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외과의사인 필자는 내성발톱 수술을 자주 한다. 내성발톱은 엄지발톱이 발가락의 가장자리를 파고들어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내성발톱의 치료방법은 발톱 아래 솜을 넣는 방법이 있다. 발톱 가장자리를 인위로 들어주거나 발톱을 뽑아 버리기도 한다. 또한 특수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발톱에 끼우기도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보존적 치료를 했지만 내성발톱이 재발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발톱이 자라나는 부위(nail matrix, 발톱기저부)인 발톱 뿌리 부분을 물리적, 화학적, 전기적인 방법으로 파괴해야 한다.
약 20여년 전 필자도 내성발톱 환자였다. 한동안 비수술적인 방법을 선택해 버텼다. 염증이 없더라도 기다란 발톱 아래에서 냄새가 났다. 결국 수술을 했으나 재발했다. 부득이 스스로 본인의 발을 국소마취한 다음 내성발톱을 부분 절제하는 잔악한 만행(?)을 저질렀다. 필자의 내성발톱은 완치됐고 현재까지 재발 없이 매우 편안히 살고 있다.
이후에도 내성발톱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수술을 하다보니 많은 증례를 경험했다. 이 때 염증이 심해 통증이 있을 때 수술하는 경우와 염증이 거의 없을 때 수술하는 경우의 환자 반응이 달랐다. 같은 의사가 같은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데도 차이가 컸다.
예를 들어 염증에 따른 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수술 후 즉시 혹은 다음날부터 매우 편안한 상태를 보였다.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거의 없어져서 진료실을 나서고 들어올 때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심한 통증으로 내성발톱 수술을 받았던 환자라 하더라도 염증이 없거나 통증이 적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으면 반응이 달랐다. 수술 후 오히려 발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 이전에 느낀 통증에 비해 수술에 대한 통증이 더 크게 느낀 것이다.
내성발톱 환자들은 통증을 오래 느낀 다음에, 그리고 재발이 많이 진행된 다음에 수술을 할 때 만족도가 높았다. 내성발톱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외과의사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내성발톱 환자들이 수술을 결정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따랐을 것이다. 마취와 절개를 상상해보더라도 수술을 막연히 두려워만 했던 만큼 손쉬운 해결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의료정책 해결 방법도 내성발톱의 증상이나 해결방식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의료정책을 내성발톱이라고 생각해 보겠다. 현재 정부 주도의 의료정책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갖가지 문제의 핵심은 오랜 기간을 버티면서 적절한 정책적 변화(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꾸는데 있어 걱정만 하거나 정책 변화가 두려워서 임기응변식의 대응을 해선 안 된다.
적절한 정책적 변화 즉 수술과 같은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 때 의료정책의 현장에 있는 임상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고통의 강도와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책상 앞에서 걱정만해서는 병이 깊어질 뿐이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든, 의료전달체계든, 원격의료든 마찬가지다. 국민, 의료기관 운영자, 정치인, 의사 등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고 해서 정책 실행에 따른 고충이 다르거나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해결책 또한 완전히 다르지도 않을 것이다. 의료정책은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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