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하 삼중음성유방암도 브라카(BRCA) 유전자 변이 검사를 권고하기로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보험 급여 적용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삼중음성유방암이란 암 조직에서 에스트로겐수용체, 프로게스테론수용체, HER2수용체가 발현되지 않는 유방암을 말한다.
이 때문에 해당 수용체에 맞춰 개발된 기존 약물을 쓰기 여의치 않아 유방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전체 유방암 중 10 ~ 20% 사이로 추정된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유방암의 유전적 변이 여부 등을 자세히 진단할 필요가 있지만 높은 문턱 탓에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브라카 검사는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유방암과 난소암을 동시에 진단받는 등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나이 기준으로 40세 이전 유방암이 발병해야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다.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통상 검사비로 300만~400만원 들어 환자 부담이 적지 않다. 급여화되면 환자 부담은 10만원 내외로 대폭 줄어든다.
보험 급여화가 더딘 건 미국 등 서구권과 달리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여성에게서 60세 이하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브라카 검사가 유용한지 과학적 근거를 갖춘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28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최근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 유방외과 이정언·유재민, 방사선종양학과 최두호,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연구팀이 한국유방암학회 산하 유전성유방암연구회(회장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와 진행한 공동 연구로 상황이 바뀌었다.
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60세 이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브라카 검사 효용성에 대해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치료받은 삼중음성유방암환자 중 임의 표본 추출 방식으로 얻은 샘플 999개의 유전변이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이 확보한 전체 샘플 중 브라카 변이가 확인된 사례는 모두 13.1%다. 60세 이하 환자에게서 얻은 샘플로 범위를 좁혔을 땐 14.5%까지 증가했다. 나이대별 구성을 보면 40세 이하는 31.3%에 불과했지만, 보험 급여 기준 밖인 41세 ~ 60세 이하가 62.6%로 두 배 더 많았다. 국내 유방암은 서양에서 6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하는 것과는 달리 40 ~ 50대에서 호발한다.
이 나이 환자 상당수에서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지만, 이들의 경우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검사를 받을 기회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게다가 다른 연구에서 원격 전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경우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 표적 치료를 시행하면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혀짐에 따라 미국 FDA가 해당 약제를 승인하는 등 이러한 논의에 더욱 불이 붙었다.
국내 학계도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 4월 8차 유방암진료권고안을 개정하면서 60세 이하 삼중음성유방암도 브라카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하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정언 교수는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으로 꼽히는 유방암은 여전히 개척해 나가야 할 분야가 많다"며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은 생존율이 낮고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는 데 브라카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치료법이 최근 개발된 만큼 국내에서도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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