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8.31 04:33최종 업데이트 19.08.31 05:04

제보

중앙대병원은 의사 진료 녹화하고 피드백, 세브란스병원은 재난 발생하면 '코드 그린' 훈련

의료질향상학회,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서울성모병원 폭력방지 사례 발표

사진: 30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직무 연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의료질 향상은 의료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과제다. 그동안 의료질 향상은 한정된 인적 자원과 비용으로 최고의 의료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근에는 의료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되면서 환자경험·감염관리·재난관리·폭력방지 등 의료질을 향상하는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30일 코엑스에서 의료질향상을 위한 직무연수교육을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교육에서는 병원에서 환자경험평가를 바탕으로 환자 안전을 높이고, 감염예방과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고, 재난관리에 대응하고, 직원간 또는 직원과 환자간 폭력 예방을 위해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사진: 중앙대학교병원 재활의학화 김돈규 교수.

환자안전·경험평가 통해 환자안전 확보하고 의료질 향상

환자안전·경험평가는 전 세계적인 화두다. 국내에서는 수가와 연계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앙대병원은 지난해 심평원이 92개 종합병원 이상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발표한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에서 간호사서비스, 의사서비스, 투약및치료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보장, 전반적평가 등 6개 항목에 걸쳐 두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화 김돈규 교수는 병원의 어떤 노력이 환자안전·경험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의료질 향상에 기여했는지 발표했다.

김 교수는 "환자경험평가 발표 이후에 중앙대병원은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걱정이다"며 "중앙대병원은 심평원 환자경험평가 시행 전에 자체적으로 지난 2007년부터 1년에 두 차례씩 환자경험평가를 시행해 왔다. 외래환자 만족도 등 조사 영역도 확대하고 내부고객 만족도 조사도 시행해 피드백을 받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6년부터 '칭찬마당 제도'라고 해서 직원들끼리도 격려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며 "병원 내에서 여러 부서끼리 업무를 함께하는 일이 잦아 분쟁도 일어나는데 직원 간 업무를 원활하게 하고 격려하고자 직원끼리 칭찬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를 통해 직원들끼리 예의를 지키고 좋은 분위기를 내부에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서별로 타의 모범의 되는 친절한 직원을 추천받아 CS리더로 선정한 것이 특히 큰 역할을 했다"며 "이들은 CS강사로 위촉돼 외부 교육도 받는다. 현재 간호 부문 19명, 행정 부문 10명, 진료지원 부문 10명이 CS리더로 활동한다. 이 분들이 부서별로 개별적으로 활동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육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고객응대 사례와 민원 사례를 공유하고 불만고객을 어떻게 실제로 응대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실은 외부 교육을 받는 것보다 이 과정이 효과가 컸다"며 "환자경험평가 이후에는 부서별로 전략을 발표하고 내용을 공유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평원이 제공한 '환자경험평가' 포스터에 적힌 내용만 잘 지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에 맞춰 노력했다"며 "병원 내에서 이미 환자경험에 대해 자체조사를 해왔기 때문에 간호사 영역은 거의 비슷하게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병원 시설이 최근에 지어진 병원도 아니고 대형병원도 아니다 보니 환경 부분에서 평가 결과가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원이 많았던 시설·환경을 중심으로 점검 빈도를 높이고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의사든 간호사든 당사자가 평가문항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래도 동료가 이야기를 했을 때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좋은 사례, 나쁜 사례 등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돌려봤다. 또 의사소통할 때 지켜야할 사항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던 점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서비스 부분 평가를 위해서는 의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할 때 직접 의국마다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자체 만족도 조사를 통해 진료과별로 어떤 문항에 어느 정도 만족도가 나왔는지 계속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개선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회진과 관련해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회진 시간을 정확히 알리고, 검사나 외출 등으로 인해 회진을 놓친 경우에 회진을 다녀간 사실을 알리고 추후 면담을 하고 싶으면 간호사를 통해 할 수 있다는 메모를 남기는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빈도 친절 직원 경험을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하기도 했다. 전공의, 간호사가 환자를 응대할 때 어떻게 했고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고 그래서 환자와 어떤 공감대를 나눴는지 등을 영상을 통해 나누는 것이다"며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환자와의 소통, 공감, 존중이 키워드다. 이런 분들을 대인감수성이 높다고 하는데 이들이 중점적으로 배치가 돼야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외에 시설이나 청결도 등 환경 개선을 위해 안전순회팀을 구성했다"며 "병원장이 직접 라운딩을 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즉각 현장에서 개선하는 활동을 매달 하고 있다"며 "자주 조사해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해당 부서에 피드백 주고 개선하는 방칙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경험평가 이후에 의사서비스 부분에서 허점이 많이 발견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래나 입원때 선별적으로 진료상담 과정을 녹화하고 피드백을 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많은 예산을 투입해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상담 스킬업 과정을 진행하고 회진문화 개선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 직원 만족이 결국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므로 마인드힐링센터를 운영해 직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대병원은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영해 인력이 많지가 않다. 그래도 적정 진료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료량이 많으면 직원들 피로가 누적되고 직원 만족도가 떨어지면 당연히 고객 만족도도 떨어진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지난 10년간 친절한 문화를 병원 내에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컸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행부와 병원 전체가 노력하고 직원들이 공감하고 참여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됐다"며 "개별 부서에 찾아가고 의국회의에 참여해서 필요성에 대해 상황을 말씀 드리고 의사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유효했다. 또 개별 부서의 CS리더가 노력해준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

