피부를 '적'으로 간주하기도 하는데, 직장에서 업무를 볼 수 없을 뿐더러, 집중력 저하, 사회적 및 성적 관계의 장애, 수면 장애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한다. 환자 중 한 명은 친구와 만나는 것은 물론 휴가 중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일상적인 행복을 포기했고, 어떤 환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Q. 환자들을 괴롭히는 만성두드러기의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
만성두드러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드러기와 혈관 부종이다. 두드러기는 갑작스럽게 피부가 빨갛게 부풀어오르고 심한 가려움이 동반된다. 보통 저녁이나 밤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환자가 많다. 혈관 부종은 신부 진피 또는 점막이 부어 오르는 현상으로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를 앓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입술이나 눈꺼풀 주변, 손이나 발이 고통스럽게 부어오르는 혈관 부종을 경험한다. 보통 2~3시간에서 7시간 나타나며 증상에 따라 72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두드러기, 팽진은 24시간까지도 지속된다.
이러한 만성두드러기 증상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환자들 겪는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상당하다. 출자이나 휴가 중 갑작스러운 증상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피부 변화 외에도 심한 가려움증은 환자들에게 불편감, 수면장애, 집중력 장애 등을 일으킨다. 특히 혈관 부종이 입이나 눈꺼풀 주변에 갑자기 생기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마치 숨이 막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진료를 보면서 환자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은 아니라고 명확하게 얘기해 주는 것이 중요한 요소기도 하다.
Q. 만성두드러기의 성별이나 연령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드러기를 분류할 때, 증상이 6주 미만이면 급성, 6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분류하는데, 두드러기 중 상당수는 급성에 해당한다. 살면서 5명 중 1명은 급성 두드러기를 경험할 만큼 두드러기는 흔한 질환인데, 그 중 20~30%는 만성으로 넘어가게 된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SU, Chronic Spontaneous Urticaria)의 경우 20~40대에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40대 여성에서 가장 빈발한다. 비율로는 전체 환자 중 약 70%정도다.
만성 두드러기 중에는 유발성 두드러기도 있는데, 팽진이 생길 때 어떤 유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피부 묘기증과 같이 긁거나 외부 압력에 의해 붉게 부어오르고 가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차가운 물건을 만졌을 때, 뜨거운 열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유발성 두드러기는 특발성 두드러기에 비해 적게 발생한다. 비율로 보면 만성 두드러기 전체 발생 중 75%가 특발성 두드러기고 유발성 두드러기는 25%정도이다. 유발성 두드러기 역시 여성 환자가 많은 것은 동일하다. 예외로 콜린성 두드러기는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Q. 전 세계적으로 만성두드러기의 발병률 추이는 어떠한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발병률은 약 1.5% 정도다. 한국이나 중국은 발병률이 3~4% 내외인데,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런 편차는 한번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유전적 성향 차이, 생활 습관과 식습관, 아시아인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기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굳이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유전적인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도 기본적으로 만성 염증 질환 중 하나이다. 전 세계적으로 만성 염증 질환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운동을 하지 않거나 당이 많이 함유된 식품과 식단, 고칼로리의 탄수화물 음식을 먹는 등의 생활 습관의 변화로 당뇨와 고혈압, 비만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몸 안의 염증을 더 많이 유발하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가 면역 질환, 고혈압과 비만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유병 기간을 더 길어지게 하는 위험인자라고 보고된 바도 있다. 약 20%의 환자가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를 10년 이상 앓고 있는데, 이 환자들은 BMI 지수가 30이상의 비만 이거나 자가면역질환, 고혈압, 정신과적 동반 질환이 더 많은 경향을 보였다.
최근에는 UCARE라는 네트워크에서 RIFA-CU(Risk factors and Life-Style in Chronic Urticaria) 프로젝트를 통해 대조군과 만성 두드러기 환자를 비교해 만성두드러기와 연관된 생활습관, 위험 요소들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만성두드러기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단순 알레르기로 착각, 치료 지연 사례 많아…항히스타민제 불응 시 오말리주맙 치료
Q. 만성두드러기는 다른 피부질환에 비해 인지도가 더 낮은 것 같다.
그렇다. 만성 두드러기의 경우 다른 질환과 다르게 병에 걸렸다는 인지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보통 일회성으로 나타나는 증상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처음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났을 때, 환자는 단순히 알레르기나 음식을 잘 못 먹어서, 또는 어떤 약을 먹었는데 이에 의한 부작용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모기나 벌레에 물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환자는 그때서야 원인을 찾기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해 검색해 보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접하게 된다.
또 병원에 바로 가기보다는 약국에 방문해 항히스타민제를 구입해 복용한다. 이 자체로 잘못된 행동은 아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가려움이나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에 방문해 의사의 진료를 받게 된다.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는 자가면역 질환이기 때문에 운이 좋은 환자들, 약 50% 정도는 1년 정도 지나면 증상이 호전 되기도 한다. 물론 이 기간에도 계속 항히스타민 제제를 복용한다.
