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03 07:58최종 업데이트 24.05.0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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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국가 지원 유럽 50%, 일본 27%인데 우리나라는 13%에 불과"

전문가들, 정부 의료개혁 이전에 필수의료 재정 지원 한목소리...건강세, 특별회계 기금 등 방안 제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2일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 투입을 약속한 가운데 해당 재원이 지나치게 건강보험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있어 특별회계 및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2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의 역할을 주제로 한 '제8차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보 재정 과다 의존, 국가 재정 투입 필요…건강세, 기금 마련 등 제안

이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보건의료가 국가의 본질적 기능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계와 전문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등 의료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지원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보건정책연구실장은 보건의료 예산이 건강보험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의료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의 투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신응진 정책위원장은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대가치점수 제도 하에서는 아무리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인상하더라도 상대적 박탈감과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결국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일단은 건강세를 도입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WHO는 설탕세를 각국에 도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 외에 여러 나라에서 흡연이나 음주에 따른 술, 담배에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교통 범칙금 중 일부가 응급의료센터에 지원됨으로써 현 응급의료체계를 갖추는 데 기여했다. 일단은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 도입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 역시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기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금을 만들려면 법적 근거도 있어야 하고, 타 분야도 검토해야 한다. 기존 기금과의 역할 분담도 필요하며, 설립 운영 방안도 있어야 한다. 이 하나하나가 상당한 이슈라 기금 마련은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옥 교수는 주세는 반대 여론이 강해서 쉽지 않을 것이고, 건강세나 설탕세, 비만세를 도입하는 방법, 요양기관 과징금 등을 이용하는 방법 및 실손보험금 분담금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정부 재정 투입 위해 법률 제정 필요…필수의료 인력 양성에 투입돼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대한의학회 김지홍 정책이사는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재정 개입이 신속하게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들 공감은 하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의지도 있겠지만, 이를 집행하기 위한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또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5년에 걸쳐 계속해서 필수의료가 침몰하는 배처럼 위기가 심해지고 있는데 보험 재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고, 그러한 논의도 건정심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결정 범위도 굉장히 작다"며 "당장 50~100%의 증액이 필요하지만 기껏해야 3% 미만 정도밖에 다룰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비율이 13%에 불과한데, 일본은 27%, 유럽은 약 50%를 국가 재정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필수의료는 시장의 수요, 공급 원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떄문에 반드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박진식 부회장은 "마련된 기금을 어떻게 투입하느냐도 중요하다"며 "필수의료 인력 육성은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 현재는 인력 육성이 개별 의료기관의 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필수의료 인력은 육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금은 다른 의료기관이 육성한 의료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다 보니 초대형 병원조차 필수의료 인력 양성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필수의료 인력 육성은 국가 인프라 구축이라기보다 각 의료기관이 경쟁력을 갖추는 개별적인 투자로만 인식돼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재정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건강세·특별회계·발전기금 등 재원 마련 고민 중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도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투자를 위한 특별회계나 발전기금 재원 마련이 고민이다. 건강세 등 다양한 방안이 나왔는데 현재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특별회계나 지역의료 발전기금을 만들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든다"며 "기금이나 특별회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 통제를 받게 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안을 만들고 건정심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수 있어 탄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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