중요성 커지는 의료기관 감염 예방·관리... 평생 투자라고 생각하고 전문 영역 존중해야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는 세계적으로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중요성이 커지는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의료기관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꾸준히 역량을 길러야 최근 유행했던 감염병과 감염관리 사고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난 100년간 위생이 좋아지고 수돗물의 질이 높아지고, 항생제나 백신 등으로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그러나 1980년대 이후로 페렴이나 에이즈로 인한 사망 등이 증가하고 있다. 1970~1980년대 이후로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신종 감염병으로 등장해 퇴치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현대의학에서 감염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메르스, 에볼라 등 드문 감염병이 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백신이 없어 주의해야 한다"며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위험도 크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아시아가 심각하다. 인도, 동남아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항생제 내성율이 아시아에서 상위권을 차지해 심각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감염관리를 잘한다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병원도 1996년에 옴이 유행해 이를 종식하는 데에만 수개월이 걸렸고 수백명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치료를 받았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문제가 10분의 1 규모로 발생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내 감염이 유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한 달 사이에 한 병원에서 환자 7명이 세라티아 마르세센스 균(Serratia Marcescens)에 감염돼 1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철저한 역학조사 끝에, 집에서 간호사가 사용하는 각질제거 크림 병 안에서 동일한 균이 확인됐다. 크림을 폐기하자 유행이 종식됐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작년에 보고된 병원 감염 사례로는 심장절개수술(Open Heart Surgery)에서 몇 년간 드물게 감염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며 "역학조사 결과, 혈액을 냉각시켰다가 데우는 히터 겸 쿨러의 물탱크의 비결핵 항산균이 물탱크에 난 미세한 균열을 통해 냉각팬을 통해 기화돼 수술장 공기를 오염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감염 유행을 끝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감염관리는 다 돈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병원을 설득하기 힘든 점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소아병동에 녹농균이 손에 오염됐는데 개수대에서 손을 씻어도 해결되지 않았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균이 배수구에 들러붙어 손을 씻을때 튀어오르는 물방울을 통해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싱크도 디자인을 잘 해야 한다. 물방울이 배수구 바닥을 치지 않도록 배수구를 깊게 만들어야 한다"며 "병원에서 공간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공간에 이를 고려한 싱크를 설치 해달라고 했더니 업체 찾기도 어렵고 비용이 상당하다고 했다. 우선적으로 감염 위험이 큰 부서부터 싱크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메르스 이후에 우리나라의 감염 예방·관리, 보건관리 등이 강화됐다. 우선순위에 밀려났던 일들이 급속도로 이뤄졌다"며 "법이 만들어져 감염관리 인력을 의무로 배치하는 조항이 만들어졌다. 메르스 같은 고위험 감염병에 대한 시설도 강화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메르스 등 고위험 감염병에 대한 시설에만 투자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이후에 응급실 앞에 가건물 지어 24시간 감영병 의심환자를 선별진료 했다. 또 고위험 환자를 항상 국가지정병원으로 전원시킬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에 대비해 삼성서울병원은 전담팀을 구성하고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2015년보다 얼마나 더 빨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미리 업무를 분담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에 쿠웨이트 입국한 메스르 의심 환자를 진단했다. 감염 예방과 관리는 일시적으로 할 게 아니라 병원이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다. 응급실부터 철저히 의심환자를 관리하고 선별진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 당국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 의료기관에 패널티보다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염예방관리료, 격리실 입원료, 응급실 감염의심환자 선별진료수가, 수술실 환자 안전관리료 등이 마련됐다. 이와 더불어 여러 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의료관련 감염 감시체계도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12월 신생아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 내 감염 예방과 관리를 강조해야 했지만 우선순위 밀렸던 것이다"며 "이에 대한 대응이 다시 또 급속도로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정부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우리는 수술실, 중환자실, 인공신장실, 요양병원 등 시설에 취약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인력도 부족하고, 감시·평가 체계도 미비하고 법이나 거버넌스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감염 예방·관리 업무가 너무 많다. 일대일로 직원들을 면담하면, 타부서 항의와 질타, 과도한 업무량, 병원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을 힘들어한다"며 "감염관리실 선생님들이 순환보직으로 업무를 맡는 사람이 아니고 평생 투자해 병원을 위해 일할 사람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 현실에서 급급했던 것은 더 많은 환자에게 높은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병원도 낮은 수가에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데 집중했다"며 "이제 감염 예방과 관리를 우선순위에 넣어야 한다. 예산 투입 없이 할 수 없다. 보건당국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정책으로 균형을 이뤄 뒤처진 감염 예방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정현수 교수.