환자와 의사가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질환에 대해 알고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정말 답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증상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채 언제 다시 발생할 지 모르는 증상과 질환에 대한 낮은 인지는 환자들을 상당한 불안감에 놓이게 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가 이뤄지기도 하고 잘못된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만성두드러기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환자 몸에 있는 자가항체, 단백질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인데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 환자에게 식단 관리를 하게 하는 등의 크게 의미가 없는 관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Q. 만성두드러기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어떠한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는지?
국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터키와 한국처럼 국가별 가이드라인도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 가이드라인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는 항상 환자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 개인별 선호도, 환자가 보고한 결과를 통해 평가한 환자의 질병 중증도, 치료 반응도로부터 확인한 요인들, 자가 면역 질환이나 환자가 겪고 있는 정신과적 질환이 있는지 여부 등 다양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NSAIDs) 또는 유사 알레르기 유발 식품과 같은 원인 요인이나 유발 요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러한 과정 후에 약물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약물 치료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1차로 항히스타민제를 표준 용량대로 투여 후 2-4주 정도 지켜봐도 반응이 없다면 용량을 4배까지 증량한다. 이 후에도 환자가 항히스타민제에 불응할 경우 오말리주맙을 통해 치료하게 된다.
Q.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환자들이 일차적 항히스타민제 처방에도 불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두드러기 치료에 있어 위와 같은 연구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연구를 보면,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는 항히스타민 제제에 대한 불응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4배 정도 증량해도 환자의 약 50% 정도가 치료되지 않는다는 여러 보고가 있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가 있다. 다행히 오말리주맙이라고 하는 항 면역글로불린E(IgE) 생물학적 제제 등 새로운 치료법들이 나오면서 환자 치료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임상적 유효성과 더불어 항염제, 면역 억제제와 같은 기존 약제 대비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 옵션이 나온 것 이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강력한 치료제가 손에 쥐어진 것이다.
오말리주맙을 처방하기 전에는 항염제, 면역억제제를 환자에게 처방을 해봤지만 굉장히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다. 또 지속적인 검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해 사용 편의성이 좋지 못했다. 많은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의 경우 장기간 전신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부작용이 동반돼 부담이 되기도 한다.
Q. 이들에게 1차로 권고되는 생물학적 제제의 효과는 어떠한가? 보통 얼마 만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생물학적 제제를 활용한 만성 두드러기 치료에서 오말리주맙은 현재로서 FDA 허가를 받은 유일한 치료 옵션이다. 오말리주맙을 통한 치료에서 환자의 약 70%는 효과성을 보인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를 비롯한 두드러기치료에 불응하는 환자 치료에도 효과적인데 IgE 수치가 높은 환자들에서는 빠른 속도로 치료 성과가 나타난다.
오말리주맙을 통한 치료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조금 더 길게 관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임상시험을 통해 3개월까지 반응이 없던 환자들에서 약 50%정도가 6개월 이후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6개월이 지난 후에는 면역억제제로 전환을 고려하지만 그 전까지는 오말리주맙을 활용한 치료가 가장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임산부나 어린이 다른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프로파일도 입증돼 있어 더욱 그렇다.
국내 만성두드러기 치료 제한적…의료진 교육 확대 및 환자 치료 접근성 확대 필요
Q. 국내 만성두드러기의 경우 중증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의 질병코드로 분류되고 있어, 최근 건선, 아토피 피부염과 같이 중증 코드를 분리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라고 한다면 질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는 상당히 구시대적인 생각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한 요소로 생각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해가 매우 필요하며, 환자의 질병 부담에 대한 이해도 많이 제고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보건당국에 계시는 분들이나 또는 정책담당자들이 하룻밤 사이 갑자기 모기에게 백발 물린다고 생각해보면 아마 밤에 밤새 가려워서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이렇게 한번만 생각해 봐도 환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가 있는 환자들 중 약 18%정도는 자살을 생각한다고 하니, 환자들의 부담이 큰 질병인 것은 확실하다.
Q.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만성두드러기 치료에 생물학적 제제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등, 항히스타민제 불응 이후 치료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해외 상황은 어떠한가?
항히스타민제에 불응하는 환자 치료에 있어 오말리주맙은 상당히 강력하고 사용 편의성이 높은 치료 옵션이다. 이것이 임상현장에 가져오는 변화가 큰데 한국에서는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소식을 듣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국가, 호주, 터키, 중국 등에서는 현재 보험 제도 안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Q. 앞으로의 만성 두드러기 치료 환경이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지 제언해주신다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에 대한 인식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서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질환 자체에 대해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필요하다. 최우선적으로는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일반의료진 등 환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의료진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또 한국의 경우 항히스타민제에 불응하는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옵션이 적은데, 보건 당국 관계자분들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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