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11 11:56최종 업데이트 24.06.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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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페란' 논란에 파킨슨병학회 등판…"기저질환 많은 노인 환자 진료 위축, 환자에 피해"

진료 및 약제 투약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악 결과 발생 가능한 '의료행위 특수성' 무시한 판결 비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을 처방한 의사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 판결이 내려진 데 대한 우려가 커지는 속에 실제 해당 질병을 주로 치료하는 의사들이 목소리를 냈다.

11일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는 이번 창원지방법원 재판부의 판결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로 향후 파킨슨병 등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 치료를 위축시켜 방어진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먼저 학회는 환자와 가족에게 가슴 깊은 위로를 전하며 유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학회는 임상의사의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음에 양해를 구했다.

학회는 "창원지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환자 치료라는 선량한 의도와 목적을 기반으로 한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약물에 의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모두 파악하기 어려운 의료사안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산부인과 분만사고에 대한 무과실 보상법 통과,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대량 구속사태 등 의료계에 대한 가혹한 법적 처분의 증가와 더불어 벌어진 작금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열악한 여건 아래서도 묵묵히 진료실을 지키며 환자와 국민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며 "결과적으로 전국의 의사들로 하여금 가능한 책임질 일이 없는 방어진료 및 고령의 퇴행성 질환 환자와 같은 고위험 환자에 대한 진료 회피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사건의 환자가 앓고 있던 '파킨슨병'을 다루는 학회로서, 이번 사건의 쟁점으로 등장한 맥페란 주사제만이 파킨슨병을 악화시키는 약물은 아님을 강조했다.

학회는 "맥페란 주사제는 임상에서 수많은 환자들의 구역, 구토 증상 조절을 위해 흔히 사용되며, 반감기도 5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고,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파킨슨 증상 악화 확률이 현저히 낮다. 설사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키더라도 그 증상 악화가 가역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학회는 "어디 맥페란이라는 약물 뿐인가? 수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항정신계 약물, 수많은 내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위장관 개선 약물, 수많은 신경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신경계 약물들이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증상을 악화시킴은 물론, 심지어 정상인에도 파킨슨 증상을 유발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많은 약제가 파킨슨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문제는 어떤 환자가 약제사용으로 파킨슨 증상 악화가 유발되는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학회는 "우리 학회에 속한 파킨슨병 전문가의 입장에서도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이득과 위험을 고려하여 이러한 약물들의 투여를 결정하게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의해 형사 사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은 현재도 환자의 증상완화를 위해 다양한 약물 치료를 수행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커다란 불안감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라 하더라도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예측불가의 상황에 대해 예상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모든 과거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의사가 환자의 파킨슨병 진단 과거력을 파악하지 못한 채 맥페란을 처방해 유죄 판결을 받게 됐는데, 학회는 이번 판결이 환자의 개인의료정보에 접근하는 것의 한계와 주어진 진료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도 환자의 모든 병력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진료 및 약제 투약과 같은 의료행위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나쁜 결과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형사 유죄판결을 내리게 된다면, 어느 의사가 위험부담을 무릅쓴 채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려 나설 수 있겠는가?"라며 "또한 이번 사건과 같이 기저질환이 많은 노인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불안감에 의해 위축된 심정으로 환자를 대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점차 노인 인구 및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퇴행성 신경계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이대목동사태에 이어 의사들로 하여금 가뜩이나 의료공백에 놓이고 있는 필수의료를 더 기피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학회는 "이번 재판부의 업무상과실치상 유죄 판결은 의료행위의 책임제한 법리를 간과하는 잘못을 범한 것으로서 반드시 상급심에서 파기될 것임을 확신하면서 우리 학회는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아질 수 있도록 의료계의 모든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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