평소 반복된 훈련으로 실제 재난상황 대비해 의료질 향상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정현수 교수는 재난관리에 병원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공과 핵시설 등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위기자원관리 훈련처럼 일상적으로 책임을 가지고 훈련에 참여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복된 훈련이 중요하다고 짚으면서 특히 지휘체계를 잘 확보해야 실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재난은 언제나 요구에 비해 자원이 부족한 상황을 초래한다. 중요한 것은 재난상황의 정보를 잘 획득해 병원이 그에 맞에 준비하는 것이다"며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막상 위기가 닥치면 생각인 나지 않을 수 있다. 위기자원관리는 훈련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항공, 군 등에서 이런 교육은 일상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 자체가 책임의 일부라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병원도 재난시 의존도가 높은 기관인 만큼, 어떻게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따라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재난대응 준비 핵심요소는 중증도 분류, 지휘본부 체계, 응급처치, 수용능력, 특수재난 상황 등이다"며 "우선 현장에서 하나하나 얻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살릴 수 있는 환자가 달라진다. 재난 현장에서는 우선 60~70%가 경환자고 나머지가 중환자다. 경환자가 먼저 병원을 찾으므로 병원의 자원을 잘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이 발생하면, 병원장 행정적 총 책임자로서 지휘를 하게 된다. 실질적 지휘는 응급의학과 과장이 하게 된다. 지휘체계 확립은 제일 중요하다. 병원 구성원들마다 명확한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재난이 발생하면 응급실에서 앞하고 뒤를 장악해야 한다. 응급실 앞에는 경계를 설치해 보안요원이 제일 먼저 나가 환자들이 한 쪽으로 들어오도록 안내해야 한다. 또 이와 더불어 응급실 앞에서 중증도를 분류해서 중환자들만 응급실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상황에서 중증도 분류는 일상에서 중증도 분류와 다르다. 환자는 레드, 옐로, 그린, 블랙 등으로 구분하고 응급실은 레드와 옐로 중증도로 분류된 환자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린으로 분류된 경환자는 응급실로 절대 들여보면 안되고 외래, 병원 로비, 큰 강당 등 넓은 공간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당연히 외래는 멈추고 다시 예약을 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옐로우 환자는 언제든 레드 환자가 될 수 있으므로 가까이 두고 준비해야 한다. 영안실도 재난관리 훈련에 같이 참여해야 한다. 재난 종류에 따라 직역별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또 이송체계를 잘 갖춰야 한다. 응급실서 진료한 환자는 전원하거나 병실로 배치해 빼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응급실의 뒤를 장악해야 한다는 말은 재난 발생시 인력과 물품, 장비 등이 응급실로 내려와야 하는데 이를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집합장소를 결정하고 인력 또는 물품이 내려오면 응급실로 연락해서 어디로 갈지 소통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그래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은 재난이 발생하면 '코드 그린' 방송이 뜬다. 그러면 병원이 재난을 알고 준비하게 된다"며 "재난 규모에 따라 네 가지 단계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20명 이하 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응급실에서 커버하도록 돼 있다. 20~50명의 환자가 왔다면 병원은 재난을 인지하고 있지만 준비만 하고 전체가 움직이지는 않는다. 50~100명 환자가 병원에 왔다고 하면, 병원 일부 또는 전체가 재난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훈련은 평가과정이 정말 중요한다. 세브란스병원은 별도로 교육하고 구역별로 평가를 하고 있다. 대본을 주지 않은 채 투입하고 평가한다. 실제로 위기대응을 잘하는지 보고 개선점을 찾아 다음해에 개선이 됐는지 점검하는 방식으로 재난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지역사회와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재난관리 훈련을 계속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취약계층 환자를 위해서는 추가로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안과 정소향 교수.

