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2.23 08:10최종 업데이트 20.12.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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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 첫 코로나19 전담병원 나선 평택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 "선뜻 결정했지만 큰 책임감 느껴"

코로나19 이후에도 환자들이 믿고 찾아줄지가 가장 큰 걱정...최대 1년 손실보상, 사직 직원 실업급여 규정 등 필요

민간병원 최초로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지원한 평택박애병원 김병근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난 21일 방문한 경기 ‘평택박애병원’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민간병원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병상을 모두 내놓기로 한 평택 박애병원은 지난 17일부터 대규모 내부 공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기존 220개 병상 규모를 수리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위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20개와 일반 병상 70여개가 확충된다.
 
이를 통해 24일부터는 전담병원 운영이 실시된다. 직접 둘러본 병원 상황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외부 차단을 위한 병실 내 별도 화장실 설치와 중환자실 통유리 칸막이 설치 등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었다. 근무는 3교대로 이뤄지며 병원 의료진 24명, 간호사 51명, 간호조무사 41명과 함께 외부 의료진도 파견될 예정이다.
 
"병상 부족 현실화에 환자 위한 사회적 부름 응답했을 뿐"

평택박애병원 김병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사실 큰 고민 없이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일에 있어선 앞뒤 가릴 여지가 없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조건을 따지면서 상황을 지켜볼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병상이 부족해 환자들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현실화하자, 우선 박애병원라도 나서 급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나섰다. 
 
결국 급하게 병원 내부 회의가 진행됐고 선뜻 감염병전담병원 지원이 결정됐다. 김 원장은 앞선 대구‧경북 지역의 1차 대유행 당시에도 가장 빨리 의료봉사를 자원해 다녀온 장본인이다.
 
김병근 원장은 "의외로 전담병원 지정까지의 배경 스토리는 단순하다. 사회의 부름이 있었고 당장 병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병상을 제공할 수 있는 일이니 우리가 나서자고 했다"며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입원 환자 수용이 어려워 가용 병상이 오늘, 내일 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때마침 보건복지부에서 민간병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한 상태여서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김 원장은 국가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해 본적이 없다. 특히 이번 거점병원 선정과 관련해서 주변에서 정부기관 말만 듣고 쉽사리 참여했다가 손해만 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은 민간 주도의 거점병원 참여를 선도하는 입장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막상 시작하고 보니 더 이상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먼저 시작하는 입장에서 길을 잘못 닦아 놓으면 거점병원으로 선정되는 다른 의료기관들에 손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 등 기관과 끊임없이 민간병원 참여 관련 제도를 조율하고 맞춰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애병원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받기 위한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선뜻 시작했지만...재정‧사회적 시선‧환자 등 현실적 문제 산적

병원 차원의 손실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애병원은 평택시 최초 종합병원으로 현재 200여명의 의료진과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정부는 감염병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될 경우, 회복기 6개월동안 예년 수준의 경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손실을 보상한다고 밝혔다.

손실보상 기간이 이전의 2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됐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원 환자가 크게 줄면서 경영 악화는 피해가기 어렵다.
 
김 원장은 "손실보상이 6개월로 늘었지만 이 정도론 병원 수익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며 "전담병원 운영이 끝난 뒤 6개월 동안 병원 수익성 평가를 진행하고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3개월 정도 씩 기간을 갱신하면서 최대 1년동안 손실액을 지원하는 방안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민간병원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담병원 참여에 대한 내부 반대도 있었다. 그는 "사실 코로나19 진료에 가장 힘들고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들은 의료진"이라며 "박애병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지역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말라는 사례도 있어 어쩔 수 없이 사직하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일에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멀찍히 떨어져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긍정적이고 박수를 치지만 가까이에서 조금만 이해관계가 얽히면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며 "전담병원 지정으로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된 직원들에 대한 실업급여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담병원 지정 과정에서 기존 환자들과의 마찰도 있었다. 이번 박애병원 내부 공사 과정에서 기존 입원 환자 30여명이 타 병원으로 전원조치되면서 이 중 1명의 환자가 자신이 강제로 병원에서 내쫒기게 됐다며 억울한 심정을 한 매체를 통해 밝히는 등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 원장은 "해당 환자는 수술 이후 꽤 오랜 기간이 지나 주치의가 이제 통원치료도 가능하고 병원 사정상 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병원 입장에선 안타까운 마음에 간병인 보조 등 다양한 행정적 지원을 했지만 상황이 악화돼 안타깝다. 그러나 현 상황을 이해하고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분들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필요한 방역 물품들이 속속 도착하는 모습. 일부 민간 위문품도 종종 배송되고 있었다.
4일 앞으로 다가온 전담병원 개소를 앞두고 간호사들도 분주해졌다. 이들은 레벨D 보호구 착용 등 감염관리 교육과 함께 새롭게 바뀐 병원 동선 교육에 한창이었다. 
 
민간병원 참여 늘리려면…손실 보상 제도적 지원 철저‧마케팅 시스템 필요 

김 원장은 더 많은 민간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참여하기 위해선 정부가 제도적 지원의 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수가 삭감의 엄격한 제도적 틀을 봤을 때 손실보상이 일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또한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한 좋지 않은 지역사회 내 이미지 때문에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병원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많은 민간병원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이후에도 다시 정상적으로 옛날처럼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라며 "지금은 지원을 약속하지만 차후 손실보상 지원금의 적용 단계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2019년 병원 경영상태와 비교해 운영이 나빠지지 않도록 재무적 보장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장의 재정 문제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이었다고 하면 꺼리는 민심이 강하다"며 "이런 병원들을 위한 정부의 마케팅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산을 따로 확보해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희생과 봉사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홍보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상급종합병원 중환자병상 차출 정책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내놨다. 기존 중환자 치료 역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의 기존 기능을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만 연계하는 방안이 가장 좋다고 본다"며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대학병원들이 그동안 장시간 진료해오던 암환자, 심장질환, 각종 희귀질환 등 환자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중환자병상을 늘려야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3차 의료기관들은 본래의 역할을 하고 우리 같은 중간 수준의 종합병원들이 각 지역 거점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의 중심이 되고 힘과 지원을 집중시켜 대응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택박애병원 전경.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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