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30 14:21최종 업데이트 23.05.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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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국가전략산업 '말로만' 끝나지 않도록…국회 조세특례법 개정안·정부 지원 전략 잇따라

산자부 "바이오 CDMO 시작으로 단계적 글로벌 블록버스터 키우는 정책·제도 추진"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전세계적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이자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주재의 회의를 통해 관련 전략을 발표했으며, 이들이 단순히 선언적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정책·제도 개선이 추진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송영진 바이오융합산업과장은 30일 정일영 국회의원(인천 연수을)·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바이오헬스산업 국가경쟁력 확보 정책토론회'에서 바이오 위탁생산(CMO)·위탁생산개발(CDMO)을 시작으로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블록버스터 신약 성공을 위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바이오헬스산업의 시장 규모는 반도체의 4배에 달하며 연평균 5% 이상의 성장세가 전망되는 미래 유망산업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2.6%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 건강권과 보건안보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의약품 개발 역량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2021년에는 신약 개발 기술수출을 통해 약 1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91건의 기술수출을 통해 40조1000억원의 계약을 달성했다.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2월 대통령 주재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을 발표한 후 후속으로 제3차 바이오산업 종합계획, 규제혁신방안, 바이오헬스 인재양성방안 등 각 분야별 종합대책(7개)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 3월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발표, ▲R&D 투자 확대 ▲수출지원 강화 ▲인재양성 ▲규제개선 및 거버넌스 구축 등 4대 분야를 전략과제로 선정하고 블록버스터 신약 2개 창출을 통한 제약 6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국회에서도 최근 국내 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해 세액 공제 등의 지원을 하는 법안이 나왔다. 

정일영 의원 등 국회의원 11인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산업인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개발비와 인력, 시설투자비 등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높이도록 했다. 또한 생산설비에만 한정돼있는 투자 공제범위를 실험실 등의 필수 건축물과 토지 등을 포함시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정 의원은 "바이오산업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법률에 직접 규정해 바이오 신약과 의료기기 등에 대한 연구개발, 시설 투자 등을 확대 추진하고, 국가전략기술의 사업화 관련 투자세액 공제 대상을 넓혀 더욱 적극적인 육성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기존의 법안에는 바이오 분야 중 백신 분야만 국가전략기술로 한정돼 있고, 백신생산시설만 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지정해 현장에서의 지적이 잇따랐다. 인천대 경영학부 홍기용 교수는 "백신에 한정돼 있는 정부의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바이오의약품 전체로 확대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용화 기간을 단축하고 산업 투자 증대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임상시험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인력양성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 개선과 인력양성 센터 운영 등의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2의 반도체? 아직 생산 능력 5분의 1 불과…거버넌스 등 총체적 제도 개선 필수

업계와 학계에서도 정부의 바이오 관련 전략과 지원 계획이 선언적 문구로 그치지 않도록 법 개정과 함께 실질적인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이 빗발쳤다.

산업연구원 최윤희 선임연구위원은 "바이오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성장동력이다. 기술 혁신은 어느 정도 이뤄진만큼,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할 시점"이라며 "과학기술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바이오 정책을 산업의 영역에서 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바이오는 실물경제에서 성장동력이 아니다.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바이오기술 생산규모는 2021년 기준 20조원으로, 반도체, 자동차 등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것에 비하면 아직 매우 미미한 실정"이라며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100조원대의 생산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임계점을 넘으려면 정부와 민간의 공동 대응이 필수며, 거버넌스 구축과 조정을 통해 정책, 제도의 시너지가 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총체적인 정책 추진, 제도 혁신과 더불어 시장환경 개선 정책도 이어져야 한다"며 "바이오헬스는 과학기술만으로 산업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정책 마련과 세제, 환경 등의 총체적 접근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명화 연구위원은 "OECD를 비롯 국제적 무대에서 바이오가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 자리잡았으며,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선도국들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기술 개발과 함께 인허가, 보험 등 상용화까지 전주기적인 규제 접근이 중요한 분야로, 바이오산업 성장의 관건은 규제가 잘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바이오헬스 규제 혁신에도 갈등이나 쟁점이 있는 사안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 뿐 아니라 인력도 중요하다"면서 "최근 정부가 K-나이버트 사업을 준비하고 종합계획을 통해서도 인력양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추진 중이다. 단기적으로 해당 정책을 지속하면 생산, 제조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나, 최첨단 연구인력과 특허, 마케팅 전문가 등 기업 성장을 위한 인력 양성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박정태 부회장도 "바이오헬스 성공은 전문인력에 좌지우지된다"면서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단기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 핵심전략으로 인적자원 육성과 확대에 중점을 두고 부처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기업들의 노력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박용 대외협력센터장은 정부의 잇딴 바이오 육성과 발전 전략에 이어 국회에서 개정안이 나온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 R&D 뿐 아니라 생산시설과 설비에 대한 투자 지원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박 센터장은 "바이오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이 어렵다. 이에 대응하고 국내 산업이 성장하려면 대규모 투자와 R&D는 필수"라며 "대형제약기업들이 중소,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한 리스크 분산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정부에서도 바이오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투자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인센티브가 백신에 집중돼 있는데, 백신은 바이오산업의 10%정도에 그치고 있는만큼, 절반을 차지하는 항체의약품, 30%를 차지하는 단백질재조합, 유전자세포치료제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설비투자도 백신에만 집중돼 있다. 바이오파운드리, 바이오시밀러 등 우리나라가 잘하는 분야에 대해 지원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규모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삼바도 지속적 투자를 통해 생산량 확대하고 초격차 전략을 추진 중인데, 미국, 중국 등의 정부가 자사 기업의 지원으로 산업 확장이 가속화하는 것을 감안해 정부에서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해 세제 혜택 등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효과 뿐 아니라 보건안보와 국민 건강권 확대 차원에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산자부, 바이오 제조에 대한 경쟁력 확보부터 시작해 글로벌 빅파마 육성까지 '단계적 지원'

이에 대해 정부도 제2의 반도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주기 인력 양성 계획을 추진하고 3상 임상시험 지원을 위한 대규모 펀드 조성 등의 지원을 이어가는 동시에 R&D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겠다고 밝혔다. 

산자부 송영진 바이오융합산업과장은 "바이오기업들이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경쟁력이 낮고 갈길도 먼 후발주자다. 전략적인 성장 지원 방안을 가져가야 한다"면서 "일단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바이오 CMO, CDMO 등 제조 분야부터 경쟁력을 쌓은 후, 규모를 키워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라는 단계적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바이오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생산 능력(케파), 속도, 품질 등을 확대해야 하는데, 최근 케파에 있어서 중국, 인도 등이 빠르게 확장하는 것을 고려해 강도높은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송 과장은 "한 단계 더 높은 지원을 통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생산 속도 확대를 위해서는 원부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유럽 등 글로벌 원부자재 기업들의 국내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공동개발 등 우리 소부장 기업들을 키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질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인력을 꼽았다. 송 과장은 "얼마나 숙련된 기술력 갖춘 인력을 확보하느냐가 품질과 직결된다. 현장 인력이 많이 모자란 상황인데, 복지부와 함께 실무적 역량을 갖춘 인력 배출을 위해 K-나이버트를 비롯해 관련 정책, 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송 과장은 "강점을 갖고 있는 바이오제조분야만 계속 지원하고 키워나가서는 안 된다.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빅파마 같은 신약개발까지 이어져야 한다"면서 "바이오벤처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공공펀드와 민간 VC 매칭 등의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생산시설 자금 지원도 추진해 글로벌 바이오기업,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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