폭력 대응으로 병원에서 의료질 향상하는 방안은

서울성모병원 안과 정소향 교수는 병원 내 폭력방지를 통해 의료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병원 내 폭력은 직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 신체폭력, 성폭력 등과 직원과 환자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도 포함한다. 가톨릭대 재단은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각 병원에 폭력 방지 위원회를 설치하고 안전관리 내규를 제정해 폭력에 대응하고 있다.

정 교수는 "내부 직원간 폭력으로 언어폭력, 성폭력, 신체폭력 등 다양한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예방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폭력 방지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진료부원장이 위원장이 되고 진료기관 특성상 천주교 사제, 의사, 간호사, 변호사, 행정직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간 폭력 대응 프로세스의 특징은 부서장이나 상급사에게 알리지 않고 신고서를 전산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서장의 허락은 필요 없다. 폭력을 신고하면 인사팀에서 우선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조사한다. 병원에 여성 직군의 비율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조사 담당자를 남녀 각 1명씩 두고 성별을 배려해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가 끝나면 폭력 방지위원회에서 심의를 한다. 신고 내용에 대해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병원장에게 내부 보고를 한다"며 "신고 내용에 따라 직원징계위원회, 전공의 수련위원회, 교원인사위원회 등으로 나눠서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에 관해서는 비밀을 엄수하도록 돼 있다. 또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신고 시스템을 활성화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지난 7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매뉴얼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의 운영 성과를 살펴보면, 2년 전 처음 제정됐을 때 9건이었던 신고 수가 2018년도 21건까지 증가했다"며 "사회 인식이 변화한 이유도 있지만 신고 절차의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원이 단호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환자·보호자와 직원 간 폭력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폭력 발생시 환자·보호자 대응 프로세스를 만들고 내선 신고 전화를 통해 긴급하게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직원들의 심리적 회복을 위해 직원 보호 프로그램을 후속조치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에 한두 번은 소리 지르는 환자나 보호자가 생긴다. 안과는 여성 전공의가 많다. 보안요원들이 환자들에게 신체 접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전공의나 간호사가 폭력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세스를 개선하려고 해도 악성 민원인 경우에는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직원 보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고객행복팀에서 폭력 발생 결과를 보고하고 직원 보호 프로그램을 후속 조치로 진행하고 있다. 발생부서에서는 폭력 관련해 환자들에 관해 별도로 정보를 입력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병원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이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CCTV를 설치하고 이와 관련 해 폭력 예방을 위해 CCTV가 작동하고 있다는 포스터를 대기공간 등에 붙이고 있다"며 "또 콜벨을 운영하고 보안요원이 라운딩하며 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 발생시 초기 대응법으로는 고객을 먼저 진정시킨 다음, 환자·보호자가 계속 난동을 부리면 동영상을 촬영하겠다고 말하고 촬영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병원 내 폭력 대응과 관련해 자문을 받을 결과, 촬영을 고지하고 하는 것만으로도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 파악을 위해 적극적으로 촬영하는 것은 별도로 동의가 필요 없고, 이야기만 하면 된다. 법에 걸리지 않는다"며 "2차로 중지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드 퍼플이라고 폭언·폭력·성희롱 등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내선 번호 1112를 만들었다. 방송을 요청하면 주위의 보안요원이 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모든 병원 모니터에 스티커를 붙였다. 적어도 일하는 젊은 전공의나 간호사를 병원이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심어주려는 뜻이고 급박할 때 연락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가 진정되면 후속조치를 실시한다. 다음 대응을 위해 상황을 보고한다. 다른 환자나 피해자들도 그 자리에서 폭력이 무마돼도 나중에 협박을 받거나 폭언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이후에도 언제든 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직원 보호 프로그램으로는 정신건강 상담 프로그램이 있다. 다양한 스트레스나 직무상 신체가 손상됐을 때 치료비, 요양비, 휴업급여 등 보상을 해주고 진료비도 감면해주는 